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US스틸 인수 중단’ 소송전 돌입…트럼프 “왜 팔아?”

홍석재 기자 2025. 1. 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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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연설하는 동안 지지자들이 ‘철강 산업을 구해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결정으로 미국 철강회사 유에스스틸(US)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일본제철이 “철저히 항전하겠다”며 소송을 내고 법정 투쟁에 돌입했다.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7일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유에스스틸 인수 불허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에서 사업 수행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기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며 그게 일본제철과 유에스스틸의 일치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6일 일본제철은 유에스스틸과 함께 인수 계획을 불허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명령과 미국 정부 심사의 무효를 요구하는 불복 소송을 미 연방 항소법원에 냈다고 발표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업간 거래에 불법적으로 정치적 개입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 이 과정에 경쟁업체인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프사의 로렌코 곤칼레스 최고경영자(CEO)와 전미철강노동조합의 데이비드 맥콜 회장이 미국 정부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제대로 된 심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 명령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일본제철과 유에스스틸이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모리 다카히로 일본제철 부회장은 인수 불허 결정에 대해 “항전하겠다”고도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전했다. 최대 경제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도 “진심으로 유감”이란 입장을 내놨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 경제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미국 쪽에 강하게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유에스스틸의 매각이 미·일 두 나라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유에스스틸의 인수는) 글로벌 수익 기반을 확대해 일본 국내 설비투자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일본에 매우 중요한 사안일 뿐 아니라 유에스스틸의 미래 경쟁력과 미국 소비자, 미국의 국가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12월 유에스스틸과 149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인수 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종 거래를 앞두고 미국 재무장관 등이 참여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특정 미국 기업의 국외 매각이 자국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없는지를 확인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매각 허용에 대한 최종 결정권한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일 성명에서 “유에스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노동조합에 소속된 미국인 철강 노동자가 운영하는 세계 최고의 자랑스러운 미국기업으로 남을 것”이라며 유에스스틸 매각 불허 결정을 발표했다. 그는 “범정부 내 국가 안보 및 무역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결정했듯이 이번 인수는 미국의 최대 철강 생산업체 중 한 곳을 외국의 통제에 두는 것으로 우리 국가 안보와 공급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명령에는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인수 계획을 끝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일본제철과 유에스스틸은 곧바로 두 개의 축으로 소송에 나섰다. 우선 첫번째 소송은 이번 매각 중단 결정에 직접 개입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과 의장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을 상대로 했다.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두 기업이 “국가안보 관점에서 이뤄졌어야 할 적절한 절차 없이 심사를 진행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로 국가안보를 해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점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며 “법원이 위법한 심사와 명령을 무효화하고, 재심사를 명령해 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소송장에는 철강 경쟁사인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프사의 곤칼레스 최고경영자와 전미철강노동조합의 맥콜 회장 이름이 적시됐다. 이들에게는 “미국 철강 시장 독점을 위해 위법한 계획으로 클리프사 이외의 다른 업체가 유에스스틸을 인수하는 걸 막기 위해 공모해 반경쟁적이고 조직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소송이 제기됐다.

오는 20일부터 미국 정부를 이끌게 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매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당선자는 자신의 소설미디어(SNS)에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회사였던 유에스스틸이 다시 위대함을 향해 나아간다면 좋지 않겠느냐? 이런 일은 매우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며 “관세가 (유에스스틸을) 더 수익성 있고,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어줄 텐데 왜 지금 유에스스틸을 팔기를 원하느냐”고 적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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