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10년, '상폐' 조건 바꿔야"…사기꾼 오명 쓴 바이오업 호소

김도윤 기자, 구단비 기자, 정기종 기자 2025. 1. 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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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K-바이오 도약의 길②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바이오부는 2025년 새해를 맞아 제약·바이오가 우리 산업 미래먹거리로 도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 22곳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CEO(최고경영자) 3인과 국가신약개발지원단장 인터뷰를 통해 K-바이오의 성장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 국내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인천 송도를 찾아 K-바이오의 현주소를 현장에서 살폈다.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우리 산업 미래성장동력으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조사 참여 기업 : 동아에스티 롯데바이오로직스 리가켐바이오 메드팩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신라젠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프릴바이오 올릭스 유한양행 종근당 지아이이노베이션 차바이오그룹 티움바이오 펩트론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HLB JW중외제약 SK바이오팜(가나다순)

"바이오 기업에 매출과 손익을 기준으로 상장폐지를 압박한다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겠습니까."

머니투데이의 심층 조사에 참여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장 유지 조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필요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꼽아달란 질문에 답변 기업 중 4곳(20%, 복수 답변 가능)이 '상장 유지 조건 완화'라고 답했다.

코스닥 시장 규정에 따르면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3년 뒤부터 자기자본 50% 이상의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또 5년 뒤부터 연간 매출액이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한 조사 참여 기업은 "기술특례 상장 기업이 상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재무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매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이나 건기식(건강기능식품)으로 진출하다 보니 신약 개발 연구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기업도 "신약 개발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작업인데, 지금의 상장 유지 조건은 바이오 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본다"며 "실제 많은 바이오텍이 상장 유지 조건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신약 임상에 정부가 직접 투자하자…허가심사 기간은 대폭 줄여야"
K-바이오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 대한 질문에 응답 기업의 70%가 '정부의 적극적인 자금 지원'과 '허가·심사 절차 간소화 등 규제 완화'가 핵심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단 답변 내용으로 △자금력이 약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신약개발 투자 △정부 주도 바이오펀드의 규모 및 종류 확대 △한정된 지원 예산을 분산하기보다 성공 가능성 높은 프로그램에 집중 지원 △글로벌 신약을 개발할 때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강화 △글로벌 제약사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정부 프로그램 신설 △국산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 개선 및 우대 제도 현실화 등이 거론됐다.

또 정부 규제 완화와 관련해 필요한 사안으로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규제 체계를 강화해 시장 신뢰 확보 △임상시험계획 심사 기간 대폭 감축 △글로벌 규제 기관 기준에 부합하는 임상시험 설계 가이드라인 마련 △첨단 바이오 기술의 시장 진입 지원 △규제 개선과 육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신설 △안정적인 자본조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 마련 △연구자 주도 임상 활성화 등이 꼽혔다.

한 조사 참여 기업은 "국내 제약·바이오 관련 정책은 지원보다 규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국내 기업이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사업에 투자할 때 컨설팅과 연구비 지원, 세제 혜택 등이 부족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기업은 "자금력이 약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임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펀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신약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고 이후 개발에 성공할 경우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펀드는 만기가 있어 장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과감한 도전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한 기업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며 "신약 개발은 일관된 데이터 축적과 실패에서 배우는 경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구단비 기자 kdb@mt.co.kr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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