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면세점 규제 푼다고 '없던 매력' 생기랴 [분석+]
생사 기로에 놓인 면세점 업계
유커 · 따이공 회복 더딘데…
계엄 사태 여파 환율 폭등까지
외국인 관광객 발길 감소 우려
정부, 면세점 비용 부담 완화
특허수수료 50% 감면 추진
인천공항 임대료 사실상 인하
면세점 진짜 문제 따로 있어
브랜드 · 가격 경쟁력 못 갖춰
쇼핑 채널로서 매력도 떨어져
면세점 업계가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면세점 성장을 이끌었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와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이 부쩍 줄어든 상황에서 12·3 내란 사태에 원·달러 환율까지 치솟고 있어서다. 면세점 업계의 곡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규제 해제책을 들고 나왔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면세점 업계가 혹독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엔데믹(풍토병 전환)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었지만 면세점 실적은 되레 악화했다. 면세점 3사(신라·롯데·신세계면세점)의 2024년 3분기(누적 기준) 합산 매출액은 6조4215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855억원) 대비 9.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곳 모두 적자 전환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객이 3227만명(2024년 1~11월 누적 기준)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3248만명)의 99.3%에 달하고 있지만 면세점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성장을 이끈 '큰손'인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와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큰손의 부재'는 면세점 객단가 추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면세점 1인당 객단가는 현재(2024년 11월) 42만4560원으로 1년 전(54만4952원)과 비교해도 22.0% 감소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3 내란 사태로 면세점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관광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면세점 업계에 악재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통상 여행 1~2개월 전에 항공권 등을 예약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란 사태의 여파는 서서히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68.40원(2025년 1월 3일 종가)까지 치솟았다는 점도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곡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4년 12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면세점 특허수수료 50% 인하, 면세 주류 병수 제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보다 앞선 10일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공사 구간에 입점한 면세점에 한시적으로 임대료 제도(여객당 임대료→매출액 연동)를 변경해주기로 했다. 사실상 임대료 인하 조치다. 정부가 나서서 면세점 업계에 '호흡기'를 대주겠다는 건데, 아쉽게도 효과는 제한적일 거란 전망이 많다.
이유가 뭘까. 한가지씩 살펴보자. 먼저 50% 감면을 추진하는 면세점 특허수수료부터 살펴보자.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품목에 따라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각종 세금이 면제된다.
이런 면세품을 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면세점에 주는 대신 행정·관리비용 징수, 사회환원 등의 목적으로 부과하는 게 특허수수료다. 일종의 준조세인 셈이다.
현행 수수료율은 연 매출 2000억원 이하 면세점은 0.1%(이하 매출액 대비), 2000억~1조원 이하 0.5%, 1조원 초과 1%이다. 기재부는 2025년 1분기 중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시행해 특허수수료를 절반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그러면 면세점 업체들이 내야 하는 특허수수료가 연간 총 400억원에서 200억원대로 줄어든다.
하지만 특허수수료 인하가 면세점 업계의 실적 반등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면세점 업계가 이미 특허수수료 50% 감면 혜택을 받고 있어서다. 팬데믹이 확산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기재부는 면세점의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해줬다.[※참고: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2025년 4월 납부해야 하는 2024년도분 특허수수료도 50% 인하된다.]
면세 주류 병수 제한 완화도 마찬가지다. 해외 여행객이 들여올 수 있는 면세 주류 한도는 총 2L·400달러 이하 최대 2병인데, 여기서 병수 제한을 없애주겠다는 거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는 미미할 거란 전망이 많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여행객이 구입하는 면세 주류는 위스키가 주를 이루는데, 대부분 용량이 700mL~1L에 이른다"면서 "또 주류의 경우 해외 면세점이나 기내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많아 병수 제한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나마 기대를 거는 건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대료 인하 조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4단계 확장공사를 마무리한 2024년 12월 3일 이후 면세점 영업을 정상화했지만 "대한항공과 합병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제2여객터미널 이전 시점까지 기존 '여객당 임대료' 대신 '매출 연동형 임대료'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이전이 늦춰지면서 여객수가 당초 예상치를 밑도는 만큼 사실상 임대료를 인하해주겠다는 거다. 이에 따라 4단계 확장 구역 내 입점한 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이전이 늦어도 2025년 말이면 마무리되는 만큼 1년여의 한시적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면세점 업계가 이전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선 본질적인 경쟁력을 제고하는 게 상책이다. 언젠가부터 면세점보다 로드숍·백화점 등 다른 쇼핑채널을 선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났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쇼핑 장소(2024년 3분기·복수응답 기준)는 '로드숍(47.9%)' '백화점(37.0%)' '대형쇼핑몰(38.7%)' 순이었다. 시내면세점을 찾는다는 응답자는 29.2%에 불과했다. 면세점 업계가 '유커' '따이공' 효과에 취해 실기失期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쇼핑'은 다양한 관광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다. 한국만의 콘텐츠를 강화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면세점 업계도 성장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정책들은 미봉책에 불화하다. 면세점 업계 역시 'K-콘텐츠 연계' '아시아 최대 규모 샤넬 매장'과 같은 매력 있는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 '관광-면세'를 잇는 포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거다. 생존의 기로에 선 면세점 업계,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