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끼리 싸우는데 돈벌이만"…피해자 '강퇴'시킨 의사 커뮤니티

박정렬 기자 2025. 1. 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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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메디스태프와 같은 폐쇄형 의사 커뮤니티의 제재 필요성이 대두된다. 의정 갈등 이후 복귀 의사, 미휴학 의대생을 향한 무분별한 비방, 욕설, 신상 정보 공개가 자행돼 피해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사법당국이 구속 수사 등 초강수를 두는데도 의사들의 '선 넘는' 발언이 계속되면서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지난 1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의 유족을 비난하는 글이 인기 글에 올라 거센 논란이 일었다. 제주항공 참사에서 어머니를 잃은 20대 의대생 아들의 인터뷰 기사를 다룬 글이다. 인터뷰에 응한 아들은 "어머니가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1년 더 공부하기를 원치 않으실 것"이라며 슬픔을 억누르며 임시 텐트에서 시험공부를 한다고 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대다수 의대생이 학교를 떠난 상황에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미휴학의 '근거'가 되면서 조리돌림이 시작됐다.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이 글에는 휴학하지 않은 의대생, 사직하지 않은 전공의를 비하하는 '감귤'이란 용어를 쓰며 "감귤 평균"이라거나 "역시 감귤 존경스럽다" 등 비난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감귤 낳은 게 이미 죄"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나"처럼 고인을 욕하는 내용도 확인된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주공항 참사에 대한 의사 커뮤니티 끔찍한 인기글'이라는 제목의 폭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폐쇄형 커뮤니티 '메디스태프'를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내부 폭로를 결심하게 됐다"고 썼다. 메디스태프는 캡처가 불가능한 데다, 게시글에 워터마크가 박혀 있어 촬영 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를 모두 검게 칠했다고 한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메디스태프 등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복귀 의사에 대한 신상정보가 무차별 공유되며 조롱하고 비난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사직 전공의 신분이었다가 한 종합병원에 취업했다는 의사 A씨는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의사들 커뮤니티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취업 과정에 전공 분야를 바꾼 것으로 오해를 샀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가 공개한 메디스태프의 게시글과 댓글을 보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데 맞나?" "동료 등에 칼 꽂고 신나?" "자살 추천한다. 동료 등에 칼 꽂는 놈"이라며 비난하고 모욕하는 글이 다수다. 심지어 "애미 XX, 애비 XX", "자식 교육 잘못해서 죄송합니다. 더 두들겨 팼어야 하는데"와 같이 부모마저 입에 담기 힘든 욕설로 비하하고 있다.

이런 글들이 3000여명의 복귀 전공의와 교수, 의대생 등의 실명과 학번, 근무지, 의사면허,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 유포한 '의료계 블랙리스트' 피의자가 검거된 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응급실 근무 의사마저 '부역자'라며 조롱한 '의료계 블랙리스트'의 시초 역시 메디스태프로 알려진다. 이를 만든 사직 전공의들이 연이어 구속돼 수사·재판을 받지만 '악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메디스태프를 통한 욕설, 비방 등이 계속되는 데는 업체 책임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메디스태프는 지난 2월 공지에서 "경찰에서 특정 글에 대한 게시자 정보를 알려달라는 협조 요청이 있었고 저희는 거부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4월에는 글 작성 시점에 72시간이 지나면 작성자를 특정할 수 없게 '보안'을 강화했고 이제는 이 시간을 24시간으로 더 축소했다. 이후 메디스태프 게시판에는 '블랙리스트'를 포함해 "국민 뒤져도 별 상관없다" "매일 1000명씩 죽었으면 좋겠다" "조선인이 응급실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음"과 같은 '막말'이 올라왔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 및 의대생의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병원 복귀 등을 이유로 '조리돌림' 당한 피해자들은 역으로 메디스태프 측으로부터 '강제 탈퇴'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에 신고한들 24시간 이내 작성자 정보가 사려져 가해자를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한데, 직접 증거를 수집하지도 못한 채 피해자들은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이들은 "비속어 사용 등은 일시 정지만 하고, 전공의 파업에 반대하는 글을 쓰면 영구 정지해서 접근을 원천 차단한다"고 분노한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B씨는 "공지 내용을 보면 대놓고 경찰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것"이라며 "같은 의사들이 서로 욕하고 싸우는데 판을 깔아주고 광고로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거냐"라고 분개했다. 이어 "텔레그램 CEO도 범죄 행위를 조장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것처럼 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의사 커뮤니티의 '자정 작용'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신상 공개되고 욕 들을까 봐 복귀를 못 하는 전공의, 의대생도 많다. 이대로면 올해도 의료공백이 계속될 것"이라 우려했다.

A씨가 공개한 의사 커뮤니티 탈퇴 처리 안내 메시지./사진=네이버 블로그 캡처


메디스태프는 이에 대해 신고, 삭제 건 누적 시 일정 점수 이상이면 3일 글쓰기를 제한하는 등 제재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들을 탈퇴시킨 것은 내부 게시글을 외부로 유출하는 등 이용약관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비속어 사용 등 다른 이용약관 위배 사항에 대해서도 글 삭제, 정지 및 탈퇴 처리를 적극적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의정 갈등 이후 게시글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신고, 글 삭제, 문제 작성자 계정 정지 및 탈퇴, 영구탈퇴 등의 조치 건수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메디스태프는 "의사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상 회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사법당국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항상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속어, 실명 사용 시 글쓰기가 자동 제한되는 '인공지능 필터' 기능을 이번 달 내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비방, 혐오 글과 같이 이용약관을 준수하지 않는 사용자나 게시글은 지속해서 관리할 것"이라 덧붙였다.

명예훼손,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고소된 기동훈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 대표가 지난해 8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메디스태프는…
메디스태프는 의사면허증 등으로 인증을 거쳐야 가입이 가능한 비대면 커뮤니티(플랫폼)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대한의사협회 이사 등을 역임한 기동훈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대표다. 게시글 복사나 화면 캡처가 금지되는 등 폐쇄성과 익명성이 강하다. 만약 캡처 등을 시도하면 워터마크가 찍혀 유포자를 쉽게 적발할 수 있다고 한다. 5만5000여명의 의사 및 의대생들이 가입했으며 일간 활성 이용자는 2만여명이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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