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와 안전하게 외출하려면 ‘이동장’ 훈련이 필수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2025. 1. 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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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의 멍냥대백과] 이동장 친숙하게 드나들기 연습 후 보호자가 들고 움직이는 훈련해야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묘 보호자에게 반려묘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일부 보호자는 여행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여길 정도입니다. '네오 포비아'(neophobia: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성향을 가진 반려묘는 익숙한 공간,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외출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죠. 그래서 반려묘는 짧은 외출이라도 반드시 적응 훈련이 필요합니다.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가고, 목욕이나 미용을 하러 반려동물 미용실에 가고, 새집으로 이사를 가는 등 집 밖을 나서야 할 일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방에 이동장 두고 다가가게 해야

반려묘와 안전하게 외출하는 데 필요한 수단 중 하나가 '이동장(이동가방)'입니다. 이동장 없이 반려묘를 안고 다닐 경우 소음 등 외부 자극에 예민한 반려묘가 갑자기 품 밖으로 튀어나가면서 유실될 우려가 있어서죠. 반면 이동장은 '숨숨집'과 비슷한 은신처 역할을 하기에 반려묘가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느끼면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반려묘가 예상치 못하게 다치는 등 응급상황에 처했을 때도 이동장이 있으면 그 안에 머무르게 할 수 있죠. 자동차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경우에도 이동장은 필수입니다. 차 안에 반려묘를 그냥 풀어둘 경우 마음대로 돌아다니다가 운전을 방해할 수 있어 보호자에게 매우 위험합니다. 무엇보다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반려묘를 안은 채 운전하는 것은 불법이며, 2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문제는 반려묘 대부분이 이동장에 부정적 기억을 갖고 있어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동장에 들어가면 동물병원에 가서 아픈 주사를 맞는 등 안 좋은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주 어린 새끼 반려묘 때부터 이동장에 들어가는 훈련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중요한 순간에 애를 먹게 됩니다.

반려묘를 이동장에 잘 들어가게 하려면 일단 반려묘가 이동장과 친숙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방 한구석에 출입구가 모두 열린 이동장을 놓아둔 다음 반려묘에게 익숙한 냄새가 묻어 있는 수건이나 담요를 깔아 이틀가량 시간을 보내게 합니다. 그러면 반려묘가 차츰 방 안에 이동장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접근은 하지 않는 상태가 될 것입니다. 이때 이동장 주변에 캣닙(개박하)이나 개다래나무(마따따비), 장난감 등 반려묘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놓아두고 이동장에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도록 유도합니다.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이제는 반려묘가 이동장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위치에 간식을 놓아주기 시작합니다. 반려묘가 간식을 거부하지 않고 먹으면 하루 2~3번씩, 며칠에 걸쳐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후에는 간식 위치를 조금씩 이동장 쪽으로 옮겨서 최종적으로 이동장 안에 있는 간식을 꺼내 먹을 수 있게 합니다. 이때 이동장과 거리를 너무 빨리 좁히려 하면 반려묘가 불안해할 수 있으니 반려묘 속도에 맞춰 며칠씩 여유를 두고 진행합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을 끝마치고 나면 처음에는 마냥 경계심을 갖던 반려묘가 조금씩 긴장을 풀면서 이동장 안팎을 자유롭게 들락날락할 것입니다.

이동장 잘 들어가도 필요한 외출만

반려묘가 이동장에 들어가는 것이 별일 아니게 되면 그때부터는 간식을 먹는 동안 문을 닫아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5초, 그다음은 10초, 그다음은 15초를 세고 다시 열어주기를 반복하면 됩니다. 나중에는 반려묘가 이동장 문을 닫고 더 오랜 시간 있을 수 있도록 아예 사료가 담긴 밥그릇을 넣어주고, 다 먹는 동안 문을 닫아놓도록 합니다. 반려묘가 모든 과정을 수월하게 해내면 그다음에는 반려묘가 들어가 있는 이동장을 보호자가 들고 걸어가는 것을 연습합니다. 이동장을 들고 몇 걸음 걷다가 내려놓은 뒤 다시 문을 열어주고, 반려묘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장난감으로 놀아주면서 보상을 제공합니다. 이 같은 과정을 1~2주간 매일 반복합니다. 이때 반려묘가 이동장에 대한 긍정적 기억을 갖도록 보호자가 부드러운 말투로 칭찬해주고, 걷는 동안에도 이동장이 흔들리지 않게 조심히 다룹니다.

반려묘가 이동장에 익숙해지는 것과 자동차에 익숙해지는 것은 별개입니다. 따라서 이동장 훈련을 끝마친 다음에는 이동장을 차에 실은 뒤 첫날에는 시동만 켰다가 끄고, 그다음에는 주차장 한 바퀴를 돌고, 그다음은 동네 마트 등 가까운 거리까지 외출해보는 식으로 점점 운행거리를 늘려가기를 권합니다.

이렇게 반려묘와 함께하는 외출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후에도 신경 쓸 부분이 있습니다. 반려묘가 '외출=주사·목욕'처럼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하러 가는 것이라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진료, 미용 등이 끝나면 간식을 지급해 항상 나쁜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또 반려묘가 이동장에 자진해 들어간다고 해서 어디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반려묘의 평소 성격과 건강 상태, 나이 등을 고려해 반려묘가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편이라면 최대한 외출을 삼가는 등 보호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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