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탄핵 사유에 `내란죄` 삭제 못하는 치명적 이유

2025. 1. 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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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 정지되었고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일정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삭제할 궁리를 하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단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2번째 변론준비기일에서 종래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로 제시한 '형법상 내란죄' 관련 부분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란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형사 법정(형사재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라는 이유라고 한다.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측은 국회 탄핵소추단 측이 탄핵심판에 있어 탄핵소추 사유 중 '내란죄 부분'을 제외한 것에 대하여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헌재에 요청한다"며 "헌재는 내란죄가 제외된 탄핵안에 대해 심리를 즉시 중단하고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새로운 소추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파장으로 번지고 있는 탄핵 사유 변경과 관련해 민주당을 위시한 탄핵소추단은 어떤 판단을 배경으로 삼았을까. 무엇보다 민주당의 최근 움직임은 탄핵심판 일정을 빨리 가져가는데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다.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면 그만큼 재판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탄핵심판 결과가 빨리 나와 대통령 선거가 열리게 된다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조기 대선이 예상보다 빨리 4~5월에 실시된다면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인 이재명 대표는 더욱 유리한 국면에 놓일게 뻔하다. 민주당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는 명분이 헌법재판소에 다툴 윤 대통령의 혐의와 형사적으로 다룰 내용을 구분한다는 명분이지만 설득력은 커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의 자격을 심판하는 과정에서 내란죄 혐의를 다투는 과정은 필요한 일일까. 탄핵 사유의 관련성을 볼 때 그렇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달 10~12일 실시한 조사(전국 1002명 무선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15.8%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인지 아닌지'를 물어보았다.

'내란'이라고 보는 의견이 71%, '내란이 아니다'는 응답은 23%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내란이 아니다'는 의견이 68%로 압도적이었다. 즉 내란죄 유무는 탄핵 사유에 결정적인 요소라서 삭제되어서는 곤란하다.

또 하나는 탄핵소추안 가결의 적법성 차원에서 탄핵 사유에 '내란죄'가 제외되어서는 안된다. 내란죄까지 포함된 사유로 국회에서 지난달 14일 가결되었다. 만약 내란죄 항목이 빠져 있었다면 찬성표에 투표하지 않았을 탄핵 찬성파 의원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조차도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한 데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형사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힐 정도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의 핵심 축인 내란 혐의를 빼면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안은 '빈 껍데기'라며 "국회에서 재의결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탄핵 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꼼수라고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내란 행위를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으로 다루려는 것일 뿐"이라며 재의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매우 정교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국민들로부터 의심을 사거나 불신을 초래할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도 온 나라가 둘로 쪼개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탄핵심판의 명분을 약화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국민들과 교감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탄핵심판 국면에서 국민들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만다. 아무리 탄핵심판 속도를 내고 싶어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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