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대’ 준비하는 민주당…곳곳에 숨겨놓은 정책‧전략 ‘시그널’
李, ‘금투세’ ‘코인세’ 결단으로 입증…일각선 “일관성 부재로 역효과” 우려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이재명 대표는 원래부터 본인이 '실용주의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다가온다면 숨어있던 중도층과 샤이 지지층을 겨냥한 정책을 선보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소속 국회의원)
탄핵 정국이 치열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조기대선을 겨냥한 정책과 전략 구상을 물밑에서 조용히 착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핵심 키워드는 '민생 경제'과 '실용주의'다. 22대 총선 후 9개월 만에 발간한 '총선백서' 속 문구는 물론, 차기 대선 준비의 핵심 역할을 할 '집권플랜본부' 등 싱크탱크 행보의 발걸음이 모두 해당 키워드를 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관련 시그널을 은연 중 곳곳에 드러내며 대선 '캐스팅보터' 표심까지 노리는 분위기다.
총선 때 '경제 577회' 강조한 李…'먹사니즘' 집중한다
첫 번째 시그널은 물밑에서 조용히 공개 활동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집권플랜본부와 당 정책 파트 등에서 엿보인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집권플랜본부는 최근의 '내란 진압' 등 대통령 탄핵에 필요한 절차들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곧 이 대표의 시그니처 기조인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 정책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로드맵의 핵심 키워드 역시 '경제성장'과 '민생'이며, 여기에 복지정책 공약도 함께 포함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해당 로드맵은 집권플랜본부 분과 중 하나인 'K-먹사니즘본부'가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K-먹사니즘본부장인 주형철 전 경기연구원장을 중심으로 비공개 분과 회의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먹사니즘본부 핵심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경제성장을 키워드로 계속 (로드맵을) 디벨롭하고 있는 중"이라며 "지금은 '조기대선' 자체를 공개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각종 난관이 수습되면 곧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두 번째 시그널이 드러난 곳은 《국민이 승리했습니다》라는 제목의 22대 총선백서에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이후 9개월 동안 미뤄온 총선백서를 지난 1월2일 최종 발간했다.(「[단독] "심판받을 대통령, 책임 커진 야당"…민주, 탄핵 정국서 '총선백서' 발간」 기사 참조) 백서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과 '대한민국 살리기' 투트랙 기조 선거운동 전략을 통해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충분히 부각시켰다고 자평했다.
백서는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이재명 대표의 선거운동 전략에 대해서도 '민생' 키워드에 방점을 찍어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이 대표가 지난해 총선 직전인 3월4일~4월6일까지 110회 연설에서 '경제' 577회, '세금' 272회, '미래' 245회, '예산' 237회를 거론하며 경제 민생 현안 중심 정권심판론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민생 고통에 공감하는 메시지를 제시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또 총선에서 획득한 원내 의석수와 전체 선거 득표율의 괴리를 아쉬웠던 점으로 꼽으며,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한 '중도확장' 전략이 가장 필요하다는 제언도 백서에서 나왔다. 민주당 총선 공약이었던 '삶의 질 수직상승 정책'도 '실용성' '필수성' '참신성'을 기준으로 발굴해 총선용 브랜드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해당 정책의 4대 비전(▲민생 회복 ▲미래성장 ▲민주수호 ▲평화복원)도 결국 '민생'과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최종적으로 백서는 민주당이 "이념이 아닌 실질, 정치싸움이 아닌 민생이슈에 집중한 선거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에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음 선거에서의 전략에 대해선 "민생고통과 불안을 완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존 당 색깔이나 당론에 갇혀있지 않고 민심이나 실용성에 따라 언제든 유동적 노선의 정책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집토끼 vs 중도층' 딜레마 여전…'대선 정국'서 李 선택은?
이 같은 기조는 이미 이 대표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는 대표 기조인 '기본사회' 기조는 고수하면서도, 최근 '우클릭' 행보라는 당내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당론을 번복하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화폐 과세(코인세) 시행 유예' 카드를 꺼냈다. 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경제계와 종교계 인사는 물론, 정치권 보수진영 인사들도 접촉하며 외연 확장을 꾀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일부 정책들의 기조 일관성이 부족한 만큼, 오히려 중도층 표심을 돌리는데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직후 반대급부로 '증시 선진화'를 위한 상법 개정에 집중하자, 재계에선 경영 리스크가 커졌다며 극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이 대표는 '배임죄 재검토'를 꺼내들며 정책 기조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집 나간 보수층과 중도층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이 대표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며 "중도를 향한 정책을 펼치다 보니 기존 집토끼 지지층이 반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집토끼를 위해서 기존 정책을 고수하면 중도 확장력은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 대표의 정책 기조가 계속 왔다 갔다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기대선에서 이 대표의 시도들이 지지율을 정말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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