[태평로] 공수처, 내란 수사 당장 손 떼라
청구·발부·집행 모든 단계서 논란
공정성 의심 국민 수긍 어려워
경찰이나 특검에 맡겨야
공수처는 8일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를 ‘윤 대통령 변호인이라고 주장하는 분’이라고 불렀다. 선임계를 내지 않았으니 아직 정식 변호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실 윤 변호사는 이날 선임계를 내러 공수처에 갔다. 공수처 간부들은 신임 검사 면접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선임계는 민원실에 내고 가라고 했다. 윤 변호사는 “30분 기다리다 그냥 왔다”고 했다. 이 상황을 묻는 말에 공수처는 “아까 뭐 선임계 내러 왔다고 하는데, 저희가 선임계 낸 다음에 (정식 변호인이 되면) 면담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말장난에 가깝다. 체포에 불응하는 피의자 측이 먼저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거절한 것은 옹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사건을 이첩받을 때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이미 윤 대통령을 수사 중이던 검·경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강제로 수사권을 넘겨받는 이첩 요청권을 발동했다. 이 조항은 공수처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어서 출범 때부터 위헌 논란이 있었다. 공수처는 논란을 불식하고자 이첩 요구 전 수사 심의위를 거치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에선 생략했다.
체포 영장 청구 단계에서는 서울서부지법을 택해 ‘판사 쇼핑’ 논란을 불렀다. 공수처 사건 관할은 원칙적으로 서울중앙지법이다. 그런데 원칙이 아니라 예외를 적용해 서부지법으로 갔다. 영장 발부 판사는 하필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었다. 법조계에서 “미리 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현행법을 배제하라고 적시해 논란이 됐다. 영장 집행에도 실패했다. 장기전에 대비해 직원 30명이 네 끼를 먹게끔 김밥 120줄을 싸 들고 체포에 나섰지만 5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이후 체포만 경찰에 ‘하청’을 주려다 경찰이 반발하자 없던 일로 했다.
공수처 ‘무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수처는 고위 공무원 비리를 수사할 수 있지만, 기소는 판사·검사·경찰 고위직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 나머지는 수사 후 검찰로 보내야 한다. 2023년 공수처는 기소권도 없는 감사원 간부의 비리를 수사해 검찰에 대신 기소해 달라고 보낸 일이 있다. 검찰이 기소하려고 보니 수사 내용이 부실했다. 공수처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자 보완은 검찰이 하라며 끝내 버텼다.
반면 자기들에게 기소권이 있는 이규원 검사의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여건상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거꾸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면서 수사는 검찰이 하고 기소 여부는 자기들이 결정하겠다는 ‘기소 유보부 이첩’이라고 했다. 검찰은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이 검사를 직접 기소했다.
공수처는 2021년 설립 이래 연평균 200억원대 예산을 썼지만, 직접 기소한 사건은 5건에 불과하다. 유일하게 1심 유죄판결이 나온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 사주 사건도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인력도 부족하다. 공수처 검사는 현재 14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45명 정도다. 무엇보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이 있는 경찰과 같은 편을 먹고 공조본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이 역시 편법이다. 두고두고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수사는 공정이 생명이다. 지금 공수처가 하는 식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이번 수사에는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다. 작은 실수 하나가 나라 전체를 태우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공수처가 힘에 부친다면 사건에서 스스로 손을 떼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당장 수사를 중단하고 경찰이나 곧 출범할 특검에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지 않는다면 민주당 말대로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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