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혈세 480억원 넘게 쓴 공수처의 '헛발질'

강서구 기자 2025. 1. 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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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다시 열린 탄핵의 문 : 2부 7편
혈세 먹는 하마 : 이상한 두 조직
파트1 공수처 부끄러운 자화상
경찰에 체포 집행 넘기려 한 공수처
공수처의 일방적 통보 거절한 경찰
도마에 오른 공수처의 헛발질 논란
2021년 출범 후 예산 813억원 편성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고작 5건
존재감 없다는 비판 피하지 못해

#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고위공직자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6일)을 앞둔 5일에는 경찰 측에 '체포영장 집행을 슬쩍 미뤘다'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2021년 돛을 올린 공수처에 들어간 혈세만 수백억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 이번 탄핵정국에서 국민적 공분을 산 정부조직은 또 있다. 대통령경호처다. 대통령경호처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실상 '사병私兵'을 자처하면서 한남동 관저를 요새로 만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경호처의 몸집과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고된 행보'일지 모른다. 대통령경호처는 과연 누굴 위해 존재하는 조직일까. 더스쿠프가 視리즈 '혈세 먹는 하마: 이상한 두 조직'을 두편에 걸쳐 취재했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의 집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던 지난 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슬쩍 넘기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수처의 시도는 경찰의 거부로 7시간 만에 헛발질로 끝났다. 하지만 이는 그냥 넘길 수 있는 해프닝이 아니다. 4년간 수백억원의 혈세를 써온 공수처의 민망한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다.

1월 5일 오후 9시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경찰 측에 돌연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12‧3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기한(6일)을 하루 앞둔 때였다. "…경찰의 집행 전문성을 고려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피의자 윤석열의 체포영장 집행을 위임한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경찰이 영장 집행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다, 현장 체포 등에 필요한 지휘체계를 통일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것도 아니었다. 이 차장은 "윤 대통령을 체포한다면 공수처 검사실에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체포는 경찰에 맡기고, 자신들은 수사를 계속한다는 이상한 논리였다.

공수처의 계획은 촌극으로 끝났다. 경찰은 공수처의 '일방적 통보'를 거절했다. "경찰이 공수처 검사를 지휘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수사를 공조해온 경찰이 반대하고 나서자 공수처는 7시간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사실상 헛발질을 해댄 셈이다.

이창현 한국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체포영장을 집행할 당시에도 공수처가 체포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며 "경찰에 체포영장의 집행을 위임하려 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사실 공수처의 잇따른 헛발질은 논란의 도마에 올라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2024년 1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상황이 되면 긴급체포 또는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시도하겠다"며 "긴급체포도 가능하다"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허언에 그쳤다.

[자료|기획재정부, 사진|뉴시스]

체포영장 집행 과정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공수처는 3일 새벽 6시께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면서 사실상 "체포하러 간다"는 메시지를 한남동에 보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이 차량 5대에 나눠 타는 모습을 언론에 그대로 노출하면서다.

한남동 관저에 빨리 도착한 것도 아니다. 예상과 달리 도로가 정체된 탓인지 2시간이 흐른 8시께에야 관저에 도착했다. 그사이 한남동 관저를 지키는 윤 대통령 지지세력은 불어날 대로 불어난 상태였다. 대통령경호처 역시 차벽을 쌓으면서 준비를 마쳤다.

이 때문인지 공수처는 불과 5시간 30분 만에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 집행 인력은 20여명, 경찰은 80여명으로 100명 정도 규모였다"며 "관저 앞 200m 단계에서 군인과 경호처 직원 2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둘러싸고 있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대통령을 체포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적은 인력으로 영장 집행에 나섰다. 공수처가 현장 분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한 것도 아니다.

공수처장은 차벽을 쌓아놓은 채 극렬하게 저항하던 대통령경호처장을 체포해야 한다는 현장의 주장도 듣지 않았다. 실제로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대통령경호처장을 경찰이 '공무집행방해'로 체포하려 했지만 공수처가 막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할 의지가 약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비판 여론은 '공수처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2021년 출범한 공수처는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소 사건은 고작 5건이다. 그중 유일하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손준성 전 대구고검 차장검사)은 최근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데 실패했다.[사진 | 뉴시스]

그렇다고 공수처가 예산을 적게 받은 것도 아니다. 독립성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국가재정법'에 독립기관으로 명시된 공수처에는 2021년 출범 후 2024년까지 81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2021년 232억1800만원이었던 공수처의 예산은 2022년 197억7700만원에서 2023년 176억83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2024년에는 206억8000만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공수처의 예산집행률이 6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4년간 488억원의 혈세를 실제로 집행한 셈이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끝까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공수처엔 다시 기회가 찾아올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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