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은 코스피 주가에 달려 있다 [위기의 환율⑥]
2025. 1. 7. 07:21
[커버스토리 : 위기의 환율⑥]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세계적인 양적완화로 돈의 양이 많아졌고 미국의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내렸다가 5.5%까지 올랐다. 20년 넘게 돈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이던 일본 경제도 홍수 같은 글로벌 유동성 덕분에 한때 물가상승률이 4%를 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이 바뀌어도 너무 바뀐 것이다. 적어도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말이다.
급격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은 크고도 무서웠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103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2022년 10월 150엔을 넘겨 버렸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엔화 가치가 달러와 비교해 50% 가까이 폭락하고 말았다.
양국 간 금리차가 주는 영향이 얼마나 무서운지 시장은 똑똑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본의 교훈을 실제로 보고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 서서히 엄습해 오는 환율상승과 자본유출이라는 어둠의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하고 옆 나라 일본의 엔화 가치 폭락을 먼집 불 구경마냥 보고만 있었다.
급격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은 크고도 무서웠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인 2021년 103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2022년 10월 150엔을 넘겨 버렸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엔화 가치가 달러와 비교해 50% 가까이 폭락하고 말았다.
양국 간 금리차가 주는 영향이 얼마나 무서운지 시장은 똑똑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일본의 교훈을 실제로 보고도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다. 서서히 엄습해 오는 환율상승과 자본유출이라는 어둠의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하고 옆 나라 일본의 엔화 가치 폭락을 먼집 불 구경마냥 보고만 있었다.
단장(斷腸)의 코스피지수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역전되기 시작하는 2022년부터 코스피는 본격적으로 단장의 아픔을 겪기 시작했다. 가수 이해연이 부른 ‘단장의 미아리 고개’에서 단장(斷腸)이란 창자를 끊어낼 정도로 몹시 슬프다는 뜻이다.
다우와 S&P500 등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 또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동안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2021년 3300선을 기록한 이후 오히려 10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처참한 결과를 받은 것이다.
이는 우선 기준금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안전통화인 미국의 달러 금리는 원화의 그것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거꾸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적게는 1.5%포인트, 많게는 2%포인트까지 높아진 것이다. 양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것. 이는 자본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우선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들의 원화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 원화 자산을 처분하고 외화 자산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누구나 이자가 높은 통화를 보유하고 싶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진 통화는 상대 통화보다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안 그래도 안전통화에 기축통화인데 이자마저 높아져 달러는 원화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 역전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준금리 역전폭에 시작된 원화 매도세는 환율에 옮아 붙어 훨훨 타오르게 된다.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외국인들은 주식투자에서 얻은 수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환율이 상승하면 주식투자에서 수익을 얻었을지라도 환전 과정에서 환차손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2%포인트까지 확대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폭은 환율을 더욱 상승시켜 불붙은 장작에 기름을 붓듯 외국인들의 강한 주식 매도세를 부추겼다.
외국인들의 이탈에 코스피는 부진한 흐름에 빠지게 되고,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지친 수많은 국내 투자자들도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고 미국 시장으로 떠나버렸다.
외국인들이 빠져나갈 때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게 되지만 국내 투자가들이 해외 주식을 살 때도 가지고 있는 원화를 팔아 달러를 매수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전후의 달러 강세를 감안해도 국내의 달러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 이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면서 1500원대 목전까지 다다르게 됐다.
금리와 주식 그리고 환율은 개별적으로 따로 떨어져 만들어진 조각이 아니다. 이들 각각의 조각들은 사실 서로서로 끼워 맞추어 자본시장이라는 아름다운 도자기 병을 이루는 중요한 부속품이자 퍼즐이다. 그렇기에 서로 뗄 수 없을 정도로 연관되어 있고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자본시장이라는 도자기는 한 조각이라도 깨지면 문제가 생기게 되어 제구실을 못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라는 도자기는 겉으로 보기에 주가 정체와 고환율이라는 파손된 부위가 보일 뿐이다. 하지만 파손된 이들의 안쪽 부위를 긁어내 보자면 장기간 이어져 온 한·미 간 금리역전이라는 손상된 부위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곪아 다른 부위들을 잠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자본이 장기간 유출이 되는 경우 자본시장의 공동화로 해당 국가의 자본시장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저성장이 지속될 위험성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유출에 이은 만성적 저성장이라는 문제를 방지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빠른 속도의 경기둔화에 맞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만약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때 조금이라도 더 따라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4% 중반까지만 높였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랬다면 외국인들의 이탈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환율 또한 제어할 수 있어서 지금같이 꼭 필요할 때 금리를 보다 공격적으로 인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상반기에도 고환율 지속 가능성 커
1500원 목전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2025년 초까지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지정학적인 위험이 상존하고 한국은행 또한 2025년도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분쟁을 다시 시작하기라도 한다면 위안·달러 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덩달아 원화 환율 또한 추가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약달러 정책이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일정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상대국들의 통화가치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알 수가 없기에 당장 현재의 고환율이라는 불을 꺼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 있다. 특히나 환율 급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대기업보다 대응 역량도 부족한 데다 원가 상승에도 계약된 단가로 납품을 해야 해서 매출 단가를 조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아쉬움은 숨길 수 없지만 과거를 푸념할 때가 아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어떤 일도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하거나 고칠 수는 없다. 하나씩 우선선위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먼저 수정해 나가야 할까. 특히나 여러 지표 중에서도 지금은 환율과 주식, 그중에서도 주식시장 활성화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형 경제다. 다행히 일본처럼 0%대의 초저금리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금리와 주식시장을 잘 활용해 우리 힘으로 어느 정도 환율을 방어할 수가 있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선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과 소위 해외 투자자들인 서학개미들을 한국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워런 버핏이 일본의 상사 주식을 산 이후로 닛케이 주가지수가 폭등한 것처럼 한국 주식시장 또한 주요 외국 투자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유치하면 좋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가하게 되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어 국내 자본시장과 산업도 활기를 되찾을 수가 있을 것이며 환율도 근본적으로 더 쉽게 제어할 수가 있다.
이를 위해 정치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의 주식시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여야정 합의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과 더불어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시기 또한 매우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금리인하 기대감만으로도 환율 상승으로 반영될 수가 있을 정도로 기준금리 변동이 외환시장에 파급 속도는 빠르다. 따라서 포워드 가이던스는 분명한게 좋지만 이를 너무 쉽게 보여줘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남은 카드인 한·미 간 통화스와프를 양자 간 채널을 이용해 고려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이전에 두 번 체결한 과거가 있었는데 두 번 다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재의 고환율은 주식시장과 중앙은행 간 기준금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연결고리를 이용해서 풀 수밖에 없다. 빠르고 적절한 대책과 해결책으로 환율이 빠르게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동아시아자금부 서울실 본부장
변정규 본부장은…
미즈호은행 동아시아자금부 서울실 본부장. 업계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환율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자타공인 최고의 외환시장 및 국제금융 전문가다. ‘슈퍼달러 슈퍼리치’, '슈퍼금리 슈퍼리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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