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융자로 도시 재생 : 취지는 좋은데 시장이 너무 굳었다
저리의 도시재생씨앗융자
도시재생활성화지역에 적용
주택 제한도 5년 만에 해제
토지 거래 자체가 줄어든 상황
저리 대출 있더라도 영향 한정적
정부가 '도시재생씨앗' 융자의 범위를 '비주택'에서 '주택'으로 넓혔다. 전체를 주택으로 만드는 건 안 되지만, 최대 절반까진 주택을 섞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낙후된 도심'에 새로운 활력이 깃들길 바라고 있다. 건물주들이 '저리 융자'로 새 건물을 지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변수도, 난제도 많다. 특히 부동산 너무 굳었다는 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2024년 서울 공동주택실거래가지수는 다시 2022년 수준으로 회귀했다.[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9/thescoop1/20250109104230972hwjs.jpg)
집값이 오르던 시기에 낡은 건물은 재개발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낙후한 도심에서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집값이 오를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그래서 정부는 최근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저리 융자를 내줄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골자는 비주택에만 적용하던 융자를 주택까지 늘리는 거다. 이른바 '도시재생씨앗융자'의 확대개편이다. 문제는 이를 통해 도심을 재생시킬 수 있느냐다.
먼저 이 융자가 어떤 대출인지 살펴보자. '도시재생씨앗'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는 '도시재생'을 위한 융자다. 2016년 도심 노후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2024년까진 적용 지역에 제한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쇠퇴도심(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한 지역에 새 건물(신축)을 지을 때만 지원했다. 기준은 전체 바닥면적이 1만㎡(약 3025평) 미만인 상가나 창업시설을 조성한 건물이었다. 전체 바닥면적 1만㎡는 용적률이나 건폐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15층 이상의 오피스텔 건물 한동을 지을 수 있는 크기다.
이렇게 비주택에만 허용했던 대출 범위는 2025년부터 넓어진다. 전체 면적의 절반을 주택으로 채워도 저리 융자를 내준다. 2020년 집값이 한창 오를 때 투기를 우려해 주택복합사업은 제외했던 것인데 5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상가만 조성하면 2.2%의 이자를 지원한다. 상가와 주택을 함께 조성할 땐 잠정 연 4%의 금리를 적용한다. 저축은행의 건설자금대출 금리가 10%대에 육박하는 걸 감안하면 좋은 혜택임에 틀림없다.
입지도 나쁘진 않다. '쇠퇴도심'이라는 단어만 보면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 도시에만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서울에 있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만 52곳(2024년 5월 기준)에 이른다. 서울역 일대나 최근 개발을 예고한 용산전자상가 일대도 속해 있다. 대학가 인근으로 주택 수요가 비교적 높은 성북구 안암동 캠퍼스타운 등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중 한곳이다. 주택이든 상가든 임차 수요가 모두 높은 곳이다.

다만, 이런 도심에 '도시재생씨앗'을 통해 신축 건물이 활발하게 공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토지가 좀처럼 거래되지 않는 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신촌역 일대를 예로 들어보자.
2016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최근 저층상가들이 사라지고 고층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고밀도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어서 지금도 낮은 건물을 부수고 새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이 지역 역시 저리 대출로 건설붐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다. 신촌 일대에서 상가를 주로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 자체가 팔리지 않는데 저리 융자가 나온다고 해서 갑자기 건축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들 있는 건물을 임차하거나 고쳐 쓰려고 하지 신축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도시재생씨앗'의 원래 역할이 공급만은 아니란 점이다. 서민 주거의 안정화를 꾀하고, 자영업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도 갖고 있다. 실제로 '도시재생씨앗'은 저리에 대출을 해주는 만큼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주택과 상가는 임대료를 각각 3%, 2.5% 이상(연 기준) 올릴 수 없다. 공공의 자금을 지원하는 만큼, 주거 세입자나 상가 세입자를 위한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2025년부터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이 해당 주택을 임차할 수 없다는 점도 같은 맥락의 조치다.
이런 이유에서 '도시재생씨앗'이 제대로만 쓰인다면 정부의 기대대로 서민 주거 안정을 지키고 자영업자를 보호해줄 수 있다. [※참고: 국토교통부는 2024년 "성공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민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은 필수"라며 "도시재생씨앗융자를 통해 쇠퇴 지역 상권이 활성화하고 자영업자의 안정적 영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9/thescoop1/20250109104235211dqua.jpg)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도시재생씨앗'이 적재적소에 뿌려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집값이 다시 오르기 전에 임대료 상한 제한이 있는 건물이 더 생겨야 정책적 효과(임대료 상승 억제)가 있을 텐데, 현재로선 건물을 새로 만드는 걸 회피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도시재생씨앗을 받은 건물주들이 공적 조건을 제대로 지킬지도 미지수다. 또다른 공인중개사는 "도시재생씨앗융자에도 여러 제한이 걸려 있지만 현장에선 이를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저리 융자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초의 목표인 공적 기능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거다.
저리 대출을 내주고 임대료 안정을 가져오려는 정부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를 발판으로 도시재생씨앗융자는 늙고 낡은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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