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⑩ 강릉 제왕산

최동열 2025. 1. 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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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 가운데 가장 '거창한' 이름을 가진 산이 강릉에 있습니다.

성산면과 왕산면에 걸쳐 있는 제왕산(帝王山)입니다.

제왕산은 대관령 동쪽 낙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제왕산을 품고 있는 대관령은 우리나라 고갯길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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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송 군락 정상서 심호흡 ‘신세계’
제왕산 정상에서 바라 본 선자령 능선

우리나라 산 가운데 가장 ‘거창한’ 이름을 가진 산이 강릉에 있습니다. 성산면과 왕산면에 걸쳐 있는 제왕산(帝王山)입니다. 높이는 해발 841m이지만, 그 이름은 모든 산을 거느립니다. 산 이름은 그렇게 위풍당당하지만, 그 이름에 깃들어 있는 스토리는 애잔합니다. 고려 32대 왕 우왕(禑王)의 발자취가 이 산에 깃들어 있습니다. 후일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 의해 유배길에 오른 우왕이 한동안 머물면서 제왕산 정상에 산성을 쌓고 기거했다는 얘기가 전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상부에 가면 옛 산성의 흔적인 돌무지를 군데군데,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왕산은 대관령 동쪽 낙맥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등산 경로는 편도 5.4㎞. 정상에 서면 능경봉-대관령-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등뼈의 웅장한 산그리메가 하늘과 맞닿은 채 용틀임하고, 동해바다와 강릉 시내가 발아래 황홀경으로 다가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왕산의 자랑은 소나무입니다. 3∼4부 능선쯤부터 소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는데, 한 그루 한 그루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명품입니다. 어른 두 팔로 안아도 미치지 못하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대나무처럼 하늘로 쭉쭉 뻗쳐 있는데, 거침없이 곧게 솟은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델급 소나무를 모두 모아놓은 듯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범생처럼 자란 소나무들은 정상부로 올라서면 뒤틀리고, 꼬인 기묘한 모습으로 바뀌는데요.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산을 지킨 노거송들이 제왕산 정상에는 수두룩합니다.

제왕산 등산로는 대관령 옛길과 거의 한 몸입니다. 산 아래쪽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대관령 계곡을 따라 2㎞ 정도를 유유자적 이동하다가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제왕산과 대관령 옛길 등산로가 나뉘게 됩니다. 그래서 대관령 정상을 분수령으로 삼아 제왕산과 옛길을 한 바퀴 도는 일주 산행도 가능합니다. 한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제왕산에서는 심호흡을 크게 해야 합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산림청 조사 결과 제왕산과 대관령 옛길 일원은 전남 장성의 편백숲 못지않은 피톤치드 함량을 자랑합니다.

제왕산을 품고 있는 대관령은 우리나라 고갯길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서쪽이든, 동쪽이든, 예로부터 이 고개를 넘어야 신(新)세계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겨울 폭설기의 눈꽃이 또한 장관이니, 이 겨울 제왕산의 신세계를 경험하는 것 또한 탁월한 선택입니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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