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개혁 윤곽…5세대 실손, 비중증·비급여 자기부담 커진다(종합)
급여의료비 일반질환자 자기부담률 9~36%로 상향
비급여는 중증·비중증 특약 구분…비중증 보장 크게 축소
병원에서 "실손보험 있으세요?" 질문 금지도 추진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에 시달리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의 금융당국 개혁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5세대 실손보험에서 비중증·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을 높이고 보장한도를 축소하는 대신 보험료는 낮추는 게 핵심이다.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에 대해서는 계약 재매입이나 법안 개정 등을 통해 새로운 실손보험의로의 이동을 유도한다.
금융위원회는 9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실손보험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질병·상해 치료시 가입자에게 발생한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비급여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 소수 가입자의 '의료쇼핑'으로 인한 선량한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동반상승 등의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날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편적 의료비와 중증환자 중심의 적정보상'을 실손보험 개혁의 기본 방향으로 잡고 비중증·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을 높이는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키로 했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항목을 의미하는 '급여'를 주계약으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진료항목인 '비급여'로 특약으로 하고 있는데 자기부담(입원 기준)이 급여는 20%, 비급여는 30%이다.
개혁안 초안은 5세대 실손보험에서 주계약인 급여의 경우 일반질환자와 중증질환자를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했다.
경증의 일반질환자에 대해서는 실손보험 자기부담률을 건강보험 본인부담률과 동일하게 적용했다.
현재는 일반질환자의 경우 30~60%인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에 20%의 최저자기부담률을 적용해 본인부담률이 6~12% 가량인데 초안대로라면 실손보험 본인부담률도 건보 본인부담률과 같은 수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9~36% 가량으로 자기부담률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4세대와 마찬가지로 최저 자기부담률 20%는 병행 적용한다.
고영호 금융위 보험과장은 "최근 예를 들어 대형병원 응급실에 경증 환자들이 몰리고 있어서 보건당국에서 의료 수요 조절을 위해 본인 부담금을 90%로 상향 조절했는데 실손에서 이 부분을 대부분 다 보장하고 있어서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그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신 암, 뇌혈관·심장질환, 희귀성난치성질환, 중증화상·외상 등 중증질환자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필수 급여항목보다 높게 적용되는 선별급여에도 20%의 최저 자기부담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본인부담은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
또 임신·출산 급여 의료비의 경우 현행 4세대 실손보험은 보장대상이 아니지만 5세대에서는 신규 보장항목으로 들어가게 했다.
고 과장은 "임신·출산 같은 경우 보험의 기본 원칙인 '우연한 사건'에 해당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어서 이 부분은 보험의 영역이 아니었다"며 "최근 보험개혁회의에서 임신·출산을 보험이 보장할 수 있는 사건의 하나로 명확히 규정하는 유권 해석이 있었고 그 부분을 실손보험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약으로 들어가는 비급여 의료비 보장의 경우 5세대 실손은 중증 질병·상해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특약1'과 비(非)중증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는 '특약2'로 세분화하고 보상한도와 자기부담, 출시시기 등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특약1의 경우 보장한도와 본인부담, 보험금미지급 사유, 심사기준, 할인·할증 등에 있어 4세대와 동일한 보장수준을 유지한다. 중증치료인 만큼 실손보험이 사회안전망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현행 보장을 유지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중증 치료인 특약2는 현재보다 보장수준이 크게 낮아진다. 예컨대 4세대와 비교해 보장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아지고 자기부담률은 30%에서 50%로 높아지는 식이다. 여기에 보험금 미지급 사유는 현재보다 확대되고 비급여 이용량에 따른 할인·할증제도 적용된다.
이에 더해 보험금 지급분쟁이 빈번한 10개 비급여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기준을 신설해 비중증 비급여 심사기준을 강화하는데 활용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비중증·비급여 보장을 축소한 5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4세대 실손 대비 평균적으로 30~50% 가량 인하될 것으로 봤다. 일부 보험사의 시뮬레이션 결과 비급여 보장 중 비중증 항목인 특약2를 포함할 경우에는 4세대 실손 대비 30%, 특약2를 제외할 경우에는 50% 안팎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행 실손보험에 비해 혜택이 크고 갱신이 필요치 않아 보험금 누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1·2세대 가입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실손보험 계약 재매입을 제안했다. 1세대 654만건, 2세대 중 초기 가입 928만건 등 총 1582만건은 약관변경 조항이 없어 계약 만기인 100세까지 변경된 약관 적용이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원할 경우 보험사는 당국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일정 보상을 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계약 재매입 방안을 제시했다. 만일 이같은 방식만으로 초기 실손보험 가입자의 신규 계약 전환에 한계가 있다면 법 개정을 통해 초기 실손보험의 약관변경을 가능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금융당국은 의료기관의 실손보험 보유여부 질문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일부 병원에서 환자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은 뒤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고 과장은 "최근 경실련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60% 가까이가 병원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질문받은 적이 있다고 답변을 했다"며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반영이 되는데 이를 통해 실손보험의 과다 이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의료 현장에서 실손보험과 관련된 민원을 줄여 진료권을 보호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금융위의 초안은 여론수렴과 보험업계 의견 청취, 의개특위 논의 등을 거쳐 추후 최종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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