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에 36번 쓴 ‘내란’…철회해도 그대로라는 이유

공성윤 기자 2025. 1. 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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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단 입장은 내란 행위를 헌법으로만 따지겠다는 것…與는 “형법상 내란죄가 핵심”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에서 형법상 내란죄에 관한 주장을 뺀 것을 두고 여야가 격돌했다. 여권은 탄핵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야권은 탄핵소추 사유가 바뀐 건 하나도 없다고 맞섰다. 실제 탄핵소추 의결서의 근간이 된 탄핵소추안에는 내란죄가 어떻게 설명돼 있을까.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12월14일 국회를 통과한 2차 대통령 탄핵소추안 원문은 총 44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앞서 12월7일 본회의에 올라갔으나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된 최초 탄핵소추안(28페이지)에 비해 50% 이상 분량이 늘었다. 또 윤 대통령의 핵심 혐의인 '내란'이란 단어는 13개에서 36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내란 혐의는 2차 탄핵소추안의 요지이자 서두에 나오는 '탄핵소추 사유'에 바로 등장한다. 여기에는 "피소추자(윤 대통령)는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그 요건과 절차를 위반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한 군과 경찰을 동원하여 국회를 침입하는 등 국회와 국민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일련의 폭동을 일으킴으로써 대한민국 전역의 평온을 해하는 내란죄를 범하였다"고 적혀 있다.

그 다음에는 윤 대통령이 어긴 것으로 지목된 형법·계엄법 및 헌법 조항이 나열돼 있다. 총 24가지인데 이 중 첫 번째로 거론된 게 내란죄(형법 제87조)다. 그 뒤를 이어 구체적인 탄핵소추 사유를 밝히는 대목에서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국헌 문란의 내란 범죄 행위"가 1번으로 나온다.

2차 탄핵소추안 마지막 단락인 결론에서도 내란 혐의가 강조돼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경을 동원하여 친위 쿠데타를 감행하는 내란죄를 저질렀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의 우두머리로서 수사 대상자에 불과하다" 등의 문장을 통해서다. 특히 1차 탄핵소추안 결론에 '무속인 의존' '실패한 외교정책'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실정(失政)과 각종 의혹이 나열된 점과 비교하면, 2차 탄핵소추안의 무게추는 내란 혐의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

12월12일 국회 발의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 의안정보시스템 캡처

이런 가운데 탄핵 심판에서 검찰 격인 국회 탄핵소추단(단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헌법재판소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이렇게 밝혔다. "형법 위반 사실관계와 헌법 위반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 자칫 헌법 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위반 사실관계로 다투고 주장하겠다."

그러자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계엄 관련 행위가 내란죄 등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취지냐'라고 물었다. 이에 탄핵소추단 측은 "사실상 철회한다는 주장"이라고 답했다. 여야 정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답변이었다.

여권 "사기 탄핵" 비판…정확히는 내란행위 판단 근거가 축소된 것 

당장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 사유를 철회하려면 수정 탄핵소추안도 국회 재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내란죄가 탄핵 심판의 '핵심'이라며 "핵심을 제외한다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비유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5일 "사기 탄핵"이라며 가세했다.

민주당은 "무식한 주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탄핵소추 의결서에) 탄핵 사유로 포함된 내란 행위 중 단 한 가지도 제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내란 행위를 그대로 살펴보되 형법이 아닌 헌법 측면의 위반 여부만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다시 말해 내란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할 근거를 헌법으로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2차 탄핵소추안에는 내란 행위가 형법 87조 위반 외에도 헌법 77조 5항(국회 계엄해제 요구권), 헌법 49조(국회의원 심의·표결권), 헌법 41조 1항(대의민주주의), 헌법 1조(국민주권주의) 등 7가지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기재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형법상 내란죄의 철회 의도는 시간을 당기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심 선고 전에 탄핵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보기도 했다. 또 이번 사안을 두고 국민의힘이 적극 비판에 나선 데에는 여권 결집의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탄핵 소추의 정당성을 흔들어 야권의 독주를 막으려는 의도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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