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슬퍼해야 다음을 기약한다[렌즈로 본 세상]
2025. 1. 7. 06:30
이름이 적힌 위패도, 고인의 얼굴이 담긴 영정도 없었다. 하얀 국화꽃이 제단 위에 수북이 쌓여 있을 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나고 사흘째인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애도의 행렬에 외국인도 있었다. 그는 희생자와 한국을 위로하고 싶다며 방명록의 흰 종이 위에 그의 마음을 적었다. 추후에 누군가가 자기가 적은 글을 읽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마음을 적었을 것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느껴지는 슬픔, 이런 감정을 우리는 ‘사회적 애도’라고 표현해야 할까.
정부는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슬픔과 아픔이 일주일 만에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제대로 슬퍼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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