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동맹’ 재확인했지만…외교 불안감 여전

서정은 2025. 1. 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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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 “정상외교 지장 피하기 어려워”
전례 없는 ‘한국계’ 대사대리 임명 가능성
“대내외적 상황 적시에 대응할 필요 느껴”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서정은·문혜현 기자] 12·3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커진 ‘외교 불안’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에도 조금씩 노출되고 있다. 북한은 국내 정국 혼란을 틈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탄도미사일 도발로 존재감 과시에 나섰다. 한미 외교장관에서 외신들은 국내 정치상황에 비판적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트럼프 차기 정부는 이례적으로 ‘한국계’인 대리대사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임시 대리 대사로 파견될 전망이다. 골드버그 대사는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며칠 안에 윤 전 대표가 대리 대사를 맡기 위해 한국으로 올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미간 소통체계를 복원하기 위해 임시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계엄 사태에 따른 한미 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외교에 지장을 피하긴 어렵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도 제한적인 소통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외교장관이 만나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거듭 밝혔지만, 외교가에서 ‘곧 떠날 사람이 건넨 덕담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우리 정상이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긴 어렵다는 것이다.

전날 외교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외신들의 질문도 이같은 인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뉴욕타임스 취재진은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향해 “윤 대통령이 반국가적 전복세력이 있다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이는 북한의 전제주의,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자들이 하는 방법과 비슷한 것 같다”며 “대한민국이 왜 적국과 비슷한 입장으로 갔는지, 이것이 미국과의 갈등 관계를 맺게 된다고 생각하는지 말해달라”고 질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지난 한 달 전에 일어났던 일을 이해하려면, 우리 사회의 특수한 어떤 정치 문화와 한국이 걸어온 민주주의 역사를 잘 살펴보셔야 할 것 같다”며 정치적인 화합을 강조했다.

이날 외신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도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이 윤 대통령이 이러한 ‘비민주주의적인 권력욕’이 있다는 것을 간과했는지 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신(시각)과 계엄에 대한 법적판단은 분리돼야 한다”고만 말했다. 국내에서 헌법·사법적 논란이 결론이 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조태열(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한미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국내에서는 정치적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헌법재판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각 기관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가장 시급한 외교 현안이 논의될 자리는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은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에 관해 걱정이 많을 것”이라며 “탄핵이 문제가 아니라 사법 절차 자체가 완전히 혼란에 빠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와 외교 수장이 최대한 안정감 있게 국정을 운영하더라도 역시 문제는 핵심적인 결정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빨리 이 정치적 혼란을 끝내지 않으면 한국의 타격이 굉장히 오래갈 것 같다”고 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 주재 ‘대사대리’로 오는 것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주한미국대사가 임명되기 전 공백이 있었을 때 백악관이 느꼈던 어려움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하기 전엔 16개월, 직전 대사인 해리 해리스가 부임하기 전에는 18개월간 주한미국대사가 공석이었다.

양 연구위원은 “여태까지 한국계 중량급 인사를 둔 적이 없었다”며 “그만큼 국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르게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굉장한 절박감이 있는 것 같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 적시에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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