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223] 통영 약대구

망자는 물론 귀한 손님에게 올리는 건어물로 동해 명태와 서해 조기가 있다면, 남해는 대구다. 통대구로 끓인 대구탕은 동지 절식이고, 사위가 오면 끓여 주는 귀한 음식이었다.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 ‘통대구’와 ‘약대구’ 이야기가 나온다. 통대구가 내장을 빼고 통째로 말린 대구라면, 약대구는 알만 두고 내장을 꺼내고 소금을 채워 말린 대구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이 장사는 곱으로 남는다’고 했다. 그중 약대구는 통대구보다 귀했다.

대구는 조선조에 방렴으로, 일제강점기에 주복으로, 지금은 호망이나 자망으로 잡는다. 호망은 길그물, 통그물, 헛통, 불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해만으로 들어온 대구는 길그물을 따라 통그물로 들어와 배회하다 헛통을 지나 불통에 갇힌다. 불통에 갇히면 나올 수 없다. 금어기에는 자망은 대구잡이를 할 수 없으면, 호망만 수정란을 얻을 목적으로 정해진 양만 잡는다. 호망은 대구는 생포하기 때문이다. 약대구도 호망으로 잡은 대구를 이용한다.
통영에서는 약대구를 ‘짓는다’라고 한다. 몸을 보하는 약을 짓는다는 의미일까. 먼저 암대구 아가미를 제거하고 큰 입에 손을 넣어 알은 남겨두고 내장을 제거한다. 그 속에 천일염을 가득 채우고, 배꼽을 짚이나 솔가지로 막는다. 이는 배꼽으로 알이 흐르는 것을 막고, 건조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똑똑 떨어지는 소금물이 멈추고, 굳어지면 약대구가 완성되었다는 신호다. 약대구는 보통 3개월 이상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약대구 알은 두고두고 어란처럼 얇게 썰어서 먹는다. 알을 뺀 머리와 뼈와 몸통은 찹쌀을 넣고 죽을 쑨다. 여기에 대추, 도라지, 인삼 등을 넣어 끓이면 보약이 따로 없다. 소금 대신 간장을 끓여 식혀서 넣어 약대구를 짓기도 한다. 간장으로 만든 약대구는 쪄서 먹었다.

대구는 진해만에서 산란과 부화를 한 후 북태평양으로 올라갔다가 찬 바람이 나면 동해안으로 내려와 진해만에 머문다. 가덕대구냐 거제대구냐 따지는 것은 인간의 시선이다. 진해만에서 대구잡이 어법을 둘러싼 갈등도 마찬가지이다. 대구의 시선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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