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그림자를 지울 개혁 [똑똑! 한국사회]


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 사회가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선택하게 된 것은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그를 발탁해 치명적인 흠결을 감추고 미화한 공고한 구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두운 권력의 블랙박스를 열어버린 윤석열의 내란을 통해 그 핵심 세력의 민낯을 낱낱이 보게 되었다. 제어되지 않는 윤석열에게 화난 그들은 좀 더 다루기 쉽고 더 다듬어진 윤석열을 찾아내 다시 포장할 준비를 할 것이다. 부패한 정치·종교 엘리트, 신뢰를 잃은 공권력, 권력에 부역하는 보수 언론과 극우 유튜버들은 변함없이 탄핵과 개혁을 방해할 것이고, 아직도 탄핵에 반대하며 부정선거를 믿는 열명 중 두세명의 유권자는 계속해서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며 또 다른 윤석열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즉, 극우화되려는 편향을 발생시키는 구조 자체가 먼저 개혁되어야 한다. 이것이 빛의 혁명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하위 단위에서의 부패와 권위주의적 관행을 척결하지 않은 채 권력 분산과 협치, 책임내각제를 외치는 것은 내란에 찬성하는 극우 세력과 권력을 나누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을 하루빨리 탄핵하고, 내란 수괴부터 마지막 가담자까지 철저하게 처벌해야 한다. 우리보다 더 먼저 극우를 경험한 서구 국가들처럼 혐오 발언을 금지하는 법을 강화하고, 불법적인 극단주의 단체는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위헌성이 판명된 극우 정당은 단호하게 퇴출해야 한다.
특히 극우 세력이 침투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군대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세계에는 전현직 군인이 주도한 극우 테러 사례가 넘쳐난다. 미국에서는 2019년 해안경비대 중위가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규모 극우 테러 공격을 계획하다 체포되었다. 1995년에는 걸프전 참전 퇴역 군인이 연방 건물을 폭파해 168명을 살해했다. 신나치에 시달리는 독일이 연방군 내의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극우 성향의 군인을 감시하고 현역에서 제외하는 내부 조직인 군사정보국(MAD)을 운영하는 것을 참고하자.
그러나 민주주의는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에 기대어서만 성취될 수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지위 불안’이라는 책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노예는 과연 현대인에 비해 불행했을까? 노예는 그의 종속과 열등함을 어떤 초자연적인 힘, 혹은 신의 영역이라 생각하며 그의 운명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론상 평등해야 하는 현대인의 열등함은 온전히 그의 책임이자 능력 부족으로 해석된다.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며 평등을 표방하지만, 전혀 평등하지 않은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좌절감이 권위주의와 독재에 대한 선호로 발현되며 공화국에서 왕 놀음을 하는 자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게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극우와 선택적 친화성을 보이는 여러 조직 중에서 교회는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 개신교 대형 교회가 무한 경쟁의 희생자들을 극우 정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권위주의적 구조와 사악한 지도자뿐 아니라 이를 추종하는 평신도의 종교적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혐오가 극우의 주요 서사인 서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높은 실업률은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를 높였다. 독일에서 실시된 패널 조사에 따르면 부모의 실업을, 특히 그것을 인지할 수 있는 나이에 경험한 남성 자녀의 경우, 극우 정당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자녀에게는 이런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따라서 극우 성향의 국민이 극단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포용하는, 실질적인 평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면적인 사회 대개혁이 그 어떤 제도 개선보다도 중요하다.
계엄을 주도한 내란 세력은 의도치 않게 우리 사회의 빛을 더욱 눈부시게 타오르도록 했다. 극우 정치가 조작해온 가상의 장벽과 균열을 모두 무너뜨린 아름다운 연대의 빛이 우리 사회 가장 어두운 그림자마저 환히 밝혀줄 수 있으리라 희망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영장 재청구 뒤 ‘2차 집행’ 시동…“경호처, 또 막으면 현장 체포”
- 경찰 “일반 병사 동원, 채증으로 확인”…경호처는 거듭 부인
- 경호처 무법 뒤엔 ‘김용현 라인’…야 “총기 지급도 검토”
- ‘윤석열 방탄’ 도시락 먹으며 관저 지킨 국힘 의원 44명
- 국회, 8일 내란·김건희 특검법 등 8개 법안 재의결
- 물리학자 김상욱의 ‘응원’ “한남동 키세스 시위대는 우주전사”
- 윤석열 지지율이 40%?…극우 결집 불쏘시개 된 ‘명태균식 여론조사’[영상]
-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임 발표…지지율 폭락에 ‘백기’
- ‘거위털 80%’ 후아유 패딩, 실제는 ‘오리털 70%’…이랜드월드 공식 사과
- 골대 뒤로 숨은 심판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