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다더니 이게 무슨 일"…일할 곳 없는 160만명 '비명'

김인엽 2025. 1. 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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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업자들의 구직 기간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실업자는 71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고임금 사무직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실업률 지표가 견조한 것은 정부 및 의료 부문이 일자리를 만들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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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미국 경제의 이면
실업률 4.2%로 낮지만 제조업·IT 일자리 줄어
AI 여파에 IT 채용 20% 줄고 금융업계는 감원
작년 일자리 증가 절반 이상이 정부·의료 부문
"기업들, 급여 줄이기 시작하면 실업률 급등"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업자들의 구직 기간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해 정보기술(IT) 금융 등 사무직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실업자 2년 전보다 50% 늘어

7일 미국 노동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실업자는 71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장기실업자는 160만명 이상이다. 2022년 말 이후 50% 이상 늘어난 수치다.

평균 구직 기간은 약 6개월로, 2023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고용시장이 과열됐을 때보다 약 한 달 정도 늘어났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달8~14일 기준 3년 만에 최대치인 191만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미국 실업률 추이.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으로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기업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제는 신규 채용 필요성이 줄어든 기술·법률·고임금 사무직이 고통을 겪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IT 산업 채용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3.1%에서 지난해 10월 2.3%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금융업 비중은 2.6%에서 2.0%로 감소했다.

미국 IT업계는 지난해 대규모 감원을 시행한 뒤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고용정보업체 인디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과학 및 마케팅 채용 공고는 팬데믹 이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미국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들은 지난해부터 AI를 활용해 중간관리자를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여파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어소시에츠도 전체 인력의 7%를 감원한다고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투 시그마 인베스트먼트, 브레드하워드 자산운용도 지난해 각각 인력의 10%를 감원했다.

 정부·의료 일자리가 실업률 지탱

고임금 사무직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실업률 지표가 견조한 것은 정부 및 의료 부문이 일자리를 만들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까지 1년 간 미국 순 신규 일자리는 227만3900개로, 이 중 96만개(42.2%)가 사교육 및 의료, 49만개(21.5%)가 정부 부문에서 나왔다. IT·제조업 일자리는 각각 13만개, 6만1000건 줄었다.

지난해 11월까지 1년 간 미국 산업별 순 신규일자리 건수. /미 노동통계국


일자리를 얻기 위해 직종을 전환하는 비율도 늘었다. 채용상담업체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반년 간 신규 채용 직원의 절반 이상이 직업을 구하기 위해 직종을 바꿨다"라고 전했다. 일반적인 전환 비율도 약 10%포인트 가량 오른 수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용시장 냉각이 조만간 본격적인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달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일자리가 많다고 응답했다. 2022년 중반 대비 20%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베로니카 클라크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은 광범위한 해고가 아닌 고용 감소로 인해 악화하고 있다"라며 "기업들이 급여를 줄이기로 결정하면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어 실업률이 훨씬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2월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4.2%로 전망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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