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으며 관저 앞 버틴 시민들 “공수처, 능력도 없이 희망고문만”
윤 지지자들은 “승리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시한인 6일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공수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주말 내내 대통령 관저 앞에서 밤새 눈을 맞으며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해 온 시민 500여명은 공수처의 행태를 ‘희망고문’에 비유하며 분노했다.
첫차를 타고 농성장에 도착했다는 민모씨(22)는 “집에 있으면 마음이 더 불편해서 해가 뜨기 전에 나왔다”며 “시민들은 자기 할 일을 제치고 나왔는데 공수처는 뭘 하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주 토요일 관저 앞에서 밤을 새우고 이날 다시 찾아온 이용덕씨(64)는 “오늘이야말로 공수처가 결단을 내릴 줄 알았는데 아침 뉴스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영장 집행조차 못하는 걸 보니 대한민국이 무법천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온 은박지를 몸에 두른 김지연씨(22)는 “지난 3일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못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솔직히 실망해서 힘이 빠지기도 했는데 오늘은 집행을 아예 포기한 걸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시민들은 여전히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광열씨(54)는 “공수처든 경찰이든 공권력이 잘못된 것들을 빨리 되돌려 놓아야 ‘더 나은 사회’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공수처’에 대한 공분이 쏟아졌다. 엑스(옛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공수처는) 능력도 없으면서 시간을 끌어 전 국민을 희망고문 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적법한 법원의 영장을 들고도 단 한 번의 체포 시도에 그친 공수처의 무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의 무능함과 우유부단함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공수처의 포기 선언”이라며 환호했다. 농성 중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윤석열”을 외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예슬·배시은·김송이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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