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경호처’만 남은 관저…‘장갑차·특공대’ 투입하나
명운 걸린 공수처 “철두철미 준비”…국수본, 경호처 지휘부 압박
최상목 대행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두려워하며 책임 있게 행동”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재발부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전략과 전열을 가다듬으며 현직 대통령의 신병확보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최후 저지선인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서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경찰도 압도적 물리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운이 감돈다.
공수처와 경찰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참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7일 오후 "공조본이 피의자 윤석열에 대해 재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공지했다.
공수처는 전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청구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한남동 관저에 진입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의 저지선에 가로 막히자 5시간 만에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특수단이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등의 체포를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물리적 충돌 우려를 내세우며 이견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호처 총동원령 속 관저 요새화…경찰 "모든 방안 검토"
'한남동 회군'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공수처는 영장을 재발부 받은 만큼 빠른 시일 내 집행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수처는 부족한 인력과 현장 전문성 부족을 인정하며 경찰에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려 했지만, 국수본이 법적 문제를 제기하며 거절하자 결국 이를 철회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여전히 공수처지만 1차 시도 때와 달리 2차에선 경찰이 작전 수행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압도적 인력과 화력을 모두 동원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조본 영장 집행의 최대 변수는 경호처다. 국방부와 경찰이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근거가 없다며 경호처 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관저 내부에서는 경호처 인력만이 최종 저지선을 형성할 전망이다. 1차 영장 시도가 불발된 후 시간을 번 경호처는 곳곳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차벽을 세우는 한편 최대 인력과 가용 자원을 투입하며 '관저 요새화'에 나섰다.
특수본은 경호처 인력이 무장 상태인데다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특공대 인력은 총 800명 가량으로 이중 서울 및 수도권에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은 150명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총경 출신의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마포갑 당협위원장은 "경호처에 파견된 군(33경호대·55경비대·대테러 부대내 707) 및 경찰(경찰 특공대) 인력의 복귀를 지시하고 특공대 100명과 기동대 1000명을 한꺼번에 투입해 진압작전을 하듯 임무수행에 나서야 한다"며 "압도적 인원으로 경호관의 항거 의지를 꺾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찰특공대가 보유하고 있는 장갑차나 특수 레커차 등 물리력을 최대한 투입하고, 현장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경호관들을 즉시 분리한 뒤 유치장으로 분리 호송해 경호처의 저항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되지 않도록 총력전을 펼친다는 입장이다. 공조본은 관저 진입부터 수색, 내부에서 맞닥뜨릴 여러 변수를 고려한 작전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운 "마지막 집행이라는 각오"…입 닫은 최상목
특히 그동안 내란죄 수사에 힘을 실어주던 야권에서마저 1차 집행 실패 이후 공수처를 겨냥한 고강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재집행 결과에 따라 공수처는 다시 한 번 존폐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벼랑 끝에 선 오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집행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를 겨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특수단은 1차 영장 집행 당시 저지를 주도한 박종준 경호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3차 출석요구를 통보한 상태다. 박 처장이 오는 10일까지 경찰에 나오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처장과 함께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역시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경호처에 대한 지휘권이 있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나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최 대행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던 지난 3일 경호처 요청에 따라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경찰의 관저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같은 최 권한대행의 요청을 거부했다.
오동운 처장은 최 대행이 경찰에 '대통령경호처 업무 협조'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위법 소지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오 처장은 "경호처 처·차장의 인사권자인 최 대행은 그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경찰 고위직에 이와는 반대되는 행위를 요청했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오직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두려워하며 국가를 위해 제대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만이 공직자로서의 도리"라고 밝혔다.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 가능성에 집회 분위기가 격화하는 데 대해서도 "행정안전부·경찰청 등은 각종 집회 시위를 안전 중심으로 관리해달라"고만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 5일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서도 "법 집행 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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