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에게 직접 들어본 아케인 비하인드 스토리

※ 기사에는 아케인 시즌2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24년 11월 23일 라이엇 게임즈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이 완결됐다. 아케인의 감상평은 시청자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만큼 호불호가 갈렸지만 기자는 이야기의 마지막 순간까지 몰입해서 시청했다.
아케인 시즌2는 시즌1보다 뇌리에 남는 명장면이 많았다. 특히 성우들의 열연과 더욱 발전한 연출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클라이막스 직전에는 숨죽이며 이야기의 끝을 기다리기도 했다.
시즌2에서 가장 입체적인 변화를 겪은 등장인물 중 하나는 '빅토르'다. 그는 시즌1에서 제이스를 돕는 조력자이자 친구로 등장했다. 스토리 과정에서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이는 변화를 보였고 그 결과 시즌2에서 기계화의 전령관으로 각성한다.
인간과 거리가 멀어진 빅토르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담담한 어투로 말하지만 이미 답이 정해진 단호함과 본인의 이상을 강제로 세상에 전파하려는 강압성은 이전과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느끼게 만들면서도 답답했던 행동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이렇게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데는 빅토르 북미판 성우를 맡은 배우 '해리 로이드'의 공이 컸다. 그는 빅토르의 특징을 목소리에 담아내기 위해 직접 다리를 절면서 연기했다. 현실적인 울림이나 행동에서 오는 소리가 몰입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접한 게임톡은 아케인 시즌2의 감동과 추억을 다시 돌아보기 위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애니메이션 배역은 아케인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랐을 텐데 소감이 궁금하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 성우 역할을 맡은 사례는 아케인이 처음이다. 목소리를 연기하는 과정도 기존과는 달랐다. 몸짓이 아닌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세세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이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재미가 있었다.
Q. 평소 LoL이나 TFT와 같은 라이엇 IP 게임을 즐기는가?
게임을 해보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라이엇 게임즈 오프라인 행사에 직접 참여해 LoL이나 TFT를 즐겨봤는데 스스로 봐도 실력이 너무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데모 버전을 선보였던 격투 게임인 '2XKO'은 정말 재미있게 즐겼다.
Q. 아케인 시리즈 내 빅토르 배역 섭외를 처음 확인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처음에는 "대체 뭘 해야 하는 거지"라는 고민이 들었다. 굉장히 유명한 게임이자 IP라는 건 알았지만 이 안에서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캐스팅 제의가 왔을 때는 이미 시즌1 에피소드들이 전부 제작돼 있는 상태였다. 여기서 빅토르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생겼다. 모두 확인한 후에는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Q. 아케인 시즌2를 모두 감상한 후 소감은?
두 가지 감정으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지는 행복이다. 좋은 역할을 맡고 훌륭한 작품의 마무리를 함께할 수 있었음에 너무나 행복했다. 다른 한 가지는 슬픔이다. 시즌2를 마지막으로 아케인 이야기는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애착을 가졌던 작품의 완결인지라 아쉬우면서도 슬픈 감정이 교차했다.

Q. 시즌1과 시즌2 빅토르는 사실상 다른 캐릭터다. 이를 연기할 때는 어떤 영향이 있었나?
아케인에서 빅토르에게 큰 변화가 생기는 사건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스카이의 죽음, 두 번째는 제이스와의 갈등이다. 표현이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의회가 공격당한 이후 신체적인 변화를 겪었던 시기다. 로봇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인간도 아닌 빅토르를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Q. 배우는 역할에 따라 다이어트나 체중 증가 등 의도적으로 체형을 변경할 때가 있다. 빅토르는 매우 마른 체형의 캐릭터인데 실제로도 다이어트를 진행했는가?
굉장히 재미있는 질문이다. 빅토르는 매우 마른 체형을 가진 캐릭터다. 음성 녹음은 몇 년에 걸쳐 각기 다른 장소에서 꾸준하게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작품에도 출현하며 체격이 자주 변했다. 빅토르를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별도로 조절하거나 하는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조금 신경 쓴 요소가 있다면 작품 내에서 빅토르는 다리가 불편한 캐릭터다. 실제로 음성을 녹음할 때도 직접 다리를 절면서 진행하면 현실적인 울림이나 행동에서 오는 소리들이 사실적으로 담기지 않을까 고민했다. 이로 인해 연기를 할 때 일부러 다리를 절면서 녹음을 한 적이 있다.
Q. 빅토르를 연기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즌2 에피소드 2화다. 빅토르가 새로운 육신을 얻은 후 자운으로 떠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작중 표현을 빌리자면 일종의 '빅토르 왕국'이 열린다.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처음 스케치를 봤을 때 확 하고 꽂히는 울림이 있었다.

Q. 빅토르가 작품 후반부 기계화의 전령관이 된 시점에서 목소리에 기계음이 가미되기 시작한다. 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나?
많은 시청자가 예상한 대로 기계적인 효과음이 사용됐다. 이 때 성우로써 집중했던 요소는 빅토르 대사에 담긴 감정 표현이다. 이를 '감정적 분리'라고 말하고 싶다. 후반에 다다를수록 점점 기계에 가까워지는 빅토르는 '인간'이라는 정체성에서 감정이 분리될 수밖에 없다.
이를 표현하는 목소리도 중요했지만 효과음이 갖는 강도에 대해서도 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빅토르라는 캐릭터는 예를 들어 분노라는 감정을 표현했을 때 격하게 표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평범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에 어느 정도의 기계음으로 표현할지 많은 고민을 거쳤다.
Q. 아케인을 작업하며 다른 캐릭터 성우들과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케인에 등장한 다양한 성우들이 서로의 일정에 맞춰 세계 각국에서 작업을 진행했기에 바로 옆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며 작업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가장 많은 접점이 있던 제이스와도 서로가 녹음한 음성들을 나중에 확인하며 "이런 식으로 진행했구나"와 같았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면 중반부 빅토르의 신도로 등장하는 '허크' 관련 이야기다. 중간에 허크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빅토르를 볼 수 있다. 이를 녹음할 때는 우선 허크 음성을 녹음한 후 빅토르 음성을 추가로 덧입혔다. 한 캐릭터에서 동시에 두 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Q. 아케인을 관통하는 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아케인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스토리가 제공하는 다채로운 경험이다. 스토리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요소는 '가족'과 그에 관한 '유대감'으로 정의할 수 있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단어적인 의미가 아닌 에코와 파우더, 제이스와 빅토르, 징크스와 이샤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저마다 다른 서사로 가장 큰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Q. 시즌1에서 좌절에 빠진 제이스를 도와준 주역은 빅토르였다. 만약 본인이 빅토르였다면 무슨 선택을 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스스로 빅토르만큼 용감하거나 도전 정신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빅토르가 그러한 선택을 한 배경은 명확하다고 본다. 빅토르는 하이머딩거에게 신세를 지는 상태가 아닌 개인이 가진 사명감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캐릭터다.
이로 인해 모두가 반대하는 마법 공학에 관해서도 "동전의 한 면보다는 양면에 집중해야 한다"라는 스탠스를 가졌다. 빅토르는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Q. 아케인 시리즈나 다른 LoL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있다면 맡아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가?
무슨 역할이든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아케인의 후속작, 아니면 그에 연관된 다른 시리즈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빅토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캐릭터를 소화해 보고 싶다. 가령 블리츠크랭크, 티모와 같은 색다른 캐릭터들을 맡을 수 있다면 즐겁지 않을까 싶다.
Q. 아케인 제작을 함께한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작업을 진행하며 서로 직접 만나기보다는 목소리를 통해 소통할 때가 많았다. 성공적인 시리즈 마무리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고 싶다. 다른 행사들을 통해서도 아케인 제작을 함께 했던 동료들을 종종 만나고는 한다. 기회가 된다면 벤더가 운영하는 '마지막 한 잔'에서 즐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Q.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한국 팬들이 빅토르에 대해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그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두 번에 걸친 아케인 시즌에 모두 참여해 성우로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한국에 와서도 직접 라이엇 게임즈 본사 건물을 둘러보며 잊지 못할 경험들이 너무나 좋았다. 라이엇 게임즈와 한국 팬 여러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마무리로는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빅토르 왕국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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