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 ‘12세 시우’ 숨지게 한 계모, 파기환송심서 징역 30년 받았다
‘아동학대 살해 혐의’ 인정 돼
친모 “이제야 마땅한 형량” 눈물
12살 의붓아들을 200차례에 걸쳐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에 대해 아동학대 살해 혐의가 인정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에서 유죄로 봐야한다는 판단이 나온 지 약 6개월 만이다.
7일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 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상습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5)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예방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 관련 기관 10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아동학대 살해를 무죄로 보고 아동학대 치사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모든 아동은 안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해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상태 학대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며 “아동의 보호자 지위에 있는 A씨는 책임을 저버리고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대상인 피해아동을 상습적으로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의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는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대한 범죄로, 존엄한 생명의 가치를 해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A씨의 학대행위 가학적· 인격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인 비난 가능성이 크고 죄책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22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인천 남동구 논현동 자택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고 이시우군(당시 12세)을 약 200회 넘게 연필과 가위 등으로 때리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군 아버지 B씨 역시 아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하고, 아내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임한 혐의를 받았다.
이군은 2021년 12월에만 해도 몸무게가 38㎏이었는데 2023년 2월 숨질 당시 29.5㎏(신장 149㎝)로 줄었다. 또래 평균보다 15㎏가량 적은 수준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이군이 사망하기 이틀 전 눈을 가리고 16시간 동안 의자에 묶어놓은 사실도 드러났다. 사망 직전 눈에 띄게 야윈 이군의 모습과 잔혹한 학대 사실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었다. 이군의 일기장에는 계모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A씨는 2023년 8월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친부 B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살해혐의와 관련해선 “A씨의 살해 고의가 미필적으로라도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동학대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 이후 이군의 친모는 “명백한 살인행위인데 1심 판결이 가해 행위에 대한 형량을 담지 못하고 있다”며 직접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2심 판단도 원심과 같았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아동학대 살해죄에서 살해 범의를 판단할 때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부검감정서에 의하면 이군은 지속·반복된 중한 학대로 심한 저체중 상태에서 구타 등으로 여러 둔력 손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저혈량 쇼크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A씨가 살해의 확정적 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가 없다고 봐 살해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와 법리오해 이유가 있으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선고를 마치고 시우군의 친모는 그제야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이제야 마땅한 형량이 나온 것 같다”며 “아동학대 사건에서 치사죄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우의 이번 판례로 어디선가 피해를 당하고 있는 다른 아동들에게 빛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07221111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311231113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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