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성조기, 한국에 이익일까?" 탄핵국면 보는 중국 속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관영언론이 해석을 곁들인 보도에 나서 눈길을 끈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 심화와 리더십 부재, 한미일 동맹 균열 가능성 등을 모두 언급한 부정적 뉘앙스가 주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7일까지 윤 대통령에 대해 한국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구속영장 유효기간 연장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는 내용을 포함, 한국의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을 요약해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특히 전날인 6일 오후 질의응답 형태의 분석기사를 통해 한국의 현 상황을 상세히 짚었다. 공수처가 체포 임무를 경찰에 이관하려고 시도한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사실상 경찰이 거부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또 공수처의 향후 계획과 윤 대통령을 여전히 보호하고 있는 대통령 경호처의 입장 등도 상세히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한국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볼 때"라고 전제하고 "대통령 경호처의 강경한 태도와 강화된 경계상황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내 체포가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지난 3일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대통령 경호처 책임자를 체포하라는 요구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공수처의 대통령 조사 능력과 의지 부족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안의 국회 가결 이후 복잡해지고 있는 한국 상황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이웃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중국 간첩'을 언급하며 한중갈등을 이용, 국면을 타개해보려 시도했을 때 유일하게 "큰 놀람과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낸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의도는 이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주요 관영언론의 보도 방향을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다. 관영언론이 한국의 난맥상에 집중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한국 민주주의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중국 인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6일 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계속 심화하고 있는데, 수사당국은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영장 연장을 요청했다"며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 거주 중국 국민과 한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에게 법적 인식과 자기 보호를 강화하라고 조언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집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통령 경호처와 일부 여당 의원은 계속해서 이를 막아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상황이 장기화할 거라는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 막판 한국을 찾은 블링컨 국무장관의 행보에 대해서는 "한미 간 양자 동맹에 공백이 없음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때문에 한국의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내 극단적 친미 세력에 대한 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세력에 대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중국 민간 언론들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6일 윤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에서 한미 양국 국기로 도배한 한 탄핵 반대진영 시위 참가자의 사진을 홈페이지 메인에 게시하고 "한국의 공수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결정을 미루고 있다"며 "경찰은 이제 대통령 경호처 요원들을 체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뤼차오 랴오닝 사회과학원 동아시아연구위원은 환구시보에 "블링컨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바이든이 가장 큰 치적으로 여기는 중국 억제를 위한 미·일·한 3자동맹 강화가 목적"이라며 "블링컨은 이번 서울행에서 탄핵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인상은 조심스레 피했지만 한국 내 극단적 친미 세력에 대해 지원을 제공하는 셈이 됐다"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또 "한국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 일본의 새 지도부는 중국에 대해 보다 우호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3자동맹 유지는 미국에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가 오는 20일 출범하는 가운데 기존 우방진영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 상황에 대한 중국 언론의 일련의 분석은 중국의 전략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트럼프 초기 한미일 공조에 틈이 생기는 한편 관세를 통한 미-유럽 간 갈등이 확대된다면, 중국이 이 틈을 파고들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대 교수는 "블링컨은 외교적 균형을 추구하려는 한국 내 세력을 압박해 한국이 현 정책에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남긴 3국 협력 강화의 유산이 트럼프의 복귀와 함께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시할머니 관에 아이 사진 넣겠다는 시아버지, 어쩌죠"…며느리 하소연 - 머니투데이
- 베트남 마사지숍서 "숫처녀야? 키스하자"…한국 망신 시킨 유튜버 - 머니투데이
- "최정원 '11명의 여자' 있었다" 또다른 폭로…최정원 측 "사실무근" - 머니투데이
- "너만 없었으면" 엄마의 폭언…'우울증' 아들 "나 죽으면 돈 많이 나올테니" - 머니투데이
- 추워서 시린게 아니었어?…지독한 수족냉증, 알고 보면 '여기 문제' - 머니투데이
- [속보] 송영길 징역 2년 실형…법정구속 - 머니투데이
- "코인·양자서 돈 빼! 도망 가!"…간밤 미국증시 울린 '투매 공포' - 머니투데이
- "집에 사우나까지, 놀러 가도 되냐"…'페이커' 이상혁, 장도연 질문에 '벌컥' - 머니투데이
- 친구랑 대화한 내용이 폰 광고에…애플, '시리' 무단수집 의혹 해명 - 머니투데이
- "2024년 공기 180만원에 팝니다"…당근에 올라온 '빵빵한 봉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