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태 “조폭보다 못한 尹…‘계엄 옹호’ 의원들, 배지 떼고 한남동 가야”
“전두환 단죄 못해 계엄의 비극 반복…이번엔 반드시 역사적 단죄 이뤄져야”
“헌법 어긴 대통령을 국회의원이 왜 옹호하나…이재명 심판은 국민들의 영역”
(시사저널=이원석·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최다선(6선) 중진이자 친(親)한동훈계의 좌장격으로 평가되는 조경태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경호처를 앞세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시도에 저항한 것에 대해 "조폭보다도 못하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이렇게 거부한다면 대한민국 법치가 과연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계엄의 밤에 국회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가 계엄 해제 결의안에 표결했던 조 의원은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길 순 있어도 그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릴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을 재차 비판했다.
조 의원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40여 명의 의원들이 모이는 등 여당 내 '계엄 옹호' 분위기가 짙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참 가슴 아프고 충격적"이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회의원에게 과연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조 의원과의 인터뷰는 7일 시사저널 사옥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尹, 손바닥에 王자 써도 하늘은 못 가려"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첫 체포 시도가 대통령 경호처의 격렬한 저항으로 무산됐다. 어떻게 봤나.
"윤 대통령의 비겁함과 추함, 또 측은함을 봤다. 대통령은 비상계엄 전부터 '국민 앞에서 숨지 않겠다'고 해왔고, 이후로도 '수사에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막상 체포영장이 떨어지니 아예 숨어버리는 비겁함을 보였다. 강추위 속에 관저 앞에 나가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분들의 안전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오로지 자신의 안전만 생각하고 있는 거다. 또 자신의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나.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당당함이 있는지 묻고 싶다."
윤 대통령과 여권 일각에선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이 위법적이라고 주장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해 준 것 아닌가. 그러면 공수처가 직권남용에 연결된 내란죄까지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대통령 본인이 결백하다면 수사에 응해서 그 주장을 하면 되는데 본인은 숨어서 대리인을 통해 비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조폭보다도 못하단 생각이 든다. 조폭들도 영장이 나오면 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이렇게 거부한다면 대한민국 법치가 과연 제대로 작동될 수 있겠나."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재집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야권에서조차 공수처의 우유부단함을 비판하면서 불신하고 있다.
"공수처를 만들자고 주장한 게 민주당인데 이들은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어쨌든 공수처와 경찰과 군까지 함께 공조 수사를 하고 있지 않나. 그렇기에 영장도 발부된 거라고 보고,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해 좀 더 강한 의지로 나서는 게 맞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대통령이 스스로 자진해서 조사를 받는 거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길 순 있어도 그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릴 수가 없다. 경호처도 국민을 지켜야지 직무 정지된 대통령에 대해 과잉 경호를 해선 안 된다."
지난 6일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겠다며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대통령 관저로 모이기도 했다.
"참 가슴이 아팠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은 분명히 헌법을 어겼다. 늦은 밤에 계엄군이 유리창을 깨고 본회의장으로 침투하려 한 장면을 전 국민, 전 세계인들이 다 지켜봤다. 이에 대해선 여당이 야당보다 더 규탄해야 한다고 보는데 다수 의원들이 한남동 관저에 가 있다는 게 더 큰 충격이다. 국민들이 봤을 때 이들이 헌법기관으로서 자격이 있겠냐는 것에 답해야 한다. 대통령 지키겠다고 표 받은 건 아니지 않나."
친한계로 분류됐던 의원 한 명(장동혁 의원)도 관저에서 포착됐는데.
"그분은 이제 친한계가 아니다. 이미 마음이 돌아선 분이다. 어제 관저에 다양한 분들이 참석했다. 비례대표 의원도 9명 정도가 갔던데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상당히 부적절한 모습이었다고 본다. 어제(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을 국회에서 만나 1시간 정도 대담을 했는데 지난 비상계엄에 대해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행위'라고 정의를 하더라. 즉 계엄은 민주주의를 파괴시키는 행위라는 의미인데, 그런 대통령을 옹호하는 국회의원에게 과연 그 자격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에도 이대로면 정권을 내주게 되기 때문에 보수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주장들이 여권 내에서 계속 나온다.
"6시간의 비상계엄으로 인한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 환율이 너무 올라 기업이 힘들고 주식시장도 황폐하다.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복귀했을 때 비상계엄을 또 하면 어떻게 되겠나. 또 향후에 정권을 잡은 누군가가 또 계엄을 하면 어쩔 건가. 최근 아쉽다는 생각이 든 건 과거 사형 선고를 받았던 전두환에 대해 역사적으로 단죄가 있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기에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거라고 본다. 계엄으로 이렇게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부분에 대해 분명한 역사적 단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당, 국민 받들면 분명히 기회 있어"
계엄 이후 오히려 당 지도부를 비롯해 국민의힘이 친윤(親윤석열)계 중심으로 뭉치면서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
"친윤 정당이든 뭐든 다 좋다. 그런데 계엄 당시 포고령 1호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것이었고, 윤 대통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아닌가. 국회를 해산시키려 한 것이다. 왜 자신들에게 재갈을 물리려 하고 정치 활동을 못 하게 하려 한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나.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옹호하려는 세력, 그런 정치인이 있다면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한남동에 가서 호위무사 역할을 하면 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와 국민의힘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상식은 비상식을 이긴다. 국민의힘이 가야 할 방향은 지극히 상식적인 방향이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말끔히 정리를 해야 한다. 비대위가 꾸려지기 전에 제가 주장한 건 대국민사과와 1호 당원인 윤 대통령과의 분리다. 이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우리 당에 과연 미래가 있겠나. 지금이라도 당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난다면 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지금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평가나 심판은 다 국민들이 하는 거다. 우리는 민주당을 보고 정치해선 안 된다. 국민만 보고 가면 된다."
민주당에서 최상목 권한대행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까지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고 미적거렸기에 인정할 수 있으나 최 대행은 2명의 헌법재판관은 임명하지 않았나. 이제는 민주당이 탄핵의 티읕자도 꺼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추진하면 민주당에 역풍이 불게 될 거다. 오히려 비상계엄에 대한 정당성만 확보해 줄 수 있다는 거다. 민주당 역시 역사적으로 죄를 짓게 되는 길이라고 본다. 이제는 정치권이 정치적인 쟁점화가 되는 것들에 대해 숨 고르기를 하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경제를 챙기고 외교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해선 최근 국회 측의 '내란죄 철회'가 논란이 됐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의식해 탄핵 시기를 앞당기려는 민주당의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패착인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온전하게 보지 않고 있지 않나. 다만 이에 대한 논란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내란죄가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 이런 문제를 정치권에서 논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오로지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의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빠르게 진행할 거라고 본다. 비상계엄에 대한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부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 탄핵심판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여당 내에서 가장 경계하는 부분은 이대로면 이재명 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된다는 부분이다.
"이재명이 되고 안 되고는 국민들이 선택하는 거지 왜 자기들이 선택을 하나. 어제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놀란 또 한 가지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복원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국민들이 위대하는 의미다. 국민을 믿고 가는 게 맞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되나 안 되나. 남을 먼저 탓하기 전에 우리의 잘못을 먼저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도 좀 정리가 돼야 하는 거 아니겠나. 범죄자 출신의 전과 있는 분이 뭘 하겠다고 해봐야 국민들이 용납하겠나. 우리 당 입장에선 앞으로 국민을 위하는 보수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해나간다면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동훈 발언권 높아질 시점 얼마 남지 않아"
여당 내 상황과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구도 있는데.
"예측 내지는 분석을 하자면 지금은 한 전 대표가 목소리를 낼 분위기는 아니다. 당의 절대다수, 3분의 2 이상이 친윤으로 뒤덮여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시점이 되면 한 전 대표의 발언권도 높아질 거라고 보고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한 전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 입장에선 또 하나의 뇌관이 남아 있다고 본다. '명태균 리스트'(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유착 의혹)다. 거기서 어떤 문제들이 커질지 아무도 모른다. 아직 하나의 고비가 더 남은 거다.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가 어려울 거다. 지금 거론되는 인물들도 훌륭하지만 많은 분들이 나와서 당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기회로 이뤄지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 당이 다음에도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계속해서 당론과 배치되는 결정과 입장으로 부담이 클 것 같다. 앞으로도 소신을 지켜나갈 생각인가.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주어진 사명은 국민을 보고 뚜벅뚜벅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선 의원이 되면 당내에서 주어지는 여러 이점과 기회, 소위 말하는 기득권이 생기게 돼 있다. 그러한 사익보다는 마음속에서 움직이는 양심에 따라 정치를 해나갈 계획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무기수 김신혜, 재심서 ‘무죄’ - 시사저널
- 법원, ‘명문대 마약동아리’ 회장에 징역 3년 선고…“사회적 악영향 커” - 시사저널
- ‘50억 클럽’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1심 벌금 1500만원 - 시사저널
- [단독] 검찰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모친 위해 회사 차량 사적 유용” - 시사저널
- 친분도 없는데 왜?…고시원 이웃여성 살해한 40대 ‘자수’ - 시사저널
- 돈 문제가 불러온 비극…술 마시다 남편 살해한 50대 여성 - 시사저널
- 송영길, 1심서 징역 2년 법정구속…‘먹사연’ 유죄·‘돈봉투’ 무죄 - 시사저널
- 주진우, 헌재 향해 “재판관 임기에 맞추는 재판, 세계 어디에도 없어” - 시사저널
- 국민의힘 지지자 65% “부정선거 있었다”…10명 중 8명 “내란죄 아니다” - 시사저널
- 정부가 유일하게 임명 보류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마은혁은 누구?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