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가 탄생하는 이곳…2025 롯데 신인캠프 현장 [부산야구실록]
살을 에는 듯하다. 칼바람이다. 공기는 얼음장처럼 차다. 그래도 추위 따위 신경 쓸 겨를 없다. 아무도 주전을 보장받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 또는 입대 전 ‘날렸던’ 명성은 잊어야 한다. 프로에선 그저 풋내기일 뿐이다. 죽어라 던지고 잡고 때려야 살아남는다. 나날이 발전하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코칭 스태프 눈에 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1군 무대에 한 번 올라보지도 못한 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다.
9일 롯데 자이언츠 연습 구장인 상동 야구장. 신인 캠프가 한창이다. 한겨울에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탁! 탁! 미트에 공이 꽂히는 묵직한 소리, 깡! 깡! 공을 쳐올리는 방망이 소리가 열기를 더 뿜었다.
오전 체력 훈련과 점심 식사를 마친 선수들이 각자의 공간으로 흩어졌다. 투수들은 실내 돔에서 좌완, 우완으로 나뉘어 캐치볼을 시작했다. 올 시즌 1라운더 김태현과 육성 선수 정선우 등이 좌완 조에 섰다. 우완 조에는 각각 2, 3라운드에 롯데의 선택을 받은 박세현 김현우가 자리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몸풀기 수준이었지만, 투구 수가 늘어날수록 선수들 간 거리도 멀어졌다. 강하고 정확하게 던지기 위해 도움닫기가 필요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투수들은 한 구, 한 구 신중하게 견제구를 던지는 상상을 하며 실전처럼 공을 던지기도 했다. 저마다 스타일이 달랐다. 주형광 투수코치도 가만있지 않았다. 주 코치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투구 자세를 세밀하게 관찰하더니 적절한 타이밍에 원 포인트 레슨을 했다. 투수라고 수비에 소홀할 수 없다. 투수들은 펑고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같은 시각 야외 야구장. 포수 내야수 외야수가 포지션별로 돌아가며 훈련에 열중했다. 야구장 한쪽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공을 받는 4라운더 박재엽, 육성 선수 박건우 박준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롯데의 취약 포지션 포수다.
“이제 공 넣는다.” 박재엽의 고함과 동시에 포수들은 볼 머신에서 튀어나오는 공을 하나라도 뒤로 빠뜨리지 않으려고 팔 가슴 다리를 비롯해 온몸을 뻗었다. “지금 포구 자세 좀 찍어줘.” 휴대전화를 삼각대에 꽂아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투수가 수비도 해야 하듯, 포수는 타격도 잘해야 한다. 신인 포수들은 포구 훈련이 끝나자마자 ‘푸쉬’ ‘푸쉬’ 입소리를 내뱉으며 시원한 스윙을 뽐냈다.
“어이, 너 벌써 실책 2개 쌓았다!” 바로 옆에선 내야수 유태웅 이태경 박지훈이 코치의 펑고를 받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방어 자세를 하면서 공 받아!” 또다시 임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내야수들은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우선은 제자리에서, 그리고 앞으로 뒤로 춤추듯 스텝을 밟으며 제멋대로 튀는 공을 글러브 속에 집어넣었다.
타닥! 깡! 타닥! 깡! 또 한쪽에선 짧고 경쾌한 소리가 쉴 새 없이 차가운 공기를 갈랐다. 군필 외야수 조세진이다. 거포 외야수 유망주로 롯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다. 조세진의 방망이는 칼바람보다 날카로웠다. 육성 선수 오창현은 빠른 발로 ‘황성빈’을 떠올리게 했다. 오창현은 페이크 번트 앤드 슬러시(번트 자세에서 강공으로 전환해 타격)를 반복 연습했다. 이 외에도 김동현 한승현 이상화 등 신인 외야수들은 방망이를 돌리고 높이 뜬 외야 플라이볼을 잡으며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파릇파릇한 신인들의 열정은 실내로 옮겨서도 계속됐다. 하루치 고된 훈련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롯데의 최고 기대주 김태현은 거울 앞에서 섰다. 그는 “상·하체 분리와 하체 밸런스 연습을 하는 것”이라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꼼꼼히 확인했다. 정선우 박세현 역시 끝까지 남아 근육을 풀며 자리를 지켰다. 정선우는 “날씨가 춥고 훈련이 힘들지만 선수들 모두 정말 열심히 한다”며 상동 야구장의 열기를 전했다.
롯데는 오는 25일부터 대만 타이난시에 스프링 캠프를 차린다. 신인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 모두 1차 목표는 스프링 캠프 명단에 드는 것이다. 겨우내 노력의 결과는 곧 판가름 난다.
롯데 신인 캠프의 생생한 현장은 온라인 기사에 첨부된 영상 또는 국제신문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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