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라면 싣고, 노란봉투에 77만원 담아…얼굴 없는 기부 행렬

박수혁 기자 2025. 1. 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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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를 맞아 강원도 곳곳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성금을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에는 한 익명의 기부자가 영월군 북면사무소 앞에 '면장님, 어려운 분들께 나눠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와 함께 라면 60상자(200만원 상당)가 놓고 사라졌다.

평창 대화면에서는 지난달 20일 익명을 요청한 기부자가 면사무소를 찾아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현금 5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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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좋은 일 생길 때마다 조금씩 모은 돈”
지난달 27일 한 시민이 춘천시 동내면사무소를 찾아가 전달한 노란 봉투와 현금. 봉투 안에는 지폐와 동전 77만1420원이 들어 있었다. 춘천시 제공

연말연시를 맞아 강원도 곳곳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성금을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 시민이 춘천시 동내면사무소를 찾아가 두툼한 노란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지폐와 동전 등 77만1420원이 들어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기부금 처리를 위해 인적 사항을 물었지만 기부자는 완곡히 거절하며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모은 돈이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지난달 24일 새벽 익명의 기부자가 원주시 단계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라면 20상자를 쌓아두는 모습. 원주시 제공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달 24일 새벽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원주시 단계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아가 라면 20상자를 쌓아두고 사라졌다. 편지나 쪽지 등이 없는 걸 확인한 직원들은 누가 라면을 놓고 갔는지 수소문했지만 주인공을 찾지 못했다. 결국 폐회로텔레비전(CCTV)까지 확인한 직원들은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라면이 쌓인 트럭을 몰고 온 장면을 포착했다. 이 남성은 트럭에 쌓여 있던 라면 상자를 현관 앞으로 옮겨놓고 자취를 감췄다. 단계동 관계자는 “폐회로텔레비전을 확인해보니 익명의 기부자라는 생각이 들어 더는 주인공을 찾지 않기로 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따뜻한 손길로 주위의 이웃을 살핀 익명의 후원자께 감사드린다. 관내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복지사각지대 등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태백 장성동에서는 지난해 11월 80대 어르신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1년 동안 모은 동전과 지폐 등 8만4920원을 기부했다. 태백시 제공

태백 삼수동에서도 지난달 26일 익명의 기부자가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와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100만원을 전달하고 사라졌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2022년부터 3년째 지역사회를 위해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태백 장성동에서는 지난해 11월 80대 어르신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1년 동안 모은 동전과 지폐 등 8만4920원을 기부한 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어르신은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에 동전과 지폐를 모았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한 익명의 기부자가 영월군 북면사무소 앞에 ‘면장님, 어려운 분들께 나눠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와 함께 라면 60상자(200만원 상당)가 놓고 사라졌다. 영월군 제공

지난 6일에는 한 익명의 기부자가 영월군 북면사무소 앞에 ‘면장님, 어려운 분들께 나눠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와 함께 라면 60상자(200만원 상당)가 놓고 사라졌다. 평창 대화면에서는 지난달 20일 익명을 요청한 기부자가 면사무소를 찾아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달라”며 현금 50만원이 든 봉투를 전달했다.

전원표 대화면장은 “해마다 익명 기부자들의 후원과 보이지 않는 선행 덕분에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기부자들의 마음이 복지 사각지대 이웃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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