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최대 적은 양자컴퓨터

WSJ “도둑들이 양자컴퓨팅으로 디지털 지갑에서 코인 빼 갈 수 있어”

"양자컴퓨팅을 통한 해킹이 비트코인 가격을 붕괴(torpedo)시킬 수 있다. 도둑들이 양자컴퓨팅을 사용해 디지털 지갑에서 코인을 빼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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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양자컴퓨터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기사 내용이다. 2025년 승승장구할 것으로 기대됐던 비트코인 시장에 양자컴퓨터라는 복병이 등장했다. WSJ는 2024년 12월 23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상승세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양자컴퓨팅이라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언젠간 해커들이 양자컴퓨팅 기술로 비트코인 암호를 풀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양자컴퓨팅을 통한 해킹으로 비트코인 암호를 해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비트코인 대폭락" 섬뜩한 경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통 금융시스템은 그간 '공개키 암호화'라는 암호화 기술로 안전성을 유지했다.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이 공개키 암호화를 빠르게 해독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공존 가능한 큐비트(qubit·quantum bit)를 정보 단위로 사용해 공개키 암호화를 해독할 계산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다. 12월 9일 구글은 새 양자 칩 '윌로'를 탑재한 양자컴퓨터를 공개하며 우주 역사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계산 문제를 5분 만에 해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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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는 양자컴퓨터를 통한 비트코인 해킹으로 암호화폐를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3조 달러(약 4420조8000억 원) 손실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기침체가 유발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아서 허먼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누군가 양자컴퓨터를 통한 해킹 능력을 갖추고 암호화폐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시한폭탄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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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특히 비트코인이 양자컴퓨팅을 통한 절도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12월 23일 WSJ에 따르면 미국 양자 보안 기업 큐시큐어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스킵 산제리는 "은행들은 (도난) 관련 규정과 방어 메커니즘, 고객 대응 능력이 있는 반면, 비트코인은 미국 서부 시대와 같다. 비트코인은 지갑에서 도난당해도 환불받지 못한다"며 "비트코인은 미친 듯이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약 100만 개를 비롯해 채굴 초기 비트코인은 양자컴퓨터를 통한 해킹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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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탈중앙화가 비트코인 보안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양자컴퓨터로 쉽게 해독할 수 없는 새로운 암호체계를 채택해 보안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암호체계를 바꾸려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전 세계 사람의 합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그간 비트코인 시스템 개선에 비트코인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합의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2017년 8월 비트코인의 거래 처리 속도를 개선하고자 도입된 '세그윗' 기능은 처음 제안된 지 2년 만에 활성화에 성공했다. 일부 네트워크 참여자가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특성이 약화할 것을 우려해 세그윗 도입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활성화된 보안 솔루션 '탭루트'는 처음 제안된 시점부터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통합되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양자 해킹에 대항할 '양자 내성 암호' 개발 중

전문가들은 현 수준의 양자컴퓨터로는 비트코인 암호화를 풀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김광조 KAIST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양자컴퓨터의 비트코인 암호 해독 가능성에 대해 "구글 윌로 칩은 105개 큐비트를 가지고 있는데, 비트코인 암호를 해독하려면 수십만 개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며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윌로 칩을 2개 가졌다고 해서 양자컴퓨터 성능이 2배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 암호를 해독할 수 있을 만한 양자컴퓨터가 나오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면서 "암호학자들이 양자컴퓨팅을 통한 해킹에도 뚫리지 않는 '양자 내성 암호'를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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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진 기자 zzin@donga.com