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세상] “배알도, 염치도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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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다른 직업군과 구분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매체 수가 범람하고 클릭 전쟁에 천착하는 양상으로 언론계 지형이 바뀌면서 기자 직업의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지고, 동업자 의식이 희미해진 것 같아 서글프다.
MBC 기자가 매체명과 이름을 밝히며 질문을 하려 하니 권 원내대표는 매체명을 듣더니 "다시, 저기 다른 언론사 하세요"라며 질문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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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다른 직업군과 구분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매체가 달라도 입사연도가 빠르면 ‘선배’라고 부른다. 이는 곧 매체의 크고 작음, 매체 간 정치적 지향성을 떠나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일종의 동업자 의식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 특종을 위해 치열한 취재 경쟁을 펼치다가도 타사 선후배가 취재원이나 출입처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서로가 연대해 대항하는 게 기자들의 문화다.
매체 수가 범람하고 클릭 전쟁에 천착하는 양상으로 언론계 지형이 바뀌면서 기자 직업의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지고, 동업자 의식이 희미해진 것 같아 서글프다. 2주 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MBC 질문 거부’ 때도 이를 똑똑히 목격했다.
권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 앞에 서서 백브리핑을 진행했다. MBC 기자가 매체명과 이름을 밝히며 질문을 하려 하니 권 원내대표는 매체명을 듣더니 “다시, 저기 다른 언론사 하세요”라며 질문을 거부했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상황에서 MBC가 국민의힘과 윤석열 내란 수괴 피의자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논조를 띠고 있다는 것에 불만을 표현하는, 노골적인 특정 언론사 ‘패싱’이었다.
그 뒤가 가관이었다. 동료 기자가 유력 정치인으로부터 ‘패싱’을 당했으면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모두 연대해 이에 대해 항의해도 모자랄 판에 모 일간지 기자는 “저는 ○○입니다”라며 매체명을 밝힌 뒤 질문을 했다. ‘저희는 국민의힘에 친화적인 언론사니까 질문해도 되죠?’라는 뜻이 담긴 매체 밝히기였다. 해당 기자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이 영상을 보는 순간 “정말 배알도 없냐”라는 말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왔다. 기자로서의 동업자 의식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시절이 하 수상해서 그런가, 최근 배알도, 염치도 없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모습이다.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한 가수가 콘서트를 하려 하자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한 구미시장.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를 “민주당 지지자들의 방해 때문에 그랬다”고 변명한 여당의원과 윤석열 지지 집회에 참여해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를 늘어놓는 정치학과 교수 출신의 또 다른 여당의원까지.
배알과 염치없음의 ‘끝판왕’은 따로 있다. 한남동 관저에 처박혀 극우 지지자들과 경호처 엄호 속에 꼭꼭 숨어 있는 대통령이다. 후보 시절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해놓고 각종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남발하던 대통령은 희대의 비상계엄을 일으켜놓고선 탄핵심판이 열리는 헌법재판소에 “그 이전으로 일상이 회복돼 탄핵심판이 필요 없다”는 궤변이 담긴 답변서를 제출했다.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의 사고회로다. 또 한 번 이 말이 터져 나온다. “너는 배알도, 염치도 없냐.”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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