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어떻게 죽는가 [민주주의자의 독서 시간]

서복경 2025. 1. 8. 06:3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앞으로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2024년 12월3일 전후로 나뉠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시험은 이런 인물이 등장하는가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나서서 이런 인물이 당내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이들에 대한 지지와 연합을 거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당의 민주주의자를 지지하거나 연대함으로써 이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가이다.

지금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자 모두가 나서 12월3일 시작된 내란 사태를 종결시키려 노력 중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몇 달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시간을 견디며 민주주의와 한국 사회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모았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펴냄

앞으로 한국 민주주의 역사는 2024년 12월3일 전후로 나뉠 것이다. 그날 시작된 내란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 글을 쓰는 12월24일 현재 시점까지, 내란을 기획하고 명령한 자는 여전히 대통령실에 뻔뻔하게 들어앉아 있다. 그자가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소집했던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중 다수도 아직 장관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자를 대통령 후보로 내놓았고, 그자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집권당 정치인으로서 지위를 누리던 그 당 선출직 공무원 다수는, 자신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도 당당하다.

이런 순간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How Democracies Die〉를 세 번째 읽었다. 우리말 번역서 제목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이 순간 너무 한가롭게 느껴진다. 2024년 12월3일 이후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단칼에 죽여버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매일매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18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그해 국내에도 번역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2016년)을 이해해보려고 처음 읽었다. 대체 그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트럼프라는 반(反)민주주의자가 대통령직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내 발등에 곧 불이 떨어질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남의 나라 민주주의를 걱정하면서 여유롭게 읽은 기억이 난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윤석열이 대통령직에 취임하고 5개월쯤 지난 시점이었다. 이미 내 발등에 불이 떨어져 모락모락 불길이 솟던 시점이라, 다급한 마음으로 꼼꼼히 줄을 쳐가며 다시 읽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지금 내 발등에 불이 예삿일이 아니구나’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세 번째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란 사태를 미리 알고 써놓은 극본 같다고.

세상의 모든 책이 그렇지만, 이 책도 볼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다르다. 이 순간 내게 콱 박히는 구절이다.

민주주의 기반이 아무리 튼튼하다 해도 극단주의자는 어느 사회에나 있기 마련이다. (중략)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시험은 이런 인물이 등장하는가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나서서 이런 인물이 당내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이들에 대한 지지와 연합을 거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당의 민주주의자를 지지하거나 연대함으로써 이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가이다. (중략)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책 13쪽)

지금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자 모두가 나서 12월3일 시작된 내란 사태를 종결시키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기성 정당이 윤석열이라는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았을 때부터 우리 민주주의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제야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뿐이다. 갈 길이 멀다.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함께 읽고 앞날을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복경 (정치학자·더가능연구소 대표)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