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붉은색 좌석 교체’ 끝까지 막무가내식···김두겸 울산시장님, 19경기 ‘35만 3천615명’ 찾은 문수구장은 매번 뜨거웠습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5. 1. 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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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울산 HD가 고민에 빠졌다.

울산의 홈구장인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의 3층 관중석이 교체된다. 1월 9일 울산시, 울산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20억 원(국비 6억 원·시비 14억 원)의 예산을 들여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3층 노후 좌석 1만 5천 석을 교체한다. 이미 공사가 시작됐다. 철거가 마무리됐고, 새로운 좌석 설치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계획된 공사였다. 하지만, 팬들의 반발, 시즌 일정 등의 문제로 연기되다가 최근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울산 구단과의 소통, 울산시민이 대다수인 울산 구단 팬들에게 별도의 알림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
울삼 홈경기를 찾았던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
울산 HD 홈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
문제가 있다.

새로 설치할 관중석 색상에 붉은색이 포함됐다.

붉은색은 울산 구단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색상이다.

울산의 상징색은 푸른색이다. 메인 유니폼도 푸른색이다.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좌석 역시 푸른색인 이유다.

울산시설공단은 MK스포츠의 질의에 “담당자가 자릴 비웠다”는 답만 내놨다.

MK스포츠는 1월 8일 오후부터 이틀간 답변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울산 HD는 평균 관중 2만 명에 도전하는 팀이다. 울산은 FC 서울과 K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꼽힌다. 사진=이근승 기자
2024년 6월 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HD FC와 전북 현대의 경기엔 29,007명의 관중이 찾았다. 사진=이근승 기자
울산시설공단은 지난해부터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3층 좌석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지난해 울산시, 울산시설공단, 울산 구단이 참석한 회의에서 시 관계자는 ‘경기장 좌석의 색깔이 파란색만 있으면 이미지가 차가워 보인다. 따뜻한 색깔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시설공단은 이메일로 ‘(3층 좌석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서서히 변하는 그라데이션으로 선택했다’고 구단에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울산 HD의 홈경기가 있는 날엔 구단 유니폼을 입은 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이근승 기자
울산의 홈경기 날이면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사진=이근승 기자
울산 구단은 팀의 상징색이 푸른색이란 걸 강조하면서, 붉은색이 포함될 시 팬들의 반대가 생길 것이란 우려를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울산시설공단은 홈페이지에서 ‘울산광역시장’으로부터 수탁받은 공공시설물의 효율적인 관리 및 운영을 통해 시민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고자 2000년 11월에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라고 소개한다.

울산광역시장은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울산광역시 남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 국민의힘 울산광역시당 상임고문 등을 지낸 김두겸 시장이다.

국민의힘의 색상은 붉은색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색상은 푸른색이다.

‘푸른색 좌석을 붉은색으로 교체하는 것이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냔 얘기가 끊이질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울산시민축구단의 상징색은 푸른색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2024년. 울산시민축구단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니폼 색상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울산시민축구단은 2018년 창단 때부터 쭉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뛰어온 팀이었다. 사진=울산시민축구단
체육계와 정치권에선 ‘울산시의 지원을 받는 K3리그 소속 울산시민축구단이 이미 피해를 봤다’고 지적한다.

울산시민축구단은 2024시즌 유니폼 색상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세계 어느 리그에서든 메인 유니폼 색상이 급작스럽게 바뀌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울산시민축구단의 상징색은 푸른색이었다. 2018년 창단했을 때부터 변한 적이 없었다. 특별히 변화할 만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울산시민축구단의 구단주는 김두겸 울산시장이다. 체육계와 정치권에선 ‘정치적 이득을 위한 변화’란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울산 HD는 2024년 K리그1 3연패를 일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은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구단이다.

울산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올여름엔 아시아를 대표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도 참가한다. 올해 클럽 월드컵엔 각 대륙에서 최고로 꼽히는 32개 팀이 참가해 최고의 팀을 가린다. 한국에서 2025년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는 팀은 울산이 유일하다.

울산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울산은 2년 연속 홈 30만 관중을 돌파한 인기구단이다.

울산은 2024년 K리그1 19차례 홈경기에서 총 35만 3천615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울산이 홈경기를 개최하는 날엔 평균 1만 8천611명의 관중이 모였다.

2024년 K리그(1·2) 25개 구단 가운데 울산보다 많은 관중을 불러 모은 팀은 FC 서울뿐이다.

울산은 또 다른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막강한 관중 동원력을 자랑한다. 2024년 프로야구 10개 구단 평균 관중은 1만 5천122명이었다.

푸른색은 울산 HD의 상징이다. 사진=이근승 기자
울산은 지자체 예산에 크게 의존하는 시도민구단도 아니다.

울산은 K리그를 대표하는 기업구단이다. 울산은 구장 임대료를 울산시에 지급하고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사용한다.

울산은 경기장 사용료만 내지 않는다. 홈구장 운영 시 티켓 판매료, 광고료 수입 등의 일부를 수수료 형태로 울산시에 낸다.

울산 구단은 울산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수익까지 벌어다 주는 존재다. 하지만, 울산 구단은 울산시로부터 전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최고 라이벌인 포항 스틸러스의 상징색은 붉은색이다. 서울, 김천상무도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다.

울산과 붉은색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
국민의힘 로고.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색상은 붉은색이다. 사진=국민의힘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푸른색이 차갑다’는 느낌을 전한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무엇인가. 붉은색이 ‘따뜻함을 더해준다’고 하는 객관적인 근거는 존재하는 것인가.

명확해 보이는 건 딱 하나. 과정이야 어찌 됐든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의 3층 좌석은 구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붉은색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가득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홈 경기당 1만 8천611명이 찾는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은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뜨거운 구장으로 꼽힌다.

누군가 ‘붉은빛이 상당한 울산 남구 국민의힘 울산시당사를 푸른색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언한다면 정치권에선 어떻게 받아들일까.

‘붉은색이 너무 차가워 보인다. 변화를 위한 제언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가 주장의 논거라면 정치권은 이해할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 누군가 저런 주장을 한다면, 저 말을 온전히 믿을 사람은 없다. 저런 주장을 내뱉은 이는 정치에 대한 기본 상식,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게 분명하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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