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CEO 3인에게 듣는다…"K바이오 도약하려면"

정기종 기자, 구단비 기자, 김도윤 기자 2025. 1. 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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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K-바이오 도약의 길④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바이오부는 2025년 새해를 맞아 제약·바이오가 우리 산업 미래먹거리로 도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 22곳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CEO(최고경영자) 3인과 국가신약개발지원단장 인터뷰를 통해 K-바이오의 성장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 국내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인천 송도를 찾아 K-바이오의 현주소를 현장에서 살폈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우리 산업 미래성장동력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조사 참여 기업 : 동아에스티 롯데바이오로직스 리가켐바이오 메드팩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신라젠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올릭스 유한양행 종근당 지아이이노베이션 차바이오그룹 티움바이오 펩트론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HLB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가나다순)

K-바이오 도약의 길, CEO 3인 인터뷰/그래픽=윤선정
K-바이오의 도약을 위한 조언을 얻기 위해 국내 신약 개발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리가켐바이오와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가나다순)의 CEO(최고경영자) 3인을 만났다. 이 3인의 CEO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확보했단 공통점이 있다. 또 국가신약개발사업(KDDF)단장을 만나 정부의 신약 개발 지원 방향성 등에 대해 들었다.
"신약 임상과 허가를 자체적으로 완수할 수 있어야"
K-바이오는 아직 미국과 유럽, 일본의 주요 기업과 비교해 업력과 연구 경험, 성공 노하우, 네트워크, 인재 육성 등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적지 않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혁신신약 개발 성과에서 차이가 크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내 바이오 기업은 우선 기술수출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전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리가켐바이오와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는 국내 바이오 기업 중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기록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서 신약 연구 역량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는 국내 최고 바이오텍(바이오기술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기업의 발자취는 국내 신약 개발 역사의 핵심 지표다. 2020년 국내 바이오 기술수출 규모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는데(10조2000억원), 알테오젠과 리가켐바이오가 6조6000억원을 합작하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다. 두 기업은 이듬해에도 3조원에 가까운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K-바이오 플랫폼 기술수출 시대 전성기를 열었다. 그리고 1년 뒤인 2022년,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조 단위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신약 개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신약 임상시험과 허가 절차를 자체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은 기술이전에 집중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혁신신약의 품목허가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체급을 갖춰야 한단 조언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 기업의 뼈를 깎는 노력뿐 아니라 더 긴 호흡으로 산업을 이해하려는 정부와 자본시장의 인식 전환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 인터뷰/그래픽=윤선정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은 신약 연구에 접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의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플랫폼을 넘어 자체적으로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이나 임상을 통한 상업화가 바람직한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신약 연구와 관련한 플랫폼의 기술이전은 한계가 명확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기술이전은 일종의 실시권을 수출하는 형태로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상업화 이후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은 (기술이전) 파트너란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인터뷰/그래픽=윤선정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개별 신약 파이프라인은 임상시험도 해야 하고, 기존 약물들과 경쟁도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의미로, 국내 바이오텍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3명의 CEO는 K-바이오의 혁신신약 연구 경쟁력이 아직 미흡하지만, 점차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했다. 올해 국산 항암신약 최초로 미국 허가를 획득한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신약 개발은 시간이 필요한 영역인데 한국에서 '신약 개발'이라는 용어 자체가 익숙해진 건 이제 겨우 5년 정도"라며 "앞으로 렉라자를 비롯해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허가받아 판매하는 토종 의약품에서 매출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고, 이 같은 자체적인 수익 구조가 갖춰지면 국내 바이오텍의 임상 역량도 점차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5년간 K-바이오의 성과는 그 이전에 비해 크다고 보고, 앞으로 5년은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 발표 등으로 더 큰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K-바이오와 글로벌 제약사의 공동 임상과 같은 협업이 늘고 있는 만큼 한층 진화된 사업 모델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빠른 성장 전략, K-바이오도 고민해야"
3명의 CEO는 K-바이오 성장의 또 다른 핵심 요소로 시장과 규제기관의 산업 이해도 제고를 꼽았다. 신약 개발은 거듭되는 임상시험과 막대한 자금의 반복적인 투자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와 시장의 지원사격이 필수적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중국이 최근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른 산업 환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주 대표는 "중국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력과 우호적 임상 환경을 앞세워 기술적 차별성이 크지 않더라도 빠른 상업화를 추구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와 높은 가치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K-바이오가 고려해볼 만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인터뷰/그래픽=윤선정

이상훈 대표는 "투자자의 목표는 당연히 이윤 창출이지만,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접근이 너무 단기적인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바이오는 지속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긴 호흡으로 성과를 노리는 산업인 만큼 상장 이후 매출이나 이익 규모에 따른 상장유지조건을 업계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기업이 온전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내년 임상 지원금 30% 상향"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신약 개발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는데, 마라톤은 길고 오래 뛰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잖아요. 저는 신약 개발을 마라톤이 아니라 100미터(m) 달리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신약 개발은 목표가 명확하게 보이게 설계하고 그 목표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거든요. '선택과 집중' 전략인 셈이죠."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국내 신약 연구개발 지원의 큰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의약주권'(의약품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범부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인 '국가신약개발사업'을 담당한다.

박 단장은 과학기술부 기초의과학 선도연구센터(MRC) 센터장과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연구원장,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의약학 단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부터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박 단장은 "신약 개발은 10~15년 이상 오랜 시간과 약 2조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성공 확률은 매우 낮은 분야"라며 "국내 바이오 기업이 투자가 어려운 시기에도 신약 연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인터뷰/그래픽=윤선정

박 단장은 국내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그는 "국가신약개발사업에 선정된 과제 중 일부는 여러 사업화 지원 등을 통해 경험 부족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높여 품목허가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며 "후기 개발 단계로 갈수록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사업단에서 CPG(글로벌 기술이전)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제약사와 파트너링을 지원하고 벤처캐피털(VC)과 연계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특히 올해 예산안부터 신약 개발 임상시험 지원금액을 30% 늘리겠단 목표를 세웠다. 그는 "지난해 신규 과제 지원, 이미 선정된 과제에 대한 추가 지원 등에 1260억원의 지원금을 사용했다"며 "매우 큰 자금이지만, 한편으론 다양한 신약 개발 과제가 실제 필요한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한 규모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자금도 늘리고 싶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신약 연구 지원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보다 상업화라며 개별 연구 과제의 지속적인 점검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약 개발이라는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내·외부적 환경 변화 등으로 개발 중단 사례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약 개발은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초기 개발 당시 수립한 개발 전략을 지속해서 검증하고 개선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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