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암제+AI 융합이 기회…K-혁신신약 탄생 조건은 '돈과 시간'

김도윤 기자, 구단비 기자, 정기종 기자 2025. 1. 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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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K-바이오 도약의 길③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바이오부는 2025년 새해를 맞아 제약·바이오가 우리 산업 미래먹거리로 도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 22곳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CEO(최고경영자) 3인과 국가신약개발지원단장 인터뷰를 통해 K-바이오의 성장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 국내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인천 송도를 찾아 K-바이오의 현주소를 현장에서 살폈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우리 산업 미래성장동력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조사 참여 기업 : 동아에스티 롯데바이오로직스 리가켐바이오 메드팩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신라젠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올릭스 유한양행 종근당 지아이이노베이션 차바이오그룹 티움바이오 펩트론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HLB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가나다순)

새해 바이오 산업 화두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조사 참여 기업들은 △ADC(항체약물접합체)와 이중항체 같은 차세대 항암 기술 등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에 대한 연구 본격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신약 연구의 융합 △미국 생물보안법 등 해외 규제 환경 변화 등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단 의견을 제시했다.
"차세대 항암 기술·AI가 글로벌 시장 구도 재편할 것"
특히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연구 경쟁이 치열한 ADC 등 차세대 항암 기술에 대한 연구 경쟁이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사에 참여한 11개 기업(50%, 복수 답변 가능)이 새해 주목할 만한 시장 환경 변화로 ADC를 비롯한 차세대 항암 기술 등 혁신신약 연구 경쟁 격화를 꼽았다.

새로운 항암 치료 기술에 대한 연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한 신생 스타 기업이 다국적 빅파마(대형제약사)의 지배력에 도전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 답변을 한 기업들은 "항암 치료 영역에서 다양한 병용 전략이 부상하고 차세대 모달리티 등장이 계속될 것" "ADC 분야에서 링커(연결체) 차별화 및 결합 방식에 대한 연구를 넘어 페이로드(약물) 기술의 차별화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 "그동안 투약 불가 대상으로 여긴 새로운 단백질을 표적 치료하는 항암제 연구가 진척될 것" "ADC와 이중항체 등 신기술 경쟁으로 항암제 시장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것" 등 의견을 제시했다.

6개 기업(27.3%)은 인공지능 등 신기술과 신약 개발의 융합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으로 연구 기간이 크게 줄어드는 등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것" "인공지능 활용으로 연구 효율성이 높아지며 소규모 바이오텍(바이오 기술 기업)의 시장 진입이 빨라질 것" "인공지능 신약 개발 분야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며 신약 개발이 가속화되고 관련 투자가 늘 것" 등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 생물보안법(Biosecure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정책 및 제도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단 조언도 적지 않았다. 4개 기업(18.2%)이 관련 답변을 내놓았다.

한 조사 참여 기업은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중국의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 생물보안법이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어 의미가 큰 만큼 도입 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기업은 "미국 생물보안법이 도입된다면 한국의 경쟁력이 뛰어난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에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중국의 입지가 축소되면 한국 혁신신약이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K-바이오 새해 화두에 대한 소수 의견으로 △금리인하 △오는 2월 시행 예정인 첨단의료재생법(첨생법) △항노화 치료제 개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연구 △의정갈등도 언급됐다.

"혁신신약은 돈과 시간이 핵심, 민관 협력으로 활로 뚫어야
조사에 참여한 기업 대다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 혁신신약의 탄생 조건으로 자본(돈)과 시간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기업의 협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조사 참여 기업은 "국내 바이오 기업은 기초체력이 약한데, 시장이 긴 호흡으로 기다려주는 분위기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기업 역시 "무엇보다 돈과 시간이 중요하고, 각 기업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며 "돈과 시간의 한계가 있는 만큼 어떤 적응증을 대상으로 어떻게 임상을 설계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본과 시간을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정부와 민간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단 의견이 다수 나왔다. 한 기업은 "혁신신약을 연구하는 인재 육성과 자본력 확충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과 민간 투자 활성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업은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대규모 임상을 지원하는 한편 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열린 협업)을 확대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뿐 아니라 △혁신신약에 대한 범정부적 인식 개선 필요 △신약 개발 전주기에 걸친 맞춤형 지원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 독려 등이 필요하단 답변도 나왔다.

이 밖에 소수 의견으로 "독립적 신약 개발보다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에 의존하는 경향에서 탈피해야 한다" "자금 부족으로 핵심 기술을 연구 초기 단계에 파는 전략은 지양해야 한다" "암이나 희귀질환 등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질병에 집중해야 한다" "기초연구에 집중하는 한편 창업자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시아 국가가 힘을 하나로 합쳐 '바이오아시아'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면 어떨까" 등이 언급됐다.

국내 경쟁 기업의 주목할 만한 신약 후보물질이나 파이프라인을 꼽아달란 질문엔 알테오젠의 제형 변경 플랫폼 기술이 3표로 가장 많이 추천받았다. 또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항암제 'ABL001',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알레르기 치료제 등이 선택받았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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