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②최대 실적 속 '값싼 안전' 추구한 LCC '안전불감증'

김성아 기자 2025. 1. 7.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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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땅에 난립한 LCC] 가동 시간 늘리고 정비 외주화 , '가격 경쟁'에 매몰돼 안전도 비용 절감 대상
[편집자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향한 불안감이 감돈다.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로 지방공항이 설치됐고, 공항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지역 거점 항공사가 필요하단 논리에 최소 요건만 갖춘 LCC가 난립했다. 코로나19로 각국 하늘길이 막히기 전까지는 밀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그나마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봉쇄 이후엔 '필수업종'의 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었고, 현재는 생존 기로를 마주하며 무리한 날갯짓을 이어가는 '잠재적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그 이름처럼 저렴한 항공권을 앞세워 해외여행 대중화와 빠른 성장을 이뤄냈지만 저가 항공권 판매에만 의존한 수익 구조는 기체 노후화, 정비 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래픽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액과 전년 동기 매출액, 그 증가율을 나타냄. /그래픽=김성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그 이름처럼 저렴한 항공권을 앞세워 해외여행 대중화와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저가 항공권 판매에만 의존한 수익 구조는 기체 노후화, 정비 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2024년 12월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이러한 문제를 드러내며 값싼 항공권 이면에 숨겨진 '안전의 대가'를 조명하게 만들었다.

2003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 출범 이후 국내 LCC 산업은 일본과 동남아 등 중·단거리 여객 수요를 바탕으로 20여년 동안 성장을 거듭했다. 초기에는 대형항공사(FSC)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과 상대적으로 작은 기체 규모로 인해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지만 '저렴한 가격'이라는 경쟁력이 우려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LCC 인기는 나날이 뜨거워졌고 경영 실적에도 반영됐다. 2023년 연간 매출 1조원을 넘겼던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는 지난해는 3분기 누계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스피릿 항공·라이언에어 등 해외 항공사, 다변화된 수익원 확보


스피릿 항공과 라이언에어 등 해외 LCC들은 수익 구조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사운을 걸고 있다. 사진은 스피릿 항공 에어라인의 모습. /사진=뉴스1(AFP)
LCC가 낮은 항공권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공권 판매 외의 다변화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해외 LCC들은 수익 구조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사운을 걸고 있다.

미국의 스피릿 항공은 최근 최고가 요금제인 '고 빅'(Go Big) 패키지를 도입했다. 고 빅은 넓은 좌석과 무료 Wi-FI, 무제한 스낵·음료(주류 포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총 4가지 요금제를 운용한다.

유럽의 라이언에어는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승객에게 물 한 잔조차 무료로 제공하지 않으며 화장실 이용료, 공항 수속 수수료 등 항공권 외의 모든 서비스에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 또 기내 사물함과 테이블, 항공기 외부 등 다양한 곳에 광고를 부착해 매출은 탑승객을 통해서만 올린다는 기존의 항공사 수익 모델을 바꿨다.

국내 LCC들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저가 항공권 판매에만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구축해 왔다. 항공권 가격을 낮추되 항공기 회전율을 극대화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펼쳤다. 항공기 가동 시간을 늘려 탑승률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원가 절감과 이익 창출 효과를 도모한 것이다.


저가 항공권 판매에 치중한 수익 구조… 항공기 혹사로 이어져


저가 항공권 판매에만 치중한 LCC의 수익 구조는 항공기 혹사와 안전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그래픽은 국내 항공사별 여객기당 월평균 가동시간 현황을 나타냄. /그래픽=김은옥 기자
저가 항공권 판매에만 치중한 수익 구조가 항공기 혹사로 이어졌다. 각 항공사의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게재된 여객기 월평균 가동시간을 살펴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355시간과 335시간을 기록했다. LCC는 ▲제주항공 418시간 ▲티웨이항공 386시간 ▲진에어 371시간 ▲에어부산 340시간 등으로 FSC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LCC 4사의 월평균 항공기 가동시간은 379시간으로 FSC 2사의 평균인 345시간보다 10%가량 높았다.

항공기 월평균 가동시간은 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의 총 비행시간을 보유 항공기 대수로 나눈 값이다. 통상 중·단거리 노선에 특화된 LCC의 경우 대형항공사보다 가동시간이 짧다. 단거리 노선은 탑승 준비와 이·착륙, 정비 시간 등 지상 대기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거리 국제노선과 중·단거리 소형기체만을 보유한 국내 LCC의 높은 가동시간은 그만큼 빡빡한 운항 일정이 편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비 투자도 열악하다. LCC는 조종사 경력, 제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가 절감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해 주요 LCC가 고시한 항공기 한 대당 정비 비용('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비용을 항공기 보유 대수로 나눔)은 ▲제주항공 53억원 ▲티웨이항공 28억원 ▲진에어 36억원 ▲에어부산 79억원이다.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16억원, 124억원이다.

LCC들이 정비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비의 외주화'가 있다. LCC 정비사들은 주요 결함이 의심되는 경우, 10건 중 7건(71.1%) 이상은 자체 정비를 포기하고 항공기를 해외로 보내 수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는 경미한 결함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가도록 정비사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익 구조 다각화와 해외 영업망 확충 통해 경영의 내실 다져야"


전문가들은 국내 LCC의 성장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전략 덕분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격 경쟁'에 매몰돼 안전까지 절감 대상으로 삼는 경영 방침은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지난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인양된 후 정밀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번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LCC 업계가 '값싼 안전'을 추구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LCC의 성장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전략 덕분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원가 절감에만 집중하는 경영 방침은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해외 영업망을 확충해 경영 내실을 다지는 한편, 안전 투자를 확대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현재 국내 LCC 업계는 제한된 국내 수요층을 대상으로 우후죽순 설립된 9개의 LCC 항공사들이 경쟁하는 구도여서 가격 경쟁, 곧 원가 절감에만 치우칠 수밖에 없다"며 "싱가포르 항공처럼 해외 영업망 확충을 통해 고객층을 다각화하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수익 구조를 건전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 전략은 결국 LCC 업계의 생존 가능성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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