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테니스는 끝나지 않았다’ 상무 동반 입대하는 권순우-홍성찬 다짐 “제대 후엔 함께 세계 무대 도전하겠습니다”

이정호 기자 2025. 1. 6. 12: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권순우(오른쪽)과 홍성찬이 지난해 연말 본지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한국 남자테니스 대표팀의 원투펀치 권순우와 홍성찬은 1997년생 동갑내기로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하며 우정을 키워온 사이다. 일찌감치 기대주로 평가받은 둘은 주니어 시절 대한테니스협회 육성팀에서 늘 함께 했고, 현재 한국 남자테니스를 이끄는 두 축이다. 2023 데이비스컵 최종 본선 진출전(4단1복식)에서 강호 벨기에를 상대로 2패 뒤 3승을 따내 사상 첫 데이비스컵 2년 연속 파이널스 진출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앞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테니스 남자 복식에서는 한 조로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둘은 2025년 새해, 새 도전에 나선다. 오는 13일 나란히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한다. 테니스 같이 투어를 소화하는 선수들에겐 군 입대는 과거 선수 생활을 위협하는 이슈였다. 그러나 권순우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어 생활이 2년 가까이 멈추겠지만, 더 완벽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며 “30살부터 전성기를 이룰 자신이 있다. 제 목표의 20%밖에 이루지 못했고, 모든 팬이 원하시는 대한민국 테니스의 모습을 꼭 이루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홍성찬 역시 “끝나지 않은 저의 이야기는 군 제대 후 펼쳐보겠다”고 SNS에 적었다.

권순우는 연말 본지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야하는 거라 생각하니 복잡한 생각은 없다.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라면서 “걱정하는 분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바쁘게 투어를 다니면서 생각하지 못한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며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홍성찬도 “아직 군 입대가 실감이 나진 않지만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 시즌 마지막에 부상도 있었기 때문에 치료도 하면서 운동에도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권순우(왼쪽)과 홍성찬이 지난해 연말 본지와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주니어 때부터 함께한 둘의 ‘테니스 여정’은 서로 조금씩 엇갈렸다. 주니어 시절에는 홍성찬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치고 나갔고, 성인 무대에서는 권순우가 무섭게 성장하며 앞섰다. 지난 2024년도 다른 분위기 속에 시즌을 소화했다.

홍성찬은 지난해 9월 커리어 최고 순위 139위를 찍었다. 시즌은 150위로 마감했다. 홍성찬은 “많은 일이 있었고, 가장 많이 성장한 해”라고 자평하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TP 투어 무바달라 시티 DC오픈 단식 본선 2회전에서 당시 세계 랭킹 21위 카렌 하차노프(러시아)를 꺾었다. 하차노프와의 경기를 가장 기억나는 장면으로 꼽은 홍성찬은 “무엇보다 제 생각대로 경기를 풀어갔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투어에서 제가 유튜브나 TV에서 봤던 선수랑 상대했는데,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높아진 자신감을 표현했다.

반대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통산 두 차례 우승으로 최고 랭킹이 52위까지 올랐던 권순우는 최근 하락세다. 지난 몇 시즌 부상에 발목을 잡히면서 랭킹은 348위까지 떨어져 있다. 부상 공백으로 받은 프로텍티드(보호 선수) 랭킹을 통해 큰 대회 위주로만 출전한 권순우는 “올해도 부상이 있었지만 투어 생활을 하면서 많은 감정을 복잡하게 느꼈다. 투어에 대한 욕심도 더 생겼다”고 말했다.

권순우와 홍성찬은 테니스계에서 유명한 ‘단짝’이다. 지금도 누구 하나가 잘 나가고 있을 때도 서로를 응원하며 생각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일찌감치 투어 생활에 나선 주니어 시절부터 경쟁자이면서도, 같이 성장하고 끌어주는 동반자였다. 고된 훈련과 투어 속에 서로를 지지하는 버팀목이기도 했다. 권순우는 “주니어 시절 성찬이는 (현재 톱랭커인) 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 등과 경쟁하는 선수였다. 나한테는 그냥 앞서는 선수가 아니라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선수”라고 떠올렸다.

권순우(왼쪽)과 홍성찬이 지난해 연말 본지와 인터뷰 뒤 경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성인 무대에서 오랜 슬럼프를 지나온 홍성찬은 “순우한테 역전을 너무 빨리 당했다”고 웃으며 “한때는 ‘순우랑 다시 시합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순우를 이길 수 있냐’는 말도 들어 스트레스를 받던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권순우를 통해 테니스 인생에 터닝포인트도 만났다. 홍성찬은 “투어 도전에서 먼저 앞서간 순우 도움을 많이 받는다. 순우는 친구이자 우상”이라고 했다.

둘은 제대 후 ATP 투어에 함께 도전하는 꿈을 꾸고 있다. 권순우는 “성찬이를 많이 의지하는 사람으로 성찬이가 이번 시즌 잘해서 나도 너무 좋았다. 같이 해외 무대에 도전도 하고, 훈련도 한다면 내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든든해 했다. 홍성찬도 “군에서 순우랑 운동을 같이 하면 내게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1년 반의 군 생활을 통해 재도약을 준비한다. ATP 투어는 군 입대로 인한 공백이 생기는 두 선수에게 ‘보호선수’ 랭킹을 쓸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큰 대회 예선을 뛸 수 있는 랭킹을 갖고 있는 홍성찬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반대로 권순우는 ‘보호선수’ 랭킹을 쓰지 않고, 틈틈이 국내에서 열리는 챌린저 대회에 출전해 랭킹을 조금 더 끌어올릴다는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