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신 "국민의힘, 대통령 탄핵 막으려 중국 혐오증 부추겨"

중국 외신이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중국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진=SCMP

중화권 매체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국민의 힘이 중국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의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중국 혐오증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국민의힘 소속 의원 2명이 탄핵과 관련해 중국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주 "중국인들이 모든 탄핵 집회의 최전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탄핵 집회에서 연설한 20대 중국인 여성을 예시로 들었다. 조선족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현재 중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밝힌 여성은 탄핵 집회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 사건은 외세가 국내 정치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해당 여성은 "모든 소외된 집단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인 유상범 의원도 페이스북에 "중국계 인사들이 탄핵 찬성 집회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했을 때 주변에서 중국어가 들렸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의 게시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동일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이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막기 위한 법안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6월과 11월 중국 스파이가 미국과 한국의 군사 시설을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SCMP는 지적했다. SCMP는 57세 농부로 탄핵 집회에 계속 참여하고 있다는 정충식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계속 시위에 참여했지만 중국인들을 보지 못했다"며 "중국인들이 대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교수이자 중국 전문가인 장정아 교수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호기심으로 집회에 참석한 중국인 학생이 있을 수 있지만 중국인들이 대거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정부 활동가인 박석운씨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 위기를 맞자 관심을 돌리기 위해 중국 혐오증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CMP는 국민의힘이 중국 혐오증을 계속 부추길 경우 중국과 관계가 심하게 악화되는 것은 물론 한국 내부도 크게 분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은 기자 pje454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