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성장 해결하기 위해 ‘無자녀세’ 도입 검토해야”

곽창렬 기자 2025. 1. 8.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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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석학 인터뷰] [2] ‘인구경제학 대가’ 찰스 굿하트
찰스 굿하트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낮은 출산율이 한국 경제에 어려움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찰스 굿하트 제공

“앞으로 2년간 강달러가 유지되다가, 2027년쯤 달러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시·금융 경제학계의 세계적인 석학 중 한 명인 찰스 굿하트(88) 런던정경대(LSE) 명예교수는 최근 본지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달러의 운명을 진단했다. 그는 ‘굿하트 법칙’으로 유명하다. 이 법칙은 정책 담당자가 통화량이나 주택 가격 같은 경제지표를 낮추거나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 해당 지표는 경제지표로서의 가치를 잃는다는 내용이다. 그는 인구경제학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2021년 ‘인구대역전’이라는 저서를 통해 앞으로 변할 인구 구조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령화로 인해 의료비나 사회복지 서비스 비용 등이 오르다 보니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저성장에 대해 “0.7명에 불과한 낮은 출산율이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그 해법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높은 세금을 물리는 이른바 ‘무자녀세(無子女稅)’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올해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세계 경제에는 각종 정치 상황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 긴장도 누그러지면 세계 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경제는 향후 2년 동안 저물가에 고성장이라는 최고의 상황을 맞게 된다. 트럼프는 금리를 낮춰 자신이 원하는 재정 정책을 펼 수 있게 된다. 트럼프 초기 2년 동안 미국 경제는 매우 성공적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전 세계가 미국 달러 강세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달러는 2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러다 2026년쯤 되면 트럼프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인상을 억제하라고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이 억제되면 달러 가치는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 내내 호황일까.

“2026년 말부터 물가가 폭등하면서 미국 경제가 매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내세운 세금 감면이나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2026년 하반기부터 미국 채권 금리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다. 이로 인해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이진영

–세계 경제에서 미국만 독주하는데.

“각국 경제는 점점 서비스 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 일부를 제외하면 노동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성장이 둔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는 점도 악재다. 과거 세계는 아시아, 특히 값싼 노동력이 많은 중국으로 생산지를 옮겨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걱정 없이 재정 정책을 펼 수 있었고, 경제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았다. 이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정치·경제 어려움 때문에 미국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금리와 성장률이 역전됐다. 유럽의 저성장 문제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한국이 겪는 어려움에는 0.7명이라는 낮은 출산율이 영향을 끼쳤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능력이 떨어지고, 몸이 아프다. 그러면 병원에 가서 치료해야 하는데, 이는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내는 세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녀가 내는 세금으로 살아야 한다. 이 상황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녀가 있는 사람들의 세금은 낮추고, 없는 사람의 세금을 높이는 식으로 세금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아시아의 긴장도 조금 누그러질 것이다. 미·중 간의 갈등도 악화하지 않을 것이다. 미·중 갈등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문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각종 제재에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관여했다. 트럼프는 장사꾼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트럼프 시대, 한국 경제는 어떤 점에 신경 써야 할까.

“우선 물가 등의 변화에 신경 써야 한다. 트럼프 초기에는 강달러로 인해 한국에서는 곡물, 육류, 원자재,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기보다는 미시 경제의 변화, 수입과 수출 상품 간의 상대적 가격 변화 등에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찰스 굿하트

1936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케임브리지대·런던정경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7년부터 3년간 영국은행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을 지냈고, 2009~2016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컨설턴트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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