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尹 ‘체포’만 넘기겠다는 공수처…“무능한 오동운” 맹폭

이혜영 기자 2025. 1. 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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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공수처 ‘체포 일임’ 공문에 당혹감…“부적절” 결론
경찰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 못할 것 같으면 재이첩 받겠다”
체포영장 2차 집행 압박한 野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2024년 12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윤석열 대통령의 신병 확보 주체를 놓고 마찰을 빚는 양상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만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체포 일임'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고, 경찰은 법률적 논란이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 신병 확보 방안을 두고 공조본 내부에서조차 혼선이 빚어지며 수사가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수본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지휘, 법률적 논란"

경찰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백동흠 부단장은 6일 브리핑을 열고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 일임 공문과 관련해 "내부적 법률 검토를 거쳐 공수처 집행 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백 부단장은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며 "공조수사본부 체제에서 비상계엄 관련 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수단은 이날 오전 7시께 공수처로부터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지휘' 공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47조, 형사소송법 81조·291조·200조의6·115조 1항을 근거로 공수처가 경찰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특수단은 내부 검토를 거쳐 공수처의 '체포 일임' 조치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결론냈다. 특수단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 주체는 공수처가 분명하다"며 "집행 지휘를 우리에게 일임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고, 공문을 접수해 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수사준칙에서 '검사의 구체적인 영장 지휘' 규정이 삭제, 영장 집행 지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점을 강조하며 공수처가 법원에 신청해 발부받은 체포영장을 경찰이 집행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발부받은 영장을 경찰이 대신 집행해 준 전례 역시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1월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 연합뉴스

공수처의 예상치 못한 '체포 일임' 통보에 경찰 내부에서는 당혹감이 감지됐다. 체포영장 집행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던 상태에서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일임 공문부터 보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국수본에서는 공수처가 대통령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그 책임에서는 빠지고, '경찰이 체포해오면 수사는 공수처가 한다'는 기조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에서는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려면,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사건 전체를 넘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전 국수본 특수단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것 같으면 재이첩을 받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일단 경찰은 공수처와 공조본 체제를 유지하면서 체포영장 재집행 방안을 논의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이나 수사에 있어 (공수처 등과) 협의해서 공조본 안에서 진행할 것"이라며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향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집행할 때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재차 저지할 경우 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또 추후 영장을 재집행 할 경우 특공대나 형사기동대 등을 투입할 지 여부에 대해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만일 대통령경호처가 1차 집행 때와 마찬가지로 저지선을 구축하고 막아설 경우 현행범 체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 소환을 통보받은 박종준 경호처장이 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 처장을 비롯한 경호처 직원 4명에 대해선 "현재까지의 채증(증거 수집)을 토대로 특수공무집행 혐의 적용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1월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가 위치한 5동 건물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 연합뉴스

공수처 해명했지만…"경찰이 농사지으면 먹겠다?" 비판

공수처가 기관 간 조율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수본에 체포 일임 공문을 발송해 혼선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더 이상 공수처에 가시적인 체포 및 수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게 돼 있다. 지휘는 영장 집행을 사법경찰관에게 일임·촉탁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논란이 된 체포 일임 공문 발송 경위를 설명했다. 

공수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지 않도록 지휘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고,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과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무력 충돌 등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경찰에 넘기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인력이 다 끌어봐야 50명이고 현장에 갈 수 있는 건 30명"이라며 "경찰이 신속히 제압할 것은 제압하고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장 집행의 전문성은 공수처에 없고, 인력·장비·집행 경험은 경찰이 최고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검찰 등에 사건을 재이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고집을 갖고 절차를 독단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어느 단계가 되면 재이첩도 고려할 것"이라며  "진행 과정에 따라, 저희가 역할을 다 하면 기소권 있는 검찰로 (사건이) 가게 된다. 만약 특검이 먼저 생기면 특검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 권한대행을 향해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등 지휘부에 대한 즉각적인 직위해체를 촉구한 야당은 오동운 공수처장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신정훈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간사 및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1월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수처가 체포영장 2차 집행을 고심하다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오동운 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오 처장은 엄동설한에 밤새워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를 촉구한 수많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 처장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며 "국회에서는 내란 특검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찰이 농사짓고, 추수해서 곳간에 곡식 넣으면 공수처가 먹겠다는 것인가"라며 "정신 나간 공수처"라고 강도 높은 질타를 쏟아냈다.

같은 당 박수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수처가 오늘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 폐지의 위기에 처하고, 공수처장도 탄핵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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