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목숨 걸고 훈련 … 아픈 것보다 지는 게 더 싫어"
UFC 데뷔부터 3연승 했지만
부상·군 복무·부진 이어지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공백
샌드백 치기·섀도 복싱부터
기본기 다져 2연승으로 부활
다음 맞붙고 싶은 상대는 미첼
마음먹으면 10㎏도 금방 빼
언제든 경기할 수 있도록 준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34)가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UFC 옥타곤(팔각링)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두호는 선수 생활 최고의 위기를 대변혁의 기회로 만들었다. 기본기를 다시 다듬고 다양한 기술까지 연마한 그는 지난해 7월 빌 알지오(미국)에 이어 12월 네이트 랜드웨어(미국)까지 제압하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두호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가 다시 승리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기회가 찾아왔고 그것을 잡아 다시 승리의 기쁨을 맛보게 됐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014년 UFC 데뷔전부터 2016년까지 3연승을 달렸던 그는 차세대 페더급 챔피언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6년 12월 당시 랭킹 4위였던 컵 스완슨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 12월 한국 대회에서도 패배의 아픔을 겪은 그는 부상, 군 복무, 부진 등이 겹쳐 2023년 2월까지 옥타곤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세계 최고의 파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던 그는 실패를 자양분으로 삼고 연습에 매진했다. 이때 가장 신경 쓴 건 기본기다. 파이터로서 벼랑 끝에 몰려 있던 최두호는 부활을 도울 비장의 무기가 기본기라고 판단했고 샌드백·미트 치기, 섀도 복싱, 줄넘기 등을 매일 꾸준히 했다.
그는 "사실 연패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 기본기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와 스텝 등 모든 게 엉망이었다. 복싱과 킥복싱 등을 겉핥기식으로 하고 있던 나를 발견했고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UFC 공식 랭킹 15위 안에 자리했던 최두호에게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평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이었다. 기본기를 다지지 않고 상대를 이기는 데 필요한 기술 습득에만 집중했던 그는 결국 한계에 이르렀다.
최두호는 "대충 하고도 성적이 잘 나와서 나도 모르게 기본기를 무시했던 것 같다. 제대로 해보니 기본기가 갖고 있는 힘을 알게 됐다. 복싱과 킥복싱, 무에타이 등도 다시 처음부터 연마했다. 3년에 걸쳐 기본기를 완벽하게 다졌는데 지금 그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가장 재미없고 하기 싫은 훈련이 기본기 훈련이다. 하지만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이제는 절대 게을리할 수 없다"며 "기본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못해도 90%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기술 없이 잘할 수 있어도 기본기가 부족하면 절대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두호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불안에 떨었던 3년을 자신의 인생을 바꾼 특별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에 '최두호는 끝났다, 더 이상은 힘들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 나 역시도 내 인생에서 잃어버린 3년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기에 나서지 않고 꾸준히 훈련한 덕분에 기본기를 쌓게 됐다. 또 상대에게 맞춰 훈련하지 않아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게 됐는데 진정한 격투기 선수로 새롭게 태어난 특별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로 UFC 11년 차가 된 최두호는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맞았을 때 아픈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픈 것보다 내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경기를 하다가 팔이 부러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주먹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파이터라서 그런지 아픈 것보다 지는 게 더 싫다"고 설명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탁월한 능력으로 체중 감량을 꼽았다. 그는 "자주 하다 보니 체중을 빼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10㎏ 정도는 금방 뺄 수 있다"면서 "하루의 운동량, 빼야 하는 체중 등 목표를 정하지 않는 게 내 비결이다. 이렇게 되면 평소보다 자연스럽게 운동량이 늘어나 체중이 쉽게 빠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징크스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최두호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훈련이 끝나면 하루 종일 힘이 없고 아무리 먹어도 살이 빠진다. 그만큼 훈련 강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다"며 "목숨을 걸고 몇 달간 한 경기를 준비하는데 징크스에 발목을 잡히는 게 너무 억울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내 인생에 징크스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 누구와 맞붙을지 모르는 만큼 최두호는 지난해 12월 랜드웨어전이 끝난 뒤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경기 일정이 갑자기 내일 잡힐 수도 있는 만큼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정해진 다음 일정이 없다고 해서 휴식을 취하면 준비 과정이 두세 배 더 힘들어진다. 앞으로도 언제 누구와 맞붙어도 지지 않을 만큼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맞붙고 싶은 다음 상대로 브라이스 미첼(미국)을 지목한 최두호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진화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UFC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잘하는 괴물같은 선수들을 쓰러뜨려야 한다. 지난 10년간 갈고닦은 게 지금의 나다. 강점이라고 생각되는 타격을 조금 더 날카롭게 가다듬고 약점으로 꼽히는 수비 능력을 보완해 연승 행진을 이어가보겠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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