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년 농부다] 가지치기 하듯 찾은 ‘나만의 향’ 세상에 던졌죠

이설화 2025. 1. 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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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제재소서 소나무향 매료
150년 이상 황장목 품질 뛰어나
소나무 심재 식품가공 활용 돌입
침출차·소금·숙취해소제 개발
식품공학 학위·연구 경험 발휘
“날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창업
강원, 가용 자원·기회 많은 곳
창업 전 ‘나 자신’ 분석 거쳐야”

1. 김남희 송림도향 대표

9404명. 20세 이상 40세 미만의 강원도내 청년농업인 숫자다. 강원도 전체 농업인수가 13만9699명임을 감안하면 6.7%에 불과하다. 이 7% 남짓한 청년농업인들이 강원도 농업의 미래인 셈이다. 올해로 창간 33주년을 맞는 강원도민일보는 강원도농업기술원과 공동으로 ‘7%의 희망, 나는 청년 농부다’를 연재한다. 청년 농업인들이 바라본 강원도 농업의 현안을 진단하고 이들이 꿈꾸는 강원 농업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간다.

얇게 말린 소나무 심재에 코를 가져다대니 진한 나무향이 났다. 고즈넉한 사찰이 떠오르는 향이었다. 심재를 물에 우려내니 향이 더욱 진해졌다. 차 한 모금을 입에 머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강릉에 사는 김남희(38) 씨가 만든 소나무 차다. 그는 수령 100년 이상의 소나무 ‘황장목’의 향에 매료돼 활용 방안을 찾았다. 고민 끝에 소나무 침출차, 소나무 소금, 소나무 숙취해소제를 개발했다. 강릉 대전동 강릉과학산업진흥원에 위치한 김남희연구소에서 남희 씨를 만났다. 그는 “호기심만으로는 강원도 살이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느 지역보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진짜 소나무향이 있다면 이것”

소나무향에 매료된 것은 우연히 찾았던 강릉의 한 제재소에서였다. 그날은 한국전쟁 당시 총을 맞았던 나무가 제재(재목으로 가공)되는 날이었다. 남희 씨가 서있던 공간은 금세 소나무 향으로 가득찼다. 그 향이 남희 씨에게 ‘표준’이 됐다.

그는 “지금껏 알던 소나무 향과 달랐다”며 “진짜 소나무향, 한국적인 향이 있다면 이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경험 때문에 그는 150년 이상 된 황장목을 취급한다. 품질과 향이 뛰어나 왕가에서 사용되던 소나무다. 남희 씨는 “이 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척박한 곳에서 자란 소나무일수록 향이 좋다. 남희 씨는 “나무가 힘들게 자라면서 만들어내는 물질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법인명은 ‘송림도향’으로 정했다. ‘소나무 숲의 향으로 인도합니다’라는 뜻이다. 그는 “소나무에 빠져 소나무 여행도 수없이 다녔다”고 했다. 허난설헌 생가, 오죽헌, 송정해변 해송숲, 주문진 삼형제봉, 명주군 왕릉을 소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추천했다.

■소금에 소나무향을 입히다

소나무 향에 매료된 남희 씨는 소나무 심재를 식품가공에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메인요리에 곁들이는 채소 등 가니쉬(garnish·고명)를 떠올렸다. 남희 씨는 “과거 기록을 보면 소나무 심재를 먹기도 했다”며 “하지만 나무를 먹는다는 게 대중에겐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심재 침출차’로 첫 시도에 나섰다. 종잇장처럼 얇게 대패한 소나무 심재를 티백에 담았다. 사찰, 명상 수업 등 이완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어 소금에도 나무향을 입혔다. ‘황장목 심재 소금’이 그렇게 나왔다. 소나무 소금은 국내외 레스토랑에 개별 납품하고 있다. 또, JW메리어트 호텔, 강릉 세인트존스 등 호텔에도 입점돼 있다. 소나무가 아름다운 도시 강릉 뿐 아니라 고즈넉한 한국의 이미지도 전달할 수 있어 인기가 좋다. 남희 씨는 “소나무의 향이 기름진 음식의 느끼함을 잡아줘 궁합이 좋다”고 자랑했다.

소나무 소금은 지난해 강릉 단오제 행사에서도 제몫을 톡톡히 했다. 강릉시 4-H청년농업인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지역 청년농업인들이 ‘바베큐 원박싱 패키지’를 기획했고, 한우, 야채, 버섯, 소나무 소금, 숙취해소제 등 꾸러미는 ‘완판’ 성공을 거뒀다. 숙취해소제 역시 소나무 추출물을 활용해 개발한 남희 씨 상품이다.

소나무의 목질부를 식재료로 활용해 제품화에 성공한 건 남희 씨가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 자체 특허기술은 식약처에 등록됐다. 황장목에서 나오는 테르페노이드는 항산화, 항염증, 항암효과 외에도 활력 증진, 진정, 이완, 거담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를 창업에 던지다

창업은 모험심이 많은 남희 씨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다. 일단 사업자 등록부터 한 뒤, 창업 아이템을 고민했다. 남희 씨는 “배우자를 쫓아 강릉살이를 시작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며 “중소벤처기업청 상담실을 찾아갔다”고 했다. 2018년 12월의 일이다.

그는 “창업을 권유받고 그날부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고 회상했다. 남희 씨는 중기청 강원영동사무소가 위치한 강릉과학산업진흥원 4층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후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희 씨는 “오랫동안 공부를 했지만 이 삶이 내 의지로 이끌어온 삶인가 돌아봤다”며 “나를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창업에 던졌다”고 했다.

그는 비즈니스 컨설팅에도 뛰어들었다. 주 상담자는 식품,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이나 법인이다. 이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발굴해 제공하고, 사업 방식을 제안하는 일이다. 현재 전북,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상담 요청이 온다.

컨설팅에는 대학원과 연구원 시절 공부법이 도움이 된다. 남희 씨는 식품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식품의약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의뢰를 받아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그는 “식품안전 사고를 포함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소비자, 산업계, 학계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안을 정의하기 위해 사회구성원에 공감하고, 진짜 문제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비즈니스 컨설팅과 닮았다”고 했다. 현재 김남희연구소는 강원도를 포함한 전국 임업 종사 청년들을 대상으로 임업을 2차, 3차 산업으로 확장하는 일도 돕고 있다.

■가지치기 하듯 ‘나’ 분석하기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지만, 그의 탐구대상 1호는 ‘김남희’ 자신이다. 연구와 창업은 그 도구다. “분석적인 사람”,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할 말을 해야하는 사람”. 남희 씨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남희 씨는 “끊임없이 ‘나’에 대해 고민했다”며 “그 결과 지금은 너무나 ‘나’인채로 살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나 분석하기’ 방법을 묻자 “마인드맵으로 가지를 치듯 나에 대해 분석해보라”는 조언이 돌아왔다. 그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에 대해 쓰다보면 내가 해체가 되고, 이는 자기객관화에 도움이 된다”며 “나의 외부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 역시 ‘사람 탐구’의 연장선이었다. 그는 배우자 최훈석 씨와 송림도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희 씨는 “이야기 상대와 토론이 벌어지면 더 나은 결론을 찾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생각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삶은 논리를 초월한 철학, 소신, 유머가 공존하는 것임을 배우자를 통해 알았다. 그 가치를 쌓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남희 씨가 결혼을 선택한 이유다.

■“강원도살이 호기심만으로 안 돼”

그는 창업에 앞서 ‘나 자신’을 분석하는 과정을 꼭 거치라고 조언한다. “인생을 이끄는 동력이 호기심일 수는 없잖아요.” 분석적인 성격으로 모험을 즐기는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말이다. 그는 “창업도, 강원도살이도 호기심만으로 도전하면 많은 장벽을 맞닥뜨리게 된다”며 “호기심을 뛰어넘는 동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자기 자신을 분석한 뒤 확신을 거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강원도는 어떤 공간일까. 질문을 던지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수도권은 하나의 기회를 얻으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느냐”며 “서울과 달리 강원도에서는 무엇이라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지자체 지원 사업도 지원자 자체가 적다”고 귀띔했다. 그는 “강원도는 천연자원이 정말 많은데,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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