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학대' 계모 징역 17년→'징역 30년' 형량 늘어(종합)

노선웅 기자 2025. 1. 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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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파기환송'…아동학대살해 무죄→유죄로 변경
친모 "법 없었다면 죽이기라도 하고픈 심정"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A씨(39, 왼쪽)와 계모 B씨(42)가 16일 오전 인천 미추홀경찰서와 논현경찰서에서 각각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2.16/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인천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의붓아들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가 파기환송심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인정돼 환송 전보다 더 중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 이상주 이원석)는 7일 계모 A 씨의 아동학대법·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 파기환송심 선고 기일을 열고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자신의 학대로 피해 아동에게 또다시 중한 학대를 가할 경우 아동 사망 위험 내지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럼에도 중한 학대와 엄벌을 계속해 사망하게 했다"며 "원심은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는데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C 군이 ADHD 치료 약물 복용으로 인해 건강 상태가 악화했다는 A 씨의 주장에 대해선 "심각한 신체 저하 초래, 다른 결정적인 요인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런 사정은 A 씨의 학대 행위에 의해 피해 아동이 사망했다고 인정하는 데 방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 군의 친모는 판결 직후 "끝나도 (C 군이) 돌아오는 게 아니고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A 씨는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아동학대 당한 아이들은 이렇게 숨을 거두는데 대부분 다 치사죄로 끝나 이번 판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판례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조금 더 빛을 볼 수 있는 판례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징역 30년도) 작지만 솔직히 자식을 죽였는데 법이 없었으면 제가 죽이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C 군에게는) 너무 미안하고 계속 미안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쁜 사람에게 벌 줬으니까 편히 쉬라고 해주고 싶다"고 했다.

A 씨는 2022년 3월~2023년 2월까지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 군(사망 당시 11세)을 때리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 장기간 학대와 방임을 해 오다가 2023년 2월 7일 살해한 혐의, 친부 B 씨는 같은 기간 C 군을 상습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2018년 5월 A 씨와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C 군을 함께 양육하기 시작했다. A 씨는 2022년 4월 유산 후 C 군에게 탓을 돌렸고, B 씨도 가정불화의 원인이 C 군 탓이라며 학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C 군에게 성경 필사를 시킨 후 이를 마치지 못하면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폭행했고, 최대 16시간 동안 의자에 결박해 홈캠으로 감시하는 등 가혹하게 체벌했다. 특히 사망 직전 사흘간 A 씨는 선반 받침용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로 C 군의 몸을 수십 회 때리고 총 18시간가량 묶어 놓기도 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에게 징역 17년을, B 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A 씨의 '살해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아동학대법상 아동학대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적어도 아동학대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법에 파기환송 했다. 친부 B 씨의 상고는 기각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C 군이 등교를 중단한 2022년 11월 이후 A 씨의 학대 행위가 지속성뿐만 아니라 빈도가 늘고 심해졌다"며 "A 씨는 B 씨에게 C 군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C 군에 대한 미운 감정이나 적대감이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1년여에 걸친 학대로 C 군의 몸무게가 8㎏이 감소해 사망 당시 키 148㎝, 몸무게 29.5㎏에 불과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소아표준성장도표상 하위 3~5%이고 체질량지수 역시 하위 0.2%일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매우 피폐해 신속한 치료와 구호가 필요한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 씨가 C 군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러 집 밖에 나섰을 때 C 군이 제대로 걷지 못해 쓰러지는 것을 봤고, 다음 날 밤 C 군이 아파하며 제대로 자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방치했다"며 "사망 직전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119에 신고하는 등 실효적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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