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억울한 옥살이”… ‘무죄’ 김신혜 꽃다발 마중 나온 두 남성
존속살해 혐의를 받고 24년간 무기수로 복역하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신혜(47)씨가 출소한 현장에 억울한 옥살이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두 남성이 마중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는 6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김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 20분쯤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곧장 출소했다.
이날 장흥교도소 정문 앞에는 두 남성이 김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 대신 20년간 복역하다 재심으로 무죄를 받은 윤성여씨와 낙동강변 살인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장동익씨다. 두 사람은 김씨에게 꽃다발을 건네 위로하고 자축의 의미에서 만세삼창을 했다.
윤씨는 1988년 9월 경기 화성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2심과 3심에서 “경찰에게 고문을 당해 허위로 자백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그러던 2019년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인 이춘재가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자 윤씨는 같은 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2020년 12월 윤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면서 그는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과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장씨는 1990년 1월 낙동강변에서 데이트하던 남녀가 괴한에게 납치돼 여성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되고 남성은 상해를 입은 사건에서 최인철씨와 함께 용의자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경찰에게 고문당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씨는 21년간 복역한 뒤 2013년 출소했다. 대검찰청 과거사위원회는 2019년 이 사건이 고문으로 조작됐다고 결론 내렸다. 장씨와 최씨는 재심 끝에 2021년 2월 무죄를 선고받았고 법원은 2022년 9월 국가가 두 사람과 가족들에게 7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년 이상 옥살이를 한 뒤 재심 끝에 누명을 벗은 세 사람이 모인 장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젊음을 어떻게 보상하나” “몇백억을 준다 해도 날려버린 시간과 바꿀 수 있을까. 안타깝다” “억울한 수감자들 때문에 사형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에서 수면제 30알을 탄 양주를 아버지(당시 52세)에게 마시게 해 살해한 뒤 인근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의 고모부로부터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신고를 받고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김씨의 자백도 받았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고모부가 ‘남동생이 아버지를 죽인 것 같다’고 해 남동생 대신 감옥에 가려고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2015년 광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되면서 법원은 2015년 11월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재판은 법률 대리인 교체, 재판부 기피 신청 등으로 공전하다가 최근에야 재심 심리가 재개됐다. 김씨는 재심 개시 결정 9년여 만인 지난 6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열린 재판은 김씨에게 최초 무기징역이 선고된 1심의 재심이다. 검찰이 불복해 항소할 경우 광주고법에서 다시 2심 재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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