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닮았네, 기자 앞 브리핑도 못 하겠단 충암고 동문 주중대사

최현준 기자 2025. 1. 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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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정례브리핑을 1.6(월)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대사께서 가족 병환으로 인해 일시귀국하게 되어, 부득이 공참(공사참사관) 브리핑으로 대체하게 됐으니 양해 바랍니다. 대사는 1.8(수)에 베이징 귀임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 이후 첫 주중국 한국대사관 대사 브리핑을 사흘 앞둔 지난 3일 오후, 대사관은 주중 특파원들에게 한 통의 공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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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오른쪽)가 2022년 7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사 정례브리핑을 1.6(월)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대사께서 가족 병환으로 인해 일시귀국하게 되어, 부득이 공참(공사참사관) 브리핑으로 대체하게 됐으니 양해 바랍니다. 대사는 1.8(수)에 베이징 귀임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태 이후 첫 주중국 한국대사관 대사 브리핑을 사흘 앞둔 지난 3일 오후, 대사관은 주중 특파원들에게 한 통의 공지를 보냈다. 정 대사의 월례 브리핑을 대사 개인 사정으로 취소하고, 부하 직원인 공사참사관 브리핑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사의 브리핑은 한 달에 한 번, 매 달 첫 주 월요일에 하는 행사로, 중국의 주요 이슈와 한·중간 외교 상황, 교민 문제 등에 대한 설명과 질의응답이 오간다.

특파원들은 대사관 쪽에 ‘대사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브리핑을 대체하지 말고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 내란 사태 이후 처음 열리는 대사 브리핑이라 질문할 것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의 비상 계엄과 탄핵소추 등에 대해 중국 정부와 어떤 대화를 나눴나’, ‘대사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교민들의 피해 상황은 어떤가, 대응책은 무엇인가’, ‘대통령 대행의 대행 체제 속에, 정부와의 연락은 잘 이뤄지고 있나’. 이런 질문에 답변할 의무가 있는 정 대사는 기자들의 브리핑 연기 요청을 무시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짐을 떠넘겼다.

대사관은 대사 브리핑을 연기해 실시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을 뿐 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6일 공사참사관들이 정 대사의 월례 브리핑을 대신 진행했다.

정 대사의 행동은 국가 체계가 무너진 비상 상황에서 고위 공무원이 보일 수 있는 무책임한 행동의 전형이다. 그는 지난달 중순 2년여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면서 귀국 명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새 주중대사로 결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부임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정 대사의 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기 어렵게 됐다.

정 대사가 기자 브리핑을 피하고 싶었던 이유는 더 있어 보인다. 그는 윤 대통령의 고교 동창으로, 이번 사태의 한 축을 차지하는 ‘충암고 동문’의 일원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대통령과 특수한 인연으로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의 초대 주중대사가 됐다. 기자들과의 만남이 달가울 리 없다.

정 대사는 부임 직후부터 약속 위반을 이유로 특파원들과 갈등하며 1년 넘게 질의응답 없는 ‘서면 브리핑’을 했고, 대사관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가 외교부의 공식 조사를 받고 주의 조처를 받았다. 중국 쪽과 제대로 된 외교 대화도 거의 진행하지 못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다. 불통과 갑질, 무능력이라는 점에서 그를 대사로 임명한 윤 대통령의 임기 2년반과 닮았다.

정 대사는 지난해 국감에서 ‘대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는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진정한 평가는 현시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흘러 자료에 기반한 평가가 이뤄질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번 사건도 그에 대한 평가에 포함될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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