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보고 간 사람도"…집회 시달리는 한남동 주민·상인 '고통'[르포]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27)는 피곤한 얼굴이었다.그는 최근 일주일 동안 이른 아침부터 자정까지 집회 참가자들이 지르는 고성에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시달렸다고 했다.
박씨는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몰리니 집 안에서도 휴대폰 데이터가 안 터졌고 주말에 편하게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려고 했더니 배달 오토바이가 못 들어온다고 해서 주문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주민, 상인들은 대통령 관저 인근 동네가 소음과 교통혼잡, 쓰레기 지옥이 됐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일주일째 되는 지난 6일까지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했다.
이 기간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연인원 총 13만3500명가량이 집회에 참여했다. 체포영장 발부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4일 한남동에서 열린 윤 대통령 지지자 집회와 탄핵 찬성 집회 참여자는 최대 6만2000명을 기록했다.
또 다른 옷 가게를 운영하는 최모씨(37)는 "분위기가 어수선하니 집회 기간 손님이 하루에 1~2명 정도밖에 안 왔다"며 "그마저도 옷 구경하다 한남동에서 못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구경을 제대로 못 하시더라"라고 했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집회 현장에 있는 육교 아래에서 만난 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C씨는 집회 현장 가벽으로 쓰던 스티로폼과 방수포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포터 차량 3대에 가득 실어놓고 엄두가 안 난다는 듯 연신 담배를 피웠다. C씨는 "원래 나는 이 구역 담당이 아닌데 쓰레기 민원이 너무 많다고 해서 지원을 나왔다"며 "20분째 쓰레기를 주워 담고 있는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인근 상인 김모씨(50)도 "가게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가서 곤욕을 치렀다"며 "최근에 직원 2~3명을 더 투입했을 정도인데 주변 점포에도 피해를 줘서 죄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근 때는 한강진역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5분~10분 걸리는데 사람이 몰리니 일부러 버티고개역에서 내려 30분을 걸어오기도 했다"며 "사무실에 미리 와서 업무를 정리하고 싶은데 업무에 차질이 생길 정도"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집에서 나선 명모씨(62)는 평소 한남동에서 버스를 타지만 전날은 인파로 인해 타지 못했다. 명씨는 "많이 불편하다"며 "전날은 정류장에 버스가 아예 정차하지 않아서 버티고개까지 꽁꽁 언 길을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 했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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