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2’ 이병헌 “프론트맨이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제가 틀렸어요”
비관의 끝인 인물이 게임 통과했다고
뛸 듯 기뻐하며 웃는 연기 ‘깊은 고민’
“완성작 보고나니 황동혁이 맞았어요”

<오징어 게임> 신드롬에 다시 불이 붙었다. 3년 만에 공개된 시즌 2는 지난달 26일 공개 직후 2주 연속 글로벌 시청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시즌 2 인기에 힘입어 시즌 1이 상위권으로 역주행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는 중이다.
35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 이병헌(55)에게조차 이 같은 세계적 규모의 반응은 놀라운 일이다.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관심”이라며 웃었다.
게임 총지휘자 ‘프론트맨’을 연기한 이병헌은 지난 시즌에서 ‘카메오’였다. 시즌 내내 가면을 쓰다 동생 준호(위하준)와 대면하는 마지막 장면에서야 비로소 얼굴을 보인다. 과거 게임 우승자 출신이라는 전사도 아주 짧게 언급될 뿐이다.
그러다 시즌 2 제작이 논의될 무렵인 2022년, 황동혁 감독이 제주에 머물고 있는 이병헌을 찾아왔다. 당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 중이이었다. 노련한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 시즌 2에서 프론트맨 인호가 중심이 될 것을 직감했다. 우승자 기훈(이정재)을 제외한 출연자가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시즌 2는 프론트맨의 전사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그가 어떻게 게임에 참여하고 또 프론트맨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요. 그런데 나중에 ‘현재진행형’인 대본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13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 거죠. 황 감독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이에요.”
‘오영일’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에 참가한 프론트맨 인호는 기훈(이정재)과 가까워지며 그를 뒤흔든다. 기훈에 동조해 ‘게임 중단’에 표를 던지는가 하면, 기훈이 반란을 기획할 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거냐”며 정곡을 찌른다. 함께 팀을 이뤄 게임하며 뛸 듯이 기뻐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기훈을 싸늘하게 바라본다. 속을 알 수 없는 미묘한 인물인 만큼 이병헌의 탁월한 표현력이 중요했다. 이병헌도 영일을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프론트맨은 게임 우승 후 비관의 끝을 달리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아무리 연기라 해도 게임을 통과했다고 웃음이 나올까 싶었어요. 하지만 감독은 그가 보여주는 긴장이나 환희가 재미를 더할 거라고 했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고나서 든 생각은 ‘황 감독이 맞았다’는 거였죠.”

기훈과 프론트맨은 닮은 구석이 많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게임에 참가했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겨 우승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른 길을 걷는다. 기훈이 인간의 선함을 믿는다면 프론트맨은 이를 부정한다. 기훈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프론트맨은 그런 기훈의 신념을 무너뜨리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다. 이병헌은 프론트맨이 기훈과 달리 게임에서 이기고도 게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짐작한다. “프론트맨은 게임을 하며 인간의 밑바닥을 봤을 겁니다. 그에겐 희망이 없어요. 비관적인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 게임 세상에 사는 거예요.”
이병헌은 이미 200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지 아이 조> 시리즈, <터미네이터 5> 등 굵직한 액션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려왔다. 하지만 이미 잔뼈가 굵은 그에게도 10여 년 전과 ‘K콘텐츠 붐’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미국에 가면 아무도 저를 못 알아봤어요(웃음). 이번에 프로모션 차 미국에 갔다 정말 큰 환대를 받았는데, 할리우드 작품이 아니라 한국어로 연기한 한국 작품으로 받았단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감개무량하죠.”
지난 6일 열린 제82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작품상(TV시리즈 드라마 부문) 후보에 올랐다. 수상엔 실패했으나 아직 공개도 안된 시리즈가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작품에 대한 현지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보여준다. 시즌 2가 본격 흥행가도에 오른 지금, 이병헌의 연기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벌써 흘러나온다. 이정재 역시 2022년 에미상을 비롯한 주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바 있다.
“(받는다면) 그런 영광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나름대로 마인드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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