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K바이오 수출 전진기지' 송도 바이오클러스터를 가다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바이오부는 2025년 새해를 맞아 제약·바이오가 우리 산업 미래먹거리로 도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 22곳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CEO(최고경영자) 3인과 국가신약개발지원단장 인터뷰를 통해 K-바이오의 성장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 국내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인천 송도를 찾아 K-바이오의 현주소를 현장에서 살폈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우리 산업 미래성장동력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조사 참여 기업 : 동아에스티 롯데바이오로직스 리가켐바이오 메드팩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신라젠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올릭스 유한양행 종근당 지아이이노베이션 차바이오그룹 티움바이오 펩트론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HLB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가나다순)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국내 바이오 의약품 수출의 절반가량을 담당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비롯한 많은 바이오 기업이 이곳에 터를 마련했다. 항만과 공항이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기업유치를 위한 인천시의 각종 혜택 때문이다. K-바이오의 전진기지라 할 수 있는 송도를 찾았다.
지금 송도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신공장뿐 아니라 송도로 본사 이전을 결정한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의 설비 공사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바이오 산업에서 송도의 위상과 의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직접 방문한 송도 11공구 내 삼성바이오로직스 2캠퍼스에서는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도 현장 인력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2캠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새 생산거점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년 10월 첫 방문 당시 기본적 골조 공사만 진행된 상태였는데, 1년여 만에 생산지원(MS)동과 5공장 외관 건설이 완료됐다. 지난달 기준 건설 완료율은 90% 이상이다. 2캠퍼스 근처에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시설 역시 건물 외관은 완성에 가까운 모습을 갖췄다. 또 하나의 성장동력이 가동을 앞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 확대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반도체 등 그룹 차원에서 쌓은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 건물의 각 구성 요소를 공장에서 제조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듯 건설하는 모듈식 건축 방식도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장 시공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데다 날씨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5공장은 건설 초기 오는 9월로 목표했던 준공 시기를 4월 가동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효율적인 건설 방식은 5공장과 같은 2캠퍼스 내에 들어설 6공장부터 8공장까지 신규 생산시설 모두에 적용할 계획이다. 1~4공장을 통해 이미 세계 최대 규모(60만4000리터)로 올라선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능력은 5공장 완공 시 78만4000리터, 8공장 완공 시 132만4000만리터로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2캠퍼스는 운영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별도로 구축한 자동창고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에 사람이 직접 운반했던 의약품 샘플을 '중앙 스파인 브릿지'를 통해 다른 건물로 자동으로 옮기는 등 물류 자동화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 또 작업자가 직접 화학물질 주입량 등을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던 환경도 무인충전시스템을 도입해 개선했다.
조성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으로 업무 효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설비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통합해 중앙화함으로써 공장제어 및 데이터 관리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조용 열원을 외부 온수열로 대체하고 고효율 친환경 보일러를 도입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일 것"이라며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적용해 친환경 에너지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개척에 몰두하는 셀트리온 역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기업이다. 송도 간척 사업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2002년 공장 부지를 매입한 셀트리온은 2005년 5만리터 규모 1공장을 준공하며 '송도 입주 1호 기업' 도장을 찍었다. 이후 지난달 상업 생산에 돌입한 3공장까지 총 25만리터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구축했다.
지금의 셀트리온은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신약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K-바이오 대표 바이오 기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3공장은 가장 최근 지어진 시설답게 남다른 면모를 뽐냈다. 7500리터급 배양기 8개와 세포 증식 단계를 단축하는 신규 배양 공정 설비 및 자동화 기술을 확대 적용하며 동일 규모 기준으로 기존 생산시설보다 높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2023년 건축물 사용 승인을 획득한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에 이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완제의약품(DP) 공장도 짓고 있다. 2027년 상업 생산 체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지난해 출범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통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만큼, 관련 투자도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부지 선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10만리터 규모 1공장을 시작으로 국내에 최대 20만리터의 전용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송도 입주 후발주자의 건설 작업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1캠퍼스 바로 맞은 편에는 독일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기업 싸토리우스의 송도캠퍼스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싸토리우스는 2021년 송도 내 시설 투자 규모를 3억달러로 확정하고 2022년 인천경제청과 생산·연구시설 건립을 위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3년 2월 착공했다.
같은 11공구 내에는 총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총 12만리터 생산규모 공장 3개(총 36만리터)를 짓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공장 건설도 진행 중이다. 2026년 초 1공장 완공, 2027년 상업 생산이 목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산공장 준공과 동시에 관련 인력을 빠르게 채워나간다는 목표"라며 "실제 2023년 120명대였던 임직원 수가 지난해 250명가량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또 "올해도 세 자릿수 인력 채용을 목표로 우수 인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차원의 송도 지원도 현재진행형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6월 송도가 있는 인천과 경기(시흥)를 포함함 전국 5개 지역을 바이오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특히 인천-시흥 바이오 클러스터는 송도국제도시와 남동국가산업단지, 영종도 제3유보지를 묶어 세계 1위 바이오메가클러스터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시는 연간 2000여명의 현장 실무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양성될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등 다양한 국책사업이 추진되면서 혁신적 연구개발과 우수한 인력공급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K-바이오랩허브' 사업지로도 선정돼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기업과 유망기업들이 한데 모일 것"이라며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은 인천의 바이오 생산 역량을 대폭 끌어 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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