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체포영장 거부하면서 구속영장 응한다는 윤의 궤변

한겨레 2025. 1. 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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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면서, 기소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영장 집행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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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윤갑근 변호사(가운데)가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면서, 기소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수처 수사는 안 받겠지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나 재판에는 응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은 거부하면서 법원 재판은 받겠다니, 이 무슨 궤변인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지지자들이 결집해 자기를 지켜주기를 고대하는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나라야 어찌 되든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을 거부해 온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고, 같이 지내온 경호처 직원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으면서, 공수처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이 발부하면 거기엔 응하겠다고 한다. 체포영장이 공수처 관할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해 발부됐다는 이유로 불법 영장이라고 우긴다. 그런데 어떤 피의자가 이처럼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선택할 수 있나. 어떤 피의자가 영장이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질 수 있나.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 윤 대통령의 말이다. 그런데 왜 본인은 ‘예외’인가.

유례가 없는, 윤 대통령이 제기한 ‘체포영장 집행 이의신청’은 법원에서 이미 기각됐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영장 집행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발부된 영장은 거부하면서 새로 영장이 발부되면 응하겠다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한다면, 그땐 또 다른 걸 시빗거리로 삼을 것이다.

또 불구속 기소하면 재판에는 응하겠다는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내란죄 피의자다. 그의 명령에 따라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들은 전원 구속기소됐다. 이들보다 더 혐의가 무거운 ‘내란 우두머리(수괴)’를 구속하지 않으면 법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전략은 지지자들이 더 결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끌겠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3일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불발 이후 한남동 관저 앞 지지자들의 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6일에는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이 관저 앞에서 열린 ‘체포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극우세력 결집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재 쪽에 ‘2명의 재판관 퇴임에 맞춰 결론 내지 말라’는 요구까지 했다. 헌재를 ‘6인 체제’로 만들어 탄핵심판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다.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내란이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우두머리를 이대로 내버려둔 채 내란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공수처와 경찰은 윤석열 체포영장을 집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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