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윤석열, 어디서 법을 배웠길래…저렇게 무식할까”

심우삼 기자 2025. 1. 6.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이준구 교수 누리집 갈무리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위공직자범죄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는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남들은 다 지키는 법 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5일 자신의 누리집에 글을 올려 “이게 나라냐”며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불응을 질타했다. 이 교수는 “그는 늘 입버릇처럼 ‘법질서’를 부르짖던 사람 아니었느냐. 자기 정적에게는 먼지 하나라도 털어내 추상같은 법의 철퇴를 내려치던 사람 아니었느냐”며 “마치 법의 화신인 양 우쭐대던 사람인데 법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 같으니 이젠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무시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적법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에 온갖 트집을 잡으며 불법이라 우기고 있는 상황을 짚은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인 이 교수는 대학 교과서로 쓰이는 ‘경제학원론’ 등을 집필한 국내 대표 미시경제학자다. 그는 지난달 13일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탄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교수는 “일개 시정잡배가 그런 태도를 보이더라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안하무인으로 나오니 마치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며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법을 공부했길래 검사생활을 오래 했다는 사람이 그런 무식한 발언을 감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하면 수사기관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서 떳떳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란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교수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한 사람의 만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제 무법천지의 시대로 들어가려는 것 같다”며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까지도 불법이라고 우기는데, 이제 무엇이 법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불응으로 한국의 국격이 ‘바나나 공화국’ 수준으로 전락했다고도 했다. 바나나 공화국은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가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쓴 단편 ‘양배추와 양들’에서 나온 표현이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쉽게 썩는 바나나의 성질에 빗대 단일한 농산물 수출 등에만 의존하며 정치·사회적 불안이 일상화한 나라를 가리키는 멸칭이다.

윤 대통령 쪽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공수처와 경찰 수뇌부를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죄를 짓고도 오히려 지가 성을 내며 씩씩대고 있는 모습이 무척 가관이다. 평균 정도의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언감생심 그런 생각을 하지도 못할 텐데”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한시라도 빨리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그를 영원히 추방시키는 일뿐”이라며 “다만 그가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망가지게 될 것인지가 심히 걱정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인의 장막을 치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앞장서 막은 대통령 경호처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경호처는 국가기관이냐, 아니면 윤석열이 사비로 고용한 민간경비업체냐”며 “엄연한 국가기관을 자신의 사적인 이득을 위해 악용한 어제의 만행은 두고두고 규탄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이 교수의 글 전문.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이 영 아니다 싶을 때 우리가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하나 있잖아요?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지요.
어제 한남동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보면서 그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오르더군요.
정말이지 못난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나라 꼴이 말이 안 나올 지경으로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는 늘 입버릇처럼 “법질서”를 부르짖던 사람 아니었습니까?
자기 정적에게는 먼지 하나라도 털어내 추상같은 법의 철퇴를 내려치던 사람 아니었습니까?
마치 법의 화신인 양 우쭐대던 사람인데 법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 같으니 이젠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무시해 버리는군요.

일개 시정잡배가 그런 태도를 보이더라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안하무인으로 나오니 마치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드네요.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인데, 그것이 불법이라며 불복할 이유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나요?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법을 공부했길래 검사생활을 오래 했다는 사람이 그런 무식한 발언을 감히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하면 수사기관에 제발로 걸어들어 가서 떳떳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되는 일 아닙니까?
수사기관이 몇 번씩 부르는데도 불복해 급기야 체포영장이 나오게 한 것부터가 자업자득이고 심히 부끄러운 일입니다.
남들보다 앞장서서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남들은 다 지키는 법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기다니요.

경호처는 국가기관입니까 아니면 윤석열이 사비로 고용한 민간경비업체입니까?
엄연한 국가기관을 자신의 사적인 이득을 위해 악용한 어제의 만행은 두고두고 규탄 받아야 합니다.
어떻게 국가기관인 경호처가 법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다른 국가기관이 정당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 훼방을 놓는다는 말입니까?

무법천지의 바나나공화국(Banana republic)이라면 모를까 엄연한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제 한남동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격이 하루아침에 바나나공화국 수준으로 폭락했습니다.
그 사건을 다루는 외국의 언론보도를 보면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추위에 떨며 거리에서 밤을 새운 민주시민들이 올려놓은 국격을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듣자 하니 어제 경호처 사람들은 개인 화기로 무장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사정이 급박하다고 느낄 경우 영장 집행을 위해 달려온 수사기관 수사관들과 총싸움이라도 하려 했다는 말입니까?
어떻게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를 생각까지 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만약 실제로 총싸움이 벌어졌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국격은 한순간에 똥통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을 겁니다.

오늘 신문을 보니 대통령 측에서는 어제 대통령을 체포하러 간 공수처와 경찰 인사들을 고발하려 한다는군요.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똥 뀐 놈이 성낸다.”라는 말이 있듯, 죄를 짓고도 오히려 지가 성을 내며 씩씩대고 있는 모습이 무척 가관이군요.
평균 정도의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언감생심 그런 생각은 하지도 못할 텐데요.

어제 오늘 이틀 사이에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엄청나게 망가져 버렸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통령이 법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기는데 국민이 왜 자진해서 법질서를 지키려 하겠습니까?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까지도 불법이라고 우기는데, 이제 무엇이 법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겠습니까?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한 사람의 만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제 무법천지의 시대로 들어가려는 것 같네요.

우리 사회는 지금 이 정도로 망가진 상태에서도 정상적 상태로 회복되려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란 직책을 한사코 끌어안고 있는 사람이 벌이는 작태로 인해 하루하루 더욱 심하게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망가진 정도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빠르게 망가져 가고 있음을 느끼실 것입니다.

만약 그가 털끝만큼의 양심이라고 갖고 있다면 하루빨리 자리에서 내려와 나라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만드는 데 협조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지키려는 탐욕에 눈이 멀어 양심도, 체면도, 상식도, 애국심도 모두 헌신짝처럼 내던졌습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검은 속셈으로 선동질로 국민을 이간시켜 망국의 길로 이끄는 그를 보며 깊은 절망감을 느낍니다.

따라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한시라도 빨리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그를 영원히 추방시키는 일뿐입니다.
다만 그가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망가지게 될 것인지가 심히 걱정될 뿐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을 잘못 뽑은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