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탄핵 정국서 ‘신규 원전 알박기’ 시도…조정안 먹힐까

옥기원 기자 2025. 1. 9. 17: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1차 전기본, 원전 1기 줄이고 태양광 일부 늘려
“신규 원전 건설 알박기…폐기해야” 비판
2021년 12월29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신한울원전 3·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발전소 돔은 한울 1·2호기다. 울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2·3 내란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올려진 가운데, 윤 정부가 ‘원전(핵발전) 확대’ 기조로 마련하고 있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애초 새로 짓겠다고 했던 원전 4기 가운데 1기를 줄이는 ‘타협안’을 제시해 국회 보고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짓고 싶어하지만, 야당 일각과 기후환경단체에서 ‘신규 원전 건설 알박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한 ‘11차 전기본 조정방안 검토(안)’을 보면, 산업부는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의견 등을 감안”했다며 기존 11차 전기본의 ‘조정안’을 냈다. 원안(실무안)에 견줘, 2038년까지 태양광 설비용량을 2.4기가와트(GW) 더 늘리는 대신 애초 3기를 새로 짓겠다고 한 대형 원전을 2기(2.8기가와트)만 짓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획대로라면 2038년 발전원별 전력 비중은 원전이 35.1%, 재생에너지 29.2%, 석탄 10.3%, 액화천연가스 10.3%, 수소·암모니아 6.2%, 기타 8.9% 순이 된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중간 단계인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용량 목표치를 원안보다 1.9기가와트 많은 55.7기가와트로 늘리는 안도 제시했다.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쇄로 석탄 발전량이 소폭(1.3TWh)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원전 등 다른 발전 비중에 큰 변화는 없다.

이번 조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비판해온 신규 원전 건설 개수를 줄이는 대신 야당이 우호적인 재생에너지 용량을 확충해, 야당의 동의를 이끌어내 11차 전기본을 확정하기 위한 제안으로 풀이된다. 2024~2038년 국가 전력수급계획인 11차 전기본은 애초 지난해 말까지 국회 산자위 보고를 거쳐 확정됐어야 했지만, 야당의 반대를 받던 가운데 윤 대통령의 내란 사태가 불러온 탄핵 정국으로 표류하고 있다. 산자부는 다음주 화요일(14일) 국회에서 열릴 간담회에서 의원들에게 이번 조정안을 설명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그러나 이 ‘타협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당 일각에선 “신규 원전 건설을 확정하기 위한 산업부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야당 의원실 보좌관은 “현 정권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원전 부흥’ 기조를 이어가고자 하는데, 정권 입장에선 원전 개수를 하나 포기하더라도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 자체를 통과시키는 게 우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안에서) 줄어든 원전 1기(1.6기가와트)만큼의 전력수급계획을 정해두지 않는 한 신규 원전 개수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비판 일변도’로만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다른 의원실의 비서관은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했던 문재인 정부가 당시 원전업계와 보수층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어, 정부 정책을 너무 거부하면 여론과 원전업계 비판이 커질 걸 의식해 조정안을 받아줘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설사 11차 전기본이 확정되더라도, 올해부터 당장 12차 전기본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 “11차 계획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 정부 탄핵심판을 계기로,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과장된 전력 수요를 바탕으로 전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원전 확대의 근거를 마련한 11차 전기본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11차 전기본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 제목의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전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이 2019~2023년 사이 259% 증가한 반면, 원전 용량은 멈춘 상황”이라며 “많은 시간과 건설 비용, 핵폐기물 처리 위험이 있는 원전에 초점을 맞춘 국가전력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토론회에서 “11차 전기본은 전력수급 안정성만을 고려하느라 온실가스 감축과 핵폐기물 처리 등 환경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수립 과정의 투명성조차 확보하지 못해 유명무실해졌다. 폐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발전 설비 등을 수치로 못 박은 경직된 계획 대신, 미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전망(아웃룻) 형식으로 (전력수급계획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