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9500만 달러 합의금에도 '시리 엿듣기' 의혹은 부인

윤수현 기자 2025. 1. 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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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동향] 개인정보 무단 수집 의혹 애플, 거액 합의금 지급 합의
음성 데이터 광고 활용 의혹은 부인 "마케팅 목적 사용한 적 없어"
워싱턴포스트 "IT 기업의 개인정보 광고 활용, 도청보다 더 나빠"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 애플 시리(Siri). 사진=unsplash

음성 비서서비스 시리에서 수집된 이용자 음성정보를 광고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애플이 합의금 9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소송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애플은 시리에서 수집된 음성정보를 광고에 활용한 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애플이 이용자 음성정보를 광고에 활용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IT 기업이 맞춤형 광고가 노출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서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음성 비서서비스 시리를 통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았다. 애플은 지난달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제기된 집단소송 해결을 위한 합의안을 제출했고, 최근 합의가 이뤄졌다. 소송 청구인들에게 총 9500만 달러(한화 약 1383억 원)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애플 기기를 사용한 청구인들은 기기 한 대당 20달러, 최대 10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애플은 이용자 개인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애플은 지난 8일 입장문에서 “시리 데이터는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된 적 없으며, 어떤 목적으로도 판매된 적 없다”며 “애플이 시리 녹음 내용을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애플 측은 이번 합의가 이미 해결된 제3자 그레이딩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자 그레이딩은 애플이 외부 업체에 시리 녹음 내용을 보내 품질을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가디언은 2019년 7월 제3자 그레이딩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애플이 의사와 환자의 대화, 범죄 관련 대화, 성적 대화 등을 이용자 데이터와 함께 보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후 애플이 이용자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공유하는 등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소송이 제기됐다. 애플 기기 앞에서 특정 운동화 이야기를 하면 관련 광고가 나오고, 의사와 수술에 대한 상담을 하면 이후 의료 광고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로 소송은 일단락됐다. 다만 이와 별개로 한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시리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과 정보 처리 과정을 살피는 등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애플이 개인정보를 마케팅 회사에 넘겼을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하지만 애플 등 IT 기업이 인터넷 검색 내역 등 개인정보를 광고에 활용하고 있으며, 활용 내역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마트폰이 우리 대화를 도청하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 도청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이보다 더 나쁘다”며 “AI 챗봇, 자동차,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은 이용자 정보를 동의 없이 보관하고, 이를 광고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초프네스(David Choffnes) 노스웨스턴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IT 기업은 이미 엄청난 이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에, 굳이 대화를 엿들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IT기업은 이용자의 인터넷 검색기록, 위치정보 등을 구매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프네스 교수는 맞춤형 광고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에 '스마트폰이 대화를 도청한다'는 의혹을 갖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라고 했다.

초프네스 교수는 “맞춤형 광고에 대한 설명을 봐도 왜 이런 광고가 제공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스마트폰이 대화를 도청한다는) 소름돋는 결론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IT 기업은 디지털 광고가 어떤 식으로 제공되는지, 이용자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며 “기업이 이용자들의 불신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IT 기업들이 이용자 음성을 엿듣는다는 의혹은 이전부터 제기됐다. 2019년 페이스북이 이용자들 메시지 등 음성 대화를 몰래 녹음한 뒤 이를 문자화시킨 사실이 블룸버그를 통해 알려졌으며, 같은해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 역시 이용자 음성 명령을 녹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8월에는 광고회사가 음성 데이터를 수집해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공개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IT매체 404미디어는 온라인 광고회사 콕스미디어그룹이 광고주에 보낸 자료를 공개했는데, 콕스미디어그룹은 “스마트 기기는 대화를 들음으로써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구매 의도 데이터를 알 수 있게 된다. 광고주는 음성 데이터를 행동 데이터와 합쳐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를 타기팅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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